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30일, 54대 총학생회(아래 총학) <Flow>가 약 8개월의 임기를 마쳤다. 우리신문사는 54대 총학생회장 박요한(신학/경영·16)씨와 부총학생회장 김현정(GLC한국문화통상‧15)씨를 만났다.

 

▶▶ 왼쪽부터 총학생회장 박요한(신학/경영·16)씨, 부회장 김현정(GLC한국문화통상·15)씨가 <Flow>의 포즈를 취하고 있다.

 

Q. 총학 임기가 마무리됐다. 소감이 어떤가.
박: 시원섭섭하다. 여태 개인 일상이 없는 힘든 시간이었다. 학교에 사건이 발생하면 모두 우리 책임인 것 같았다. 못다 한 일들이 아쉽지만, 마음이 편하기도 하다.
김: 이전에도 학생회 활동을 해왔지만, 올해만큼 학생사회의 중심에서 치열한 시간을 보낸 적은 처음이었다. 연세 학생사회에도 의미 있는 한 해였길 바란다.


Q. <Flow>의 성과를 전반적으로 평가해 달라. 가장 보람 있는 사업이 무엇인가.
박: 총학의 공백 동안 쌓여온 학생사회의 의제들을 정리하고 가는 느낌이다. 임기가 짧아 해결하지 못한 부분도 많지만, 여러 면에서 뿌듯한 성과를 이뤘다. 특히 총장 선출에 학생 참여가 보장된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학교의 결정에 있어 학생들의 영향력이 커졌다. 총장 후보자들이 재수강 제한 폐지 공약을 들고나온 것은 그 결과라고 본다.


Q.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Flow>는 학교·학생과의 소통, 생활복지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김: 생활복지는 학생들이 총학의 활동을 쉽게 체감할 수 있는 영역이라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 우리의 노력이 학생들에게 닿아서 기쁘다. 
박: 학교와는 잘 소통했으나 학생들과의 소통에는 미진했다고 생각한다. 바쁜 일정을 소화하다 보니 소통과 홍보가 단편적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이제는 학교가 중요한 사안을 결정할 때 총학의 동의를 얻는 등 이전보다 총학의 위상이 강화됐다. 이런 부분까지는 학생들이 알기 어려워 변화를 체감하지 못한 것 같다. 그 점이 아쉽다.


Q. 교육권, 취업·진로, 국제캠 분야에는 미흡했다는 지적이 있다.
김: 국제캠 관련 사업에는 신촌캠보다 소극적으로 대한 게 사실이다. 국제캠에는 통금 문제를 비롯해 장기적인 문제들이 남아있다. ‘국제캠퍼스국’을 설치했지만, 생각보다 활발하게 운영되지 않았다.
박: 교육권은 <Flow>가 신경을 많이 쓴 분야였기에 학생들의 평가가 아쉽다. 다른 대학과 달리 우리대학교는 강사법이 시행된 후에도 전체 강의 수가 줄지 않았다. 몇 년째 요구하던 교학협의체도 설치됐다. 다만 현 재수강 제도에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지 못해 학생들이 성과를 느끼지 못한 듯하다. 취업·진로도 학생들에게 중요한 부분이지만 참신한 정책을 생각해내진 못했던 것 같다.


Q. <Flow>는 총학 구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간의 성과를 설명해 달라.
박: 우선 총학 홈페이지를 리뉴얼했다. 처음 목표한 애플리케이션 제작까지는 실패했지만, 총학 디지털화의 물꼬를 텄다는 데에 의의를 두고 싶다. 총학생회칙 개정도 있다. 다음 선거부터 휴학생에게도 선거권을 부여하는 등 변화를 이뤄냈다. 또, 감사위원회를 설치해 학생회 회계를 투명화하고 법제위원회(아래 법제위)의 위상을 강화한 것도 <Flow>의 성과다. 특히 법제위의 경우 타대학에서도 문의가 올 정도로 잘 운영되고 있다.


