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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서가] 3월의 독립서점, '더 북 소사이어티'서울 종로구 자하문로10길 22 2층
  • 송정인 조현준 기자
  • 승인 2020.03.15 23:09
  • 호수 55
  • 댓글 0

출판의 변화, 그 중심에 있는 ‘더 북 소사이어티’를 만나다.

경복궁 5번 출구에서 큰길을 쭉 따라 걷다 횡단보도를 건너면 조용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독립서점을 만날 수 있다. 햇볕이 따스하게 들어오고, 책장 속에 책이 가득 들어 있는 서점의 내부는 마음을 포근하게 해준다. 더 북 소사이어티는 서점 겸 ‘프로젝트 스페이스’(project space)다. 디자인·예술 분야의 독립출판물을 다루는 1세대 독립서점인 더 북 소사이어티의 임경용 대표를 만났다.

Q. 자기소개와 서점소개를 부탁한다.

A. 더 북 소사이어티 대표 임경용이다. 현재 디자인·예술 분야에서 작가, 기획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2010년 3월부터 서점이자 프로젝트 스페이스인 더 북 소사이어티를 운영하고 있다. 더 북 소사이어티는 ‘미디어버스’라는 출판사가 운영하는 독립서점이다. 책을 유통하고 판매할 뿐만 아니라 토크쇼와 전시회도 개최한다. 또 국내외에서 아트북 페어*를 열고 있다.

Q. 더 북 소사이어티를 열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1세대 독립서점으로 지금까지도 입지를 굳건히 하고 있는데, 비결이 무엇인가.

A. 처음 시작했을 땐 이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독립서점이 많아졌다. 독립서점 문화가 처음 시작된 유럽, 미국뿐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2~3년 사이에 대만, 방콕, 홍콩, 싱가포르에도 이 문화를 즐기는 사람들이 생겼다.

몇 년 전부터 정보 생산·유통 매체가 종이에서 디지털 매체로 크게 변화했다. 지식과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경로가 달라진 것이다. 이는 기존의 출판계 및 출판문화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이 상황이 곧 기회였다. 대형서점, 대형출판사만을 통해 책을 유통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방법으로 책을 기획하고 생산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독립출판업에 관심을 갖고 뛰어들었다고 생각한다.

Q. 더 북 소사이어티에서 다양한 행사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자세한 설명 부탁한다.

A. 아무래도 우리가 취급하는 책들이 대부분 대중적이지 않아서 책이나 작가를 소개하기 위해 작은 토크쇼를 많이 진행한다. 저자와 독자들이 만나 직접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이다. 또, 다른 기관에서 주관하는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소규모 출판이나 독립출판에 관해 설명하는 자리가 있으면 최대한 열심히 참여한다.

Q. 서점을 운영하면서 가장 뿌듯하고 보람을 느낀 때가 언제인가.

A. 대형서점의 경우에는 서점을 운영하는 사람과 손님이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책을 사는 것이 힘들다. 하지만 우리 서점과 같은 곳은 서점 대표가 서점에 주로 있는 편이다. 그래서 찾아오는 손님들과 대화를 많이 할 수 있다. 나도 서점에 자주 있어 이렇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많다. 서점을 찾아주시는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뿌듯하고 보람차다.

그 밖에도 서점을 운영하며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아주 많다. 서점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많아서, 조사를 위해 아시아 여기저기를 많이 다녔다. 초창기에는 일본에만 몇 개의 독립서점이 있었는데, 지금은 상하이나 베이징에서도 관련 행사나 서점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독립서점이라는 문화가 아시아 내에서 퍼지는 것을 보면 기분이 좋다. 더불어, 이들이 우리 서점을 알고 있다고 말해줄 때 아주 큰 뿌듯함을 느낀다.

Q. 서점을 운영하며 힘들 때도 있을 것 같다.

A. 사실 크게 힘든 일은 없다. 다만 책, 그리고 서점 자체가 규모에 상관없이 수익이 좋은 사업은 아닌 것 같다. 굳이 힘든 점을 꼽자면 서점 운영 자체에 있다. 책과 관련된 모든 사업은 독자적인 전략이 꼭 필요하다. 특히, 독립출판물을 다루는 서점이라면 그 전략이 다양하고 확실해야 한다. 우리 서점의 경우에는 토크쇼 개최, 아트북 페어 기획, 해외 유통 활성화 등을 통해 서점에 투자한다. 또 우리 서점만이 취급하는 책을 늘리고 있다.

Q. 어떤 서점으로 기억되길 바라는지 궁금하다.

A. 책을 다루는 직업을 가진 나에게 굉장히 어려운 질문이다. 종이라는 매체의 자리가 점점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독립서점이라는 장소는 어찌 보면 곧 사라질 책을 취급하는 장소기도 하다. 그러나 책이 가진 힘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서점이 “굉장히 오래된 매체를 새로운 방식으로 이해하고 사람들에게 확산시키려고 노력했던 서점”으로 기억되면 좋을 것 같다.

Q.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A. 책은 디지털 매체와 결합이 될 때, 중요한 매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정보를 얻기 위해 손에서 핸드폰을 놓지 않는다. 물론 핸드폰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새로운 정보도 중요하다. 하지만, 책은 여전히 핸드폰 이상으로 우리의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사람은 누구나 어릴 때부터 책을 접하고, 그만큼 책을 친숙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은 책을 이해하는 자기만의 방식을 갖고 있다. 모두가 책에 관심을 잃지 않고 자기만의 책 경험을 쌓아가면 좋을 것 같다.

