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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시선] 대입제도는 방정식에 갇혔다
  • 보도부 박진성 기자
  • 승인 2019.12.02 00:33
  • 호수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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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부 박진성 기자
(정외·18)

정부서울청사는 싸늘했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단상에 섰다. 카메라 플래시가 빗발쳤다. 지난 11월 28일 교육부는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서울 소재 16개 대학에 정시 비율 40% 이상을 권고했다. 학생부종합전형의 투명성 증대방안도 발표했다. 기시감이 든다. 대입제도 변화는 항상 ‘수난사’였다. 현재 중1부터 고2까지 모든 학년의 대입제도가 다를 정도다. 이번엔 특히 소위 ‘인서울’ 대학을 국가가 ‘공식적’으로 지정해주기까지 했다.

흔히들 정시가 과정의 공정성을 보장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학생이 같은 시험을 치른다. 여기엔 누군가의 주관이 개입되지 않는다. 반면 학종을 비롯한 수시는 정성평가다. 신뢰할 수 없다고 한다. 금수저들의 등용문이라고도 비난한다.

정시와 수시의 비율 놀이는 교육 문제를 가장 단순하고 쉽게 보는 틀이다. 하지만 본질을 가린다. 이 틀은 뫼비우스의 띠다. 어느 쪽으로 가도 제자리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뫼비우스의 띠를 끊어내기 위해서는 한 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명문대 입학 = 사회적 성공


쉽게 풀리지 않는 방정식이다. 어떤 제도를 대입해도 마찬가지다. 애초에 입시제도로 풀릴 수가 없다. 이 방정식은 교육의 영역을 벗어난 지 오래다.

귀가 따갑도록 들으며 자랐다. 공부 잘해야 성공한다고. 명문대에 반드시 가야한다고. 방정식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래서 사회는 뜨거울 때마다 대입제도 변화를 외친다. 조국 전 장관 사태도 이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과거 사법고시 폐지를 함께한 문 대통령이 정시를 확대하는 아이러니가 생겼다. 검찰을 향하던 칼은 문 대통령에 꽂혔다.

대입은 시대의 ‘마지막’ 사다리다. 매년 전국의 수험생은 사다리 앞으로 모인다. 사다리 전쟁엔 자본이 개입한다. 전 세계에서도 유래를 찾기 힘든 규모의 사교육 시장은 방정식을 복잡하게 만든다. 어떤 제도를 대입해도 소용없다. 자본은 유체다. 어떤 제도에든 모양을 맞춘다.

문제의 본질은 대입이 시대의 ‘유일한’ 사다리라는 것이다. 유일한 사다리엔 합법적 특권이 강하게 개입한다. 『20vs80의 사회』의 저자 리처드 리브스는 ‘유리 바닥’과 ‘기회 사재기’의 개념을 제시한다. 하나 뿐인 사다리를 먼저 올라간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자본으로 안전망을 설치한다. 그들의 계층은 쉽게 하향이동하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유리 바닥이다. 자본은 기회도 사들일 수 있다. 누군가의 자리를 악의적으로 뺏는 것이 아니다. 사다리의 출발점을 높이는 과정이다. 일련의 과정은 합법의 영역이다. 이 과정을 바라보는 시각은 문제를 심화시킨다. 그들은 자신들의 특권을 ‘능력’으로 인식한다. 컬럼비아대 셰이머스 칸 교수의 책 『특권』은 이를 지적한다. 신(新)엘리트들은 누구보다 특권의식을 반대한다. 하지만 기회사재기로 얻은 위치를 자신의 ‘능력’이라 생각한다. 유명 학군의 고액과외는 평범한 시민들이 누리기 힘들다. 그러나 이는 누리는 사람의 ‘노력’과 ‘능력’이 된다. 사회의 문제가 개인 능력의 부족으로 치환되면서 ‘기울어진 운동장’은 허구 취급 된다. 사다리 전쟁을 끝내기 어려운 이유다. 스스로에게 되묻는다. 연세라는 이름은 ‘우리’의 온전한 ‘능력’이었는가.

전쟁을 끝내는 방법은 명확하다. 성공의 유일한 통로가 ‘대입’만이어서는 안 된다. 사다리를 고치기만 해서는 전쟁을 끝낼 수 없다. 새로운 사다리들을 놓아야 한다. 전자가 교육의 영역이라면 후자는 정치의 영역이다. 방정식의 답은 교육을 떠났다. 정치에서 찾아야 한다.

방정식을 푸는 과정은 험난하다. 판을 엎는 정치적 상상력을 요한다. 단시간에 이뤄지지 않는다. 이 상상력은 산업·문화·교육 등의 여러 영역을 넘나들어야 한다. 꾸준한 정치적 노력도 필요하다. 대체 이게 가능한지 의문스러울 것이다. 그래서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다.

보도부 박진성 기자  bodo_yojeong@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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