Q. 총학 비상대책위원회(아래 비대위)에서도 활동했는데, 어떤 차이를 느꼈나.
김: 비대위는 총학과 비교할 수 없다. 비대위는 학내에서도 영향력이 있다고 보기 힘들다. 반면 총학은 사회적으로도 큰 역할을 맡는 단체다. 항상 조심하게 되고 많은 부담도 느꼈다.
박: 총학은 대표성과 영향력을 바탕으로 빠른 결정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비대위는 대표성이 없는 기구이기에 한계가 있다. 비대위는 대표성을 얻기 위해 중앙운영위원회의 합의에 기댈 수밖에 없다. 이에 논의가 길어지고 연속성 있는 정책을 펴기 힘들다. 


Q. 학생사회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도가 낮아지고 학생사회 내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박: 학생들이 학생사회에 관심이 많아도 쉽게 참여하지 못하는 지금의 학내 구조가 문제다. 신촌캠과 국제캠의 물리적 거리만큼 대표자와 학생 간 거리가 멀어졌다. 
학생 단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복수전공을 선택하고 본인의 과가 아닌 동아리에서 정체성을 확립하는 등 학생들이 전공과 정체성을 찾아가는 방식이 유연해지고 있다. 이에 반해 학생들을 과·반으로만 분류하는 학생회 단위는 여전히 경직돼있다. 경직된 학생회 단위 속 학생들은 불만이 있어도 각 단위 운영위원회에 말하지 않고 학내 커뮤니티에 토로한다. 여기서 의사 전달 구조가 왜곡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운영위원회 차원의 논의가 활발하지 않으면 중앙운영위원회·확대운영위원회가 대표성을 띤 공론장 기능을 하기 어렵다.
김: 공식 공론장이 아닌 커뮤니티에서만 논의가 오가는 것도 문제다. 외국인 학생 등 일부 학생들이 소외될 가능성이 크다.
박: 다만 총학의 1년 남짓한 임기로는 이러한 학생들의 소통 및 참여구조를 실질적으로 바꾸기 어렵다. 짧은 임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Flow>는 상설 싱크탱크(Think Tank)*인 ‘대학행정연구실’ 설치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학생사회 전반을 지속해서 연구하고 정책적 제언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인력도 자금도 부족해 이루지 못해 아쉽다.


Q. 그동안의 임기에 아쉬운 점이 있나.
김: 시간이 부족했다. 당장 대응해야 하는 사안에 대해 논의하고 의결하다 보니 임기가 끝났다. 새로운 것을 도전해보지도 못했다. 깊은 고민을 할 수 있는 부분을 많이 놓쳤다.
박: 이 고민은 학생사회의 위기와 맞물린다. 시대가 바뀌면서 학생들은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총학은 시간적·구조적 문제로 인해 기존의 것을 소화하기도 벅차다. 학생회 구조 변화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으면 좋겠다. 


Q. <Flow>가 미처 마무리하지 못한 사업 중 차기 총학이 이어갔으면 하는 사업이 있나.
박: 내부적으로는 앞서 말했던 학생회 구조와 관련해 <Flow>가 해온 고민을 이어갔으면 좋겠다. 외부적으로는 차기 총학이 학교와의 관계설정이나 학내에서 총학의 위상을 신경 썼으면 한다. 이전에는 학교 정책 결정 과정에서 학생의 목소리가 배제됐다. 이제는 총학이 참여하게 됐으니, 이를 유지했으면 한다.


Q. <Mate>가 55대 총학에 당선됐다. <Mate>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김: <Mate>는 열정이 넘친다. 학생사회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총학을 잘 이어갔으면 한다. 
박: 총학을 향한 학생들의 비판을 건설적으로 받아들였으면 한다. 총학은 지지 의견뿐 아니라 반대 입장도 들어야 한다. 학생들을 대표하는 최종기구로서 책임감을 갖고 활동하면 성공적인 총학이 될 것이다.

 

 

*여러 영역의 전문가를 조직적으로 모아서 연구, 개발하고 그 성과를 제공하는 조직

 

 

 

글 박진성 기자
bodo_yojeong@yonsei.ac.kr
변지현 기자
bodo_aegiya@yonsei.ac.kr


사진 이희연 기자
hyeun5939@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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