‘포스트디지털 프린트’를 통해 배우는 출판의 역사와 흐름

더 북 소사이어티의 추천 도서, 『포스트디지털 프린트: 1894년 이후 출판의 변화』

임 대표 : 더 북 소사이어티는 디자인, 예술 분야 독립출판물을 다루는 독립서점입니다. 예술을 주제로 하는 종이책을 구매하는 독자들에게 종이가 가지는 물성은 매우 중요합니다. 전자책은 시각만 사용하지만, 종이책은 시각을 중심으로 촉각, 후각도 함께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종이책은 여전히 중요한 매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서점이 종이책을 많이 만들고 소개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포스트디지털 프린트』는 우리 서점에 매우 의미 있는 책입니다. 책이라는 매체가 어떻게 변해왔는지, 디지털시대에서 책의 가치는 무엇인지를 역사적 맥락을 통해 여러분들도 꼭 느끼길 바랍니다.

이 책의 저자 알렉산드로 루도비코는 지난 1993년부터 『뉴랄』 잡지의 편집장이자 연구자, 작가로 활동했다. 사우샘프턴(Southampton) 대학의 윈체스터(Winchester) 예술대 부교수로 있으며, 파슨스(Parsons) 파리 캠퍼스와 뉴스쿨에서 강의를 맡고 있다. 그가 쓴 책인 『포스트디지털 프린트: 1894년 이후 출판의 변화』는 임 대표가 6년에 걸쳐 직접 번역했다. 책의 내용을 부분적으로 번역하던 그는 완역의 필요성을 느껴 저자와 협의해 책 전체를 번역했다. 이러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어서인지, 이 책에는 저자와 임 대표의 인터뷰가 담겨있다. 임 대표가 독자의 관점에서 저자에게 던지는 질문과 그 답변은 독자들의 가려웠던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듯하다.

책의 역사를 조감하는 이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되며, 각각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1장 : (아직 일어나지 않은) 종이의 죽음

2장 : 인쇄 발전을 반영하는 대안 출판의 역사

3장 : 종이의 변이 : 비물질 시대에서 물질로서의 종이

4장 : 종이의 종말 : 실제 무엇이 인쇄된 페이지를 대체할 수 있는가

5장 : 분배된 아카이브 : 과거에서 온 종이 콘텐츠, 미래를 위한 종이 콘텐츠

6장 : 네트워크 : 문화 변형하기, 출판 변형하기

이 책은 포스트디지털의 개념 자체를 다루진 않는다. 대신 저자가 오랫동안 수집하고 관찰한 많은 사례를 나열하여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1920년대의 미래주의와 초현실주의, 1960년대의 플럭서스 운동, 1980년대의 펑크 진 운동 등의 역사적 흐름이 상세하게 설명돼 있다. 종이책의 역사뿐 아니라 전자책과 종이책의 차이점 또한 자세히 비교돼 있다. 저자의 이러한 설명 방식은, 종이가 시각뿐만 아니라 촉각, 후각 등을 통해서도 감각될 수 있다는 점을 잘 드러낸다.

수십 년 동안 새로운 기술과 장비가 등장했고 인쇄의 핵심 개념을 변화시켰다. 그중 하나가 등사기(謄寫機)**다. 등사기는 가볍고 부피가 작아 이동이 수월하고, 압수나 검열을 피하면서 적정량의 인쇄물을 찍어낼 수 있다. 당시 폴란드에서는 수백 개의 소규모 개인 출판사와 대형 지하 출판사가 인가받은 출판사에서 훔치거나 밀수한 장비로 출판하곤 했다. 지하출판은 자유로운 책의 유통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그들의 신념이 돼주었다.

“늘 갈구하고 우직하게 나아가라.”

『포스트디지털 프린트: 1894년 이후 출판의 변화』 속 강렬한 이 문구는 1974년, 잡지 『전 지구 카탈로그』가 지하 출판사 미래 세대에 주는 예언적인 고별사다. 『전 지구 카탈로그』가 왜 이런 고별사를 남긴 것일까. 지하출판은 그만큼 위험이 따르고 힘든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 문구가 특별한 이유는 따로 있다. 지하출판뿐만 아니라 개인의 삶에도 적용될 수 있는 문구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자신이 꿈꾸고 있는 미래의 모습이 있다. 하지만, 가끔은 자신에게 주어진 일들이 너무 무겁고 버겁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을 것이다. 왜 더 잘하지 못할까에 대한 초조함과 불안감, 뒤처지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열등감 등으로 주어진 현실에서 가끔은 도망을 치고 싶을 때가 있다.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늘 갈구하고 우직하게 나아가라”라는 말은, 따뜻한 위로가 되고, 힘이 됐을 거라 믿는다. 그래서 독자들에도 이 문구를 소개하고 싶다. 이 문구가 실린 이 책도 꼭 읽어보길 바란다.

*아트북 페어: 매체 할인 판매를 겸한 출판사들의 아트북 박람회. 국제적인 규모의 것으로는 런던과 프랑크푸르트 도서 박람회가 유명하다.

**등사기: 철필로 긁어 쓴 원지를 붙인 망판 위에 잉크 묻은 롤러를 굴려 인쇄하는 인쇄기

글 송정인 기자
haha2388@yonsei.ac.kr

사진 조현준 기자
wando-kong@yonsei.ac.kr


송정인 조현준 기자  haha2388@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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