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소설가 고정욱 작가를 만나다

청년의 웃음을 닮은 밝음, 소년의 힘찬 도약과 닮은 희망. 고정욱 작가의 인상은 그의 글과 놀랍도록 닮아있다. 햇살이 따스했던 2월 끝자락, 『가방 들어주는 아이』, 『아주 특별한 우리 형』, 『까칠한 재석이』 등 한국 청소년들의 서가를 빼곡히 채웠던 수많은 소설을 펴낸 그를 『The Y』가 만났다.

 

▶▶청소년 소설가 고정욱 작가는 진심을 담은 소설들로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한다.

A. 청소년 동화 작가와 강사를 업으로 삼고 있는 고정욱이다. 대표 저서로는 『까칠한 재석이』 시리즈, 『아주 특별한 우리 형』 등이 있다. 현재는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 가서 강연하는 강연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작년 한 해 동안만 350번의 강연을 했고, 20여 권의 책을 집필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열심히 살고 있다 자부한다. (웃음)

 

Q. 작가로서의 삶을 시작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A. 처음부터 글 쓰는 삶을 꿈꾼 것은 아니었다. 사실 고등학교 시절엔 의대나 공대 진학을 희망하는, 전형적인 이과생이었다. 그러나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당시 장애인이 의대나 공대에 진학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단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평소 책 읽기를 좋아했던지라 무작정 국어국문학과를 택했다. 그때까지도 문학이나 창작에 관심은 없었다. 그러나 대학 입학 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당시 학과 교수님이었던 조권상 교수님을 만나며 문학의 매력에 흠뻑 빠졌고, 그를 롤 모델 삼아 본격적으로 소설가가 되리란 꿈을 갖게 됐다.

 

Q. 그간 일반 작가가 아닌 ‘청소년 동화 작가’로 소개해왔다. 왜 ‘청소년’이어야 했나.

A. 내 자녀들이 읽을 책을 써주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그렇게 나온 첫 소설이 『가방 들어주는 아이』다. 출판 당시에도 많은 사랑을 받았으며 현재도 청소년 필독도서로 선정돼 있다. 독자들의 많은 사랑 덕에 청소년들을 위한 작품을 몇 개 더 집필해 달란 출판사의 제안을 받았다. 그렇게 청소년 작가로서의 삶이 시작됐다. 지금 돌아보면 그렇게 의미 있는 계기라고는 할 수 없을 듯하다. 하지만 그 후 모든 작품을 진심을 담아 집필했고, 그 진심을 알아준 청소년들의 사랑 덕에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이야기들을 써낼 수 있었다.

 

Q. 구체적인 독자층의 규정이 오히려 다른 독자의 유입을 막는 일이 될 것이라는 걱정은 없었나.

A. 전혀 없었다. 오히려 모든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목표는 허황된 꿈이다. 시장을 좁혀 구체적인 독자를 확보하는 것이 현명하다. 시장은 항상 세분돼있기에, 정확한 독자층을 구획하는 것이 작가의 능력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 구체적인 독자층의 욕구와 관심사를 파악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스스로 잘 해내지 않았나 생각한다. (웃음)

 

Q. 이처럼 독자들의 큰 사랑과 관심을 받아왔지만, 힘들었던 순간도 분명 있었을 것 같다.

A. 청소년 소설가로 완전히 자리 잡기까지의 과정은 절대 순탄치 않았다. 국문학도가 된 뒤 장애인이란 이유로 교수란 꿈을 포기했던 기억도 있다. 돌고 돌아 소설가의 길을 걸을 때도 장애인을 둘러싼 편견의 벽은 정말 견고했다.

등단한 뒤에도 위기는 많았다. 2000년대 출산율 하락은 동화책 시장의 수요를 위축시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스마트폰이 보급되며 종이책의 수요도 급감했다. 작가로서의 삶만 고집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현재는 이러한 시류에 발맞춰, 작가와 강연자를 겸임하며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Q. 작품에 관한 질문이다. 지금까지 펴낸 작품 중 가장 애착을 가지고 있는 책이 있는지 궁금하다.

A. 흔히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고 말하지만, 나에게는 있다. 『가방 들어주는 아이』와 『까칠한 재석이』 시리즈가 그 손가락이다. 『가방 들어주는 아이』는 내 첫 청소년 소설이고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은 책이다. 『까칠한 재석이』 시리즈는 국내 최초의 청소년 시리즈 작품이다. 출판계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작품이기에 남다른 애착과 고마움을 갖게 된다. 지금까지도 청소년 시리즈는 『까칠한 재석이』 시리즈가 유일하다고 한다. (웃음)

 

Q. 청소년 작가로서 가지고 있는 신념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A. 모든 소설 속에 ‘실제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담아내자는 것이 내 신념이다. 내가 살아온 시대와 내 독자들이 살아가는 시대는 완전히 다르다. 이 사실을 분명히 인정하며 책을 쓴다. 그러므로 내 작품에서는 자전적인 이야기를 배제한다. 청소년들이 현재 가지고 살아가는 고민을 그들의 언어로 소설 속에 풀어내는 것이, 작가로서 갖는 가장 중요한 원칙이자 신념이다.

 

Q.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A. 지금까지 총 300권의 책을 출판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책을 펴낸 작가’란 수식어를 가지고 있다. 앞으로도 이 수식어를 지켜나가며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500권의 책을 쓰는 것이 목표이다. 장애인이었기 때문에 온몸으로 견뎌야 했던 편견과 차별을 딛고 서,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기록을 세운 채 인생을 마무리하고 싶다. ‘인간’ 고정욱은 죽는다고 해도, 내 목소리는 ‘작가’ 고정욱이 남긴 책들 속에서 계속 울려 퍼질 것이라 믿는다.

 

Q. 끝으로 작가 고정욱의 책을 읽던 청소년에서 청년으로 자라난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A.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사실과 ‘자기 자신을 사랑하라’는 당부를 명심했으면 한다. 비록 어려운 길이라 할지라도, 확실한 배움을 줄 수 있는 길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이 세상에서 공짜로 손에 쥘 수 있는 것은 없는 만큼, 정성과 노력을 쏟아내는 인생을 살았으면 한다. 또 스스로를 먼저 사랑해야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 있으며, 이것이 외롭지 않게 성장할 수 있는 길임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이 두 이야기를 가슴에 품은 모든 청년의 꿈이 이뤄지길 바란다.

 

장애인으로서의 한계를 뛰어넘어 누구보다 큰 목표를 달성하고 싶다는 고 작가의 말 속에는, 꿈을 갖고 도전하는 청년들에 대한 애정이 묻어났다. 이제는 어엿한 청년이 된 이들의 추억 속에 살아 숨 쉬는 그의 수많은 이야기를 뒤로하고, 고 작가는 오늘도 하루하루를 희망으로 살아가며 새로운 이야기의 탄생을 위해 펜을 든다.

 

 

글 조재호 기자
jaehocho@yonsei.ac.kr
변지후 기자
wlgnhuu@yonsei.ac.kr

사진 홍예진 기자
yeppeujin@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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