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움파트너스 김종석 대표에게 듣는 재생 건축의 마법

주말의 연희동은 데이트를 즐기는 청춘들로 북적인다. 지금 연희동 카페거리는 소문난 ‘핫플’이지만, 과거에는 높은 담장으로 둘러싸인 고급주택가였다. 연희동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건 지난 2010년, 곳곳에 이상한 건물이 들어서면서부터다. 콘크리트 사이로 낡은 벽돌이 보이고, 계단이 외부에 설치된 잿빛 건물들. 생전 처음 보는 건물들과 함께 연희동은 카페거리로 재탄생했다. 이 건물들이 마법처럼 연희동을 바꿔놓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마법의 비밀을 풀기 위해 쿠움파트너스 김종석 대표를 찾아갔다.

 

 

더 싸고 아름답게…

재생 건축이 가진 힘

 

김 대표는 연희동을 시작으로 연남동, 사직동 등 다양한 도시재생사업에 참여한 ‘골목재생 전문가’다. 그중 그가 가장 자부심을 가지는 건 단연 연희동이다. 스무 살 때부터 30여 년간 연희동 주민이었던 그는 지난 2010년 이웃들과 함께 ‘카페거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노후화된 연희동 골목을 재생 건축으로 되살리고자 한 것이다. 재생 건축은 오래된 건물을 개조하거나 증축해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건축방식이다. 그는 연희동에 50채가 넘는 재생 건축물을 설계했다. 그의 재생 건축물은 지금의 연희동 카페거리를 있게 한 일등공신이다.

도시재생과 재생 건축은 어떤 관련이 있을까. 김 대표는 “재생 건축을 통해 적은 비용으로 아름다운 골목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재생 건축은 기존 건물을 재활용하므로 처음부터 지어야 하는 신축보다 공사비가 적게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생 건축이 건물주에게만 좋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싼 공사비는 낮은 임대료로 이어져 건물이 동네의 명소로 거듭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다. 그는 연희동의 랜드마크인 ‘연희동 사진관’을 예로 들며 설명했다. 김 대표는 “임대료가 적정해서 세입자가 많은 것을 시도할 수 있었다”며 “그 결과 감각적인 인테리어 등으로 특색 있는 매장이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연희동 사진관은 흑백 사진을 찍어주는 예쁜 사진관으로 유명해지며 전국에서 찾는 명소가 됐다. 동네에 명소가 들어서며 동네 자체가 명소가 된 것이다. 이처럼 재생 건축은 동네 상권이 활성화되는 선순환을 만든다.

이뿐만이 아니다. 재생 건축에는 신축건물이 가질 수 없는 무형의 가치를 담을 수 있다. 바로 시간의 정취다. 재생 건축은 기존 건물의 형태를 유지하므로 옛 건물의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다. 김 대표는 “시간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름다움은 흉내 낼 수 없다”며 “사람들은 재생 건축의 아날로그적인 감성에 긍정적으로 반응한다”고 말했다. 기존 건물의 가치를 재활용해 더 큰 가치를 창출하는 셈이다.

 

 

사람들을 머물게 하는 재생 건축

 

회색 외벽과 외부에 설치된 계단. 그가 설계한 재생 건축물의 공통점이다. 땅을 깊게 파 반지하를 1층처럼 만들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이러한 형태로 건축물을 설계한 이유가 무엇일까. 김 대표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 건물에 머물고 싶게 만들기 위함”이라며 “건물이 유지되려면 매장에 손님이 많아야 한다”고 답했다. 건물이 화려하면 시선이 분산돼 사람들이 매장 내부에 집중할 수 없다. 이것이 회색빛의 노출 콘크리트로 건물을 지은 이유다. 외벽이 단조로운 회색이면 건물 내부의 조명과 인테리어가 건물보다 돋보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사람들의 시선을 매장 내부로 집중시켜 호기심을 끌 수 있다.

외부계단을 설치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외부계단은 사람들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위층으로 연결한다. 사람들의 시선은 외부계단을 따라가며 건물 구석까지 미치게 된다. 또한 ‘들어가면 안 된다’는 차단감을 주는 밀폐된 계단과 달리 외부계단은 ‘한 번 올라갔다 와볼까’라는 개방감을 준다. 도로가 외부계단을 통해 2, 3층까지 연결되는 것이다.

‘1층 같은 반지하’ 또한 매장을 매력적으로 느끼게 한다. 공간을 비스듬한 각도로 한눈에 바라볼 수 있어서다. 김 대표는 이를 ‘시선의 스트레스’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같은 높이에서 바라볼 때 시선은 목적성을 갖는다. 바라보는 대상이 시야의 정중앙에 가득 차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스듬히 바라보면 주변 풍경과 함께 대상을 볼 수 있어 목적성이 옅어진다. 이처럼 시선의 스트레스가 줄면 매장을 구석구석 볼 수 있게 된다.

 

마을을 담은 재생 건축

 

한 건물에 다양한 매장이 입점해 있다는 것 또한 ‘김종석표’ 건축의 중요한 특징이다. 대저택을 재활용한 건물에 많게는 7~8개의 매장이 입점하는데, 업종이 모두 다르다. 액세서리 가게부터 꽃집, 사진 스튜디오, 술집까지 하나의 생태계처럼 다양하게 구성돼있다. 그는 건물이 완공되기 전에 부동산 중개인에게 찾아가 건물에 어떤 매장이 들어와야 하는지 일러놓는다고 한다. 이를 통해 그가 의도하는 것은 ‘풍성한 연희동’이다. 김 대표는 “건물을 ‘업종’이라는 이야기가 다양한 하나의 마을처럼 꾸리고자 한다”며 “마을 같은 건물이 많아지면 동네가 더욱 풍성해진다”고 말했다.

그가 브릿지를 설치하는 이유도 건축물에 마을을 담기 위해서다. 브릿지는 서로 다른 건물을 다리처럼 건널 수 있게 하는 구조물이다. 김 대표는 “어렸을 때 집에 가려면 반드시 다리를 건너야 했다”며 “어릴 적 추억이 담긴 브릿지로 건물을 마을처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재생 건축으로 풍성한 마을을 만들고자 하는 김 대표. 그는 도시재생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소통’을 꼽았다. 예쁜 건물을 짓는 것보다, 지역 사람들과 상생할 수 있는 건물을 짓는 게 진정한 도시재생이라는 것이다. 그는 “연희동을 계속해서 가꿔나갈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앞으로 연희동을 찾는다면 회색 건물을 유심히 살펴보자. 동네를 향한 김 대표의 사랑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글 김병관 기자
byeongmag@yonsei.ac.kr

사진 이희연 기자
hyeun5939@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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