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제주도에서 4천여 마리의 유기견 사체가 동물 사료의 원료로 쓰인 사실이 드러났다. 반려동물 천만 시대, 동물은 사랑받는 동물과 버려진 동물로 나뉜다. 이들의 마지막은 다르게 기억된다.

 

기억된 죽음

지난 11월 22일, 고양이 ‘러블리’의 장례가 치러졌다. 숨죽여 우는 가족들의 눈앞에서 러블리는 영원한 안식에 들어갔다.

「동물보호법」상 가정에서 기르던 반려동물의 사체는 종량제봉투에 담아 생활폐기물로 배출하도록 규정돼있다. 하지만 2014년 동물 사체를 장묘시설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동물장묘법」이 개정되면서 반려동물장례업이 활성화됐다. ‘러브펫 반려동물장례식장’을 운영하는 조규웅 상무는 “초창기만 해도 반려동물장례식장은 전국 6곳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40곳에 달한다”고 말했다.

▶▶반려동물은 화장장에서 화장돼 한 줌의 재로 남는다.
▶▶녹인 유골을 한 방울씩 떨어뜨려 만든 유골스톤은 동물마다 색깔이 다르다.

반려동물 장례식은 인간의 장례와 같은 절차로 진행된다. 추모제가 열리는 동안 반려동물은 염습을 거쳐 수의를 입고 입관된다. 가족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화장된 반려동물은 한 줌의 재로 납골당에 안치된다. 반려동물에 대한 기억을 소중히 품기 위해 ‘유골 스톤’을 제작하기도 한다. 6천℃의 고열에서 유골을 녹여 만든 스톤은 영구보존돼 사랑했던 이들의 기억 속에 남는다.

 

▶▶주사 마취제와 호흡을 정지시키는 근이완제, 마지막으로 심정지약까지 총 3가지의 약품이 안락사에 사용된다.

잊혀진 죽음

사랑하던 이에게 버림받은 동물들도 있다. 지난 2018년 한 해 동안 가족을 잃은 유기동물은 12만 1천77마리로 역대 최고치다.

동물이 구조된 후, 각 지방자치단체(아래 지자체)의 동물보호센터는 주인을 찾기 위해 공고를 게시한다. 10일이 지나면 동물의 소유권은 지자체로 이전돼 반려동물은 유기동물이 된다. A 동물병원 원장 이모씨는 “잃어버린 가족을 찾기 위한 골든타임은 5일”이라며 “10일을 넘기면 사실상 주인이 찾을 의지가 없거나 의도적으로 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지자체마다 자체적으로 보호 기간을 연장하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소식이 없으면 동물보호센터는 안락사를 진행한다.

▶▶의료폐기물은 폐기물 소각장에서 한꺼번에 소각되며, 종량제 봉투에 담겨 배출된 생활폐기물은 지자체의 처리방법에 따라 소각되거나 매립된다.

안락사된 동물의 사체는 「동물보호법」에 따라 처리된다. 현행 「동물보호법」 제22조 제3항은 동물보호센터에서 배출된 사체를 ▲의료폐기물 ▲생활폐기물 ▲사업장 일반폐기물로 구분해 처리하도록 한다. 의료기관으로 지정된 동물보호센터는 각종 의료폐기물과 함께 사체를 배출해 한꺼번에 소각한다. 일반 동물보호센터의 경우, 배출량이 적을 때는 사체를 종량제 봉투에 담아 생활폐기물로 처리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하루 배출량이 300kg 이상일 경우, 동물보호센터는 사체를 사업장 일반폐기물로 지자체에 신고한 후 폐기물처리업체에 위탁해 처리해야 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같은 동물 사체라고 하더라도 발생원에 따라 폐기물 분류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제주도에서 육분으로 사료에 첨가된 유기견 3천829마리의 사체 중 2천395마리는 안락사된 유기견이었다. 문제는 육분에 남겨진 안락사 약품 성분이 사료를 먹는 동물에게도 치명적인 건강문제를 일으킨다는 점이다.
▶▶유기동물들은 죽은 후 버려져 육분이 됐다.

지난 9월, 제주 동물보호센터에서 렌더링(rendering) 처리업체에 위탁한 유기견 사체가 불법으로 사료화된 사실이 밝혀졌다. 렌더링이란 동물 사체를 고온·고압 처리해 ‘육분’이라는 분말 형태로 만드는 폐기물처리 방법이다. 제주도청 동물방역과 관계자 B씨는 “사체를 렌더링 처리하는 것 자체는 합법이지만 처리업체가 자의적으로 육분을 사료 원료로 쓴 게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렌더링 후 업체의 활동을 지자체가 일일이 관리·감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B씨는 “지자체는 업체를 선정해 폐기물을 배출할 뿐, 렌더링 업체가 후속적으로 육분을 어떻게 처리하는지까지는 알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렌더링 후 위탁업체가 육분을 불법으로 사료화하더라도 적발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9개월간 3천829마리, 총 25톤가량이 사료로 만들어졌음에도, 적발된 폐기물처리업체 두 곳에 내려진 행정처분은 영업정지 1개월뿐이다.

 

사료로 만들어진 동물은 기억되지 못했다. 유골 스톤으로 남아 사랑하는 이들에게 기억된 죽음과 버려져 사료로 만들어진 다른 죽음.  두 죽음은 다르다.

 

양하림 기자
dakharim0129@yonsei.ac.kr

박민진 기자
katarina@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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