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방문자 격리·잔류금지… 불안에 떠는 사생들
우리대학교 기획팀은 지난 7일 재학생을 대상으로 ‘신종코로나바이러스(아래 신종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한 긴급조치 알림’을 메일로 발송했다. 해당 공지에는 ▲학사일정 변경 ▲기숙사 입사 일정 변경 ▲스포츠센터·수영장 휴관 등의 내용이 담겼다. 그중에서도 기숙사 입사에 관해 논란이 일었다. 생활관 측이 위험 지역 방문 학생들을 개강 전 기숙사에 격리 조치하고, 잔류를 신청한 학생들의 잔류를 금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기 때문이다.
우리 기숙사에 격리 시설이?
10일(월) 신촌캠 생활관은 개강일 연기에 따른 기숙사 입사 일정 변경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했다. 해당 공지에 따르면 모든 잔류 사생은 오는 19일까지 퇴사해야 하고 3월 14일까지 잔류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기존 잔류 신청자는 환불 절차를 따로 안내받을 수 있다. 단, 지난 15일 이후 중국·홍콩·마카오·대만·일본·태국·베트남·말레이시아를 방문한 외국인 및 재외국민은 28~29일에 기숙사 입사 후 무악4학사 B동에 격리 조치된다. 29일까지 입사하지 않은 격리대상자는 2주간 외부에서 자가격리 후 입사할 수 있다. 기숙사 격리 학생들에게는 ▲화장실과 샤워 시설이 완비된 객실에 입실 ▲배정 호실 입실 후 외출 금지 ▲도시락 및 식수 제공 등의 조치가 취해진다.
국제캠 송도학사 역시 11일(화)에 특정 국가 방문 학생들을 격리 조치하겠다고 공지했다. 격리장소로 송도2학사 E동이 사용되며, 추가확산 위험을 막고자 동선을 최소화하기 위해 1층 호실을 사용할 수 있는 건물을 선정했다는 것이 학교 측 입장이다. 국제캠 종합센터 기숙사운영팀 최석철 차장은 “아직은 격리가 시작되지 않았다”며 “학생들이 돌아오기 전에 송도2학사 E동 건물 전체를 격리동으로 배정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신촌캠과 마찬가지로 송도학사 역시 식사와 생필품 등을 각 호실로 전달해 격리 학생들의 생활 여건을 최대한 보장할 방침이다.
생활관 늑장 공지에 사생들은 발만 동동
기숙사 거주 학생들은 공지가 미흡해 불안하다는 반응이다. 신촌캠의 경우 이미 무악학사에서 격리조치가 시작됐다는 점이 문제로 불거졌다. 생활관은 별도의 공지 없이 10명 이내의 격리 대상 학생들을 무악4학사 B동에 격리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격리에 대한 공지를 명확히 전달받지 못한 상태에서 해당 사실을 알게 된 것에 불만을 토로했다. 카라마디노바 페리자(Karamatdinova Perizat)(간호·17)씨는 “신종코로나로 인해 어떤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는 사전 안내도 없이 모든 일이 벌어지니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또한 무악학사는 공용화장실과 샤워실을 사용한다는 점이 학생들의 불안을 더욱 가중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우리대학교 홍보팀 김슬교 직원은 “격리 대상 학생들은 화장실·샤워실이 구비된 1인실에 격리 중이며, 보건소 검사 후 단체 활동에 문제가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며 “학생들의 불안을 막고자 격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격리 수준에 대해서는 “격리 객실의 카드키에 외부 출입 권한을 삭제했다”고 말했다.
무악학사 잔류금지 조치에 관한 논란도 있었다. 10일(월) 게시된 기존 공지에 따르면 개강까지 기숙사에서 지낼 수 있었던 잔류 신청자들도 오는 19일 일괄 퇴사해야 했다. 사생들은 퇴사 이후 개강까지 3주 이상의 기간 동안 갑작스럽게 거처를 잃게 되는 것이다. 이에 학생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총학생회(아래 총학) 온라인 청원 게시판에서는 ‘방학 기숙사 잔류자들에 대한 퇴거 명령에 대해 총학생회의 도움 부탁드립니다’라는 청원이 100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논의안건으로 제출됐다. 이에 총학은 11일(화)부터 온라인 창구를 통해 기숙사 잔류 학생들의 피해 사례를 수집하고, 생활관과 면담을 진행하기도 했다.
결국 오늘 12일(수) 총학 페이스북 페이지에 잔류 추가 신청이 가능하다는 안내문이 게재됐다. 총학은 해당 게시물에서 “생활관은 기존 무악학사 퇴소 조치를 재검토하기로 했다”며 “적절한 사유와 함께 신청서를 작성하면 추가잔류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잔류 신청자는 오는 18일까지 잔류청원서를 작성해 생활관 행정실에 제출하면 된다.
총학 대응으로 집단 퇴소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많은 학생이 학교의 조치에 아쉬움을 느꼈다. 무악학사에 거주하고 있는 윤채원(문정/언홍영·18)씨는 “잔류할 수 있는 방법이 생겨서 다행”이라면서도 “총학이 나서지 않았다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을 것이란 점과 여전히 공지 내용은 불친절하고 두루뭉술해 아쉽다”고 말했다. 신종코로나는 중국을 넘어 전 세계적인 비상사태로 번졌다. 우리대학교 기숙사에는 외국인 유학생을 포함해 많은 학생이 함께 생활한다. 개강 연기에 따라 기숙사 입사 일정에도 변화가 불가피했다. 그러나 이번 기숙사 논란은 학교 측 대응 방식과 소통에 대한 의문을 남겼다. 긴급한 때일수록 학생들이 혼란스러워하지 않도록 학교 측의 명확한 대처가 필요해 보인다.
글ㅣ변지현 기자
bodo_aegiya@yonsei.ac.kr
김수영 기자
bodo_inssa@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