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 교수 파면·사과 요구하는 릴레이 발언 진행돼
지난 11월 26일 낮 5시 우리대학교 중앙도서관 앞 백양로에서 ‘류석춘 교수 규탄 릴레이 발언’(아래 릴레이 발언)이 진행됐다. ‘연세대학교 평화나비’(아래 연대나비)가 주관한 이 날 집회에서는 ▲연대나비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류석춘 교수 사건 학생대책위원회(아래 대책위) ▲서울여대 평화나비 ‘슈터플라이’(아래 슈터플라이) ▲30대 총여학생회 <PRISM>(아래 <PRISM>) ▲노수석 생활 도서관 5개 단체와 개인 참가자까지 총 13명이 발언했다.
“학생들은 사건을 잊지 않았다”
릴레이 발언은 연대나비 대표 김동명(사학·18)씨의 발언으로 시작됐다. 김씨는 “아직도 류 교수 파면과 공식 사과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학생들이 잊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발언자들은 ▲역사왜곡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향한 2차 가해를 문제 삼았다. 연대나비 전혜현(사학·17)씨는 “류 교수는 제국주의 전쟁범죄를 인정하지 않고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 교수가 일본군 ‘위안부’를 ‘매춘’으로 보는 것은 역사왜곡이자 2차 가해라는 것이다. 서울여대 슈터플라이 대표 김민주(언론영상학부·18)씨는 발언문을 통해 “류 교수는 피해자들을 ‘피해자성’에 갇히게 한다”며 “강단에서의 왜곡된 발언은 사회적 편견을 강화한다”고 비판했다. 류 교수의 발언으로 학생들이 ‘피해자는 나서지 말고 조용히 있어야 한다’는 편견에 사로잡힐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 발언자는 학생과 교수 간 위계에 기반한 강의실 구조를 문제 삼았다. 대책위장 유해슬(사회·18)씨는 “강의실이 안전한 공간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라며 같은 사건이 되풀이되지 않아야 함을 강조했다. 김은결(행정·18)씨 또한 “학생들은 단순히 표현의 자유만 보장된 강의실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며 “존중과 평등을 기반으로 한 안전한 강의실을 원한다”고 말했다.
류 교수 사건에 대한 학교의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하는 발언도 있었다. <PRISM> 집행위원장 윤혜진(교육·18)씨는 류 교수의 성희롱 발언에 주목했다. 윤씨는 “류 교수의 발언은 교실 안 학생을 향한 성희롱이었다”며 “교수·학생 간 권력 관계뿐 아니라 젠더 불평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결씨 또한 류 교수의 사과와 함께 학교본부에 류 교수의 파면을 요구했다. 김은결씨는 “학교가 침묵한다면 류 교수는 피해자들과 소수자들을 향한 폭력적 언사를 서슴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내비쳤다.
학생들의 연대를 강조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강새봄(철학·17)씨는 “학교본부는 학생들이 힘을 합쳐 행동하는 것을 두려워한다”며 많은 학생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과대 A교수 사건 발생 당시 학생들의 연대가 사건 해결에 힘이 됐다는 것이다.
이날 릴레이 발언에서는 지난 10월 류 교수가 했던 전태일 열사 관련 발언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류 교수는 「월간조선」 10월호 기고문에서 전태일에 대한 노동 착취가 없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수석 생활 도서관장 민지원(경제·16)씨는 “1970년 전태일 열사의 월급은 현재가치로 48만 원 수준으로 하루 14시간 노동했다”며 “류 교수는 역사관은 물론 사회 인식까지도 왜곡됐다”고 말했다.
2시간가량 진행된 릴레이 발언은 저녁 7시경 마무리됐다. 김동명씨는 집회를 기획한 이유에 대해 “류 교수 사건에 대한 관심이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며 “여전히 문제가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았음을 말하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류 교수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윤리인권위원회는 해당 사건에 대한 결정이 내려졌으나 비밀 준수 의무로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윤리인권위원장 전광석 교수(법학전문대학원·사회보장법)는 “징계가 결정된 경우 교원인사위원회와 법인징계위원회의 심의와 결정을 거친다”고 말했다.
글 박진성 기자
bodo_yojeong@yonsei.ac.kr
이현진 수습기자
chunchu@yonsei.ac.kr
사진 이희연 기자
hyeun5939@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