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The Y
[The Y 대신 해드립니다] 탄소 발자국 기록장 체험기
  • 김병관 조재호 기자
  • 승인 2019.12.02 00:21
  • 호수 54
  • 댓글 0

“당신들은 빈말로 내 꿈을 빼앗았다.” 지난 9월, 16세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각국 정상들을 질타하며 던진 말이다. 툰베리는 당장 온실가스를 줄이지 않으면 재앙이 닥칠 거라고 경고했다. 실제 통계 데이터도 높은 탄소배출량으로 인한 지구의 위기를 방증한다. 그렇다면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The Y』 기자들은 ‘탄소 발자국 기록장’을 기록하며 저탄소 생활을 체험해봤다.

※기사에 언급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한국기후·환경네트워크’의 1년 기준 계산치를 활용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에 따른 식재효과는 국립산림과학원의 자료에 근거했다.

<병관 기자의 체험기>

1일 차: 비장한 마음으로 탄소 발자국 기록장 웹페이지에 접속했다. 웹페이지에는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생활수칙 40가지가 적혀있었다. 자동차 관련 수칙과 자취생이 지키기 힘든 수칙을 제외하면, 내가 실천할 수 있는 수칙은 10가지. 이를 1년 동안 실천하면 이산화탄소 434.9kg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소나무 66그루를 심는 효과라고 하니 벌써부터 많은 양의 온실가스를 줄인 것만 같다.

2일 차: 쉬운 것부터 차근차근 실천하기로 했다. 오랜만에 텀블러를 들고 학교에 갔다. 종이컵 대신 개인 컵을 사용하면 이산화탄소 3.5kg을 줄일 수 있다. 등교하자마자 카페에 들러 텀블러를 내밀었더니 600원을 할인해줬다. “용돈의 3할은 커피값으로 나갈 텐데 생활비도 아끼고 좋잖아?”

3일 차: 내 노트북에선 소나무가 자란다. 절전프로그램 ‘그린터치’를 설치했기 때문이다. 그린터치는 컴퓨터를 잠시 사용하지 않을 때 절전모드로 자동 전환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렇게 줄인 전력량은 노트북 화면에 이산화탄소 감축량과 소나무 식재량으로 환산돼 표시된다. 매일 1시간씩 석 달 동안 절전모드를 실행하면 소나무 1그루를 심는 효과를 낸다. 내 나무는 아직 씨앗 단계다. 무럭무럭 자라길!

4일 차: 동장군이 오시려나… 기온이 영하까지 떨어졌다. 오늘은 저탄소로 겨울을 나기 위해 집안 곳곳에 단열재를 설치했다. 이산화탄소 71.4kg을 줄일 수 있어서다. 보일러 온도도 겨울철 실내 적정온도인 20℃로 설정했다. 겨울에 보일러 온도를 2℃ 낮추면 이산화탄소 71.4kg을 절감할 수 있다. 너무 추운 거 아니냐고? 아니다. 오히려 실내외 온도 차가 크면 신체가 온도변화에 적응하느라 면역력이 떨어진다. 실내온도를 20℃ 내외로 유지하고, 그래도 춥다면 내복을 입는 것이 건강에 좋다고 한다.

5일 차: 우리의 식탁에서도 탄소는 배출된다. 소 한 마리가 1년 동안 47kg의 메탄을 배출한다는 사실, 알고 있었나? 온실효과 기준으로 이산화탄소 1,109kg을 배출하는 셈이다. 육식을 줄이지 않고선 탄소 발자국을 줄이기 힘든 이유다. 다행히 최근 들어 비건 채식을 실천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많아졌다고 한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오늘 하루는 비건으로 살아보기로 했다. 첫 끼는 편의점에서 해결했다. 요즘에는 편의점에서도 비건식을 판다. 콩불고기버거를 사먹었는데, 식감이 거칠었지만, 불고기버거와 유사한 맛이었다. 저녁엔 친구와 약속이 있어 비건 메뉴가 있는 레스토랑에서 갈릭버섯필라프를 먹었다. 비건을 실천하면서도 친구와 근사한 식사를 할 수 있는 세상이다.

6일 차: 일주일 가까이 됐지만, 아직도 적응하기 힘든 것이 있다. 바로 샤워를 10분 안에 마치는 일이다. 탄소 발자국을 줄이기 위해선 10분 안에 샤워를 끝내야 한다. 6일째 쫓기듯 샤워하고 있다. 모든 변화에는 불편함이 따르는 법. “기후야 바뀌지 마. 내가 변할게”

7일 차: 탄소 발자국 기록장은 일주일마다 실천 소감을 작성하도록 돼 있다. 나는 “미래는 이미 우리 안에 와 있다”란 말로 기록을 시작했다.

과연 인류는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일주일 동안 저탄소 생활을 하며 내린 답은, ‘미래는 우리들의 행동 속에 예고돼있다’는 것이다. 기후재앙은 탄소 배출에 무관심했던 우리의 행동이 시간을 타고 표현된 것에 불과하다. 희망적인 건 긍정적인 변화 또한 우리 손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66그루의 소나무를 심을 때까지 생활수칙을 실천하는 것이 내가 일궈낼 수 있는 변화의 첫걸음일 것이다.

<재호 기자의 체험기>

1일 차: 탄소 발자국은 그동안 관심 밖이었다. 평소 더위를 많이 타서 보일러도 잘 안 틀고, 외출도 잘 잘 안 해서 일회용품 사용도 많지 않다고 자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생활습관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탄소 배출량은 많을 것이라고 예상된다. 왜냐고? 바로 평소에 자동차를 운전해 이동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아마 나의 탄소 발자국에는 자동차가 꽤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2일 차: 아침에 학교 가기 전에 옷, 신발, 세차용품 등 차에 있는 불필요한 짐을 빼기로 했다. 차의 무게가 줄면 연비가 절약되기 때문이다. 이 덕분에 총 56kg의 탄소를 줄였다. 겨울에는 차에서 히터를 틀곤 했는데, 연비를 위해 히터 대신 차에서 패딩 혹은 코트를 그대로 입었다. 외투를 입고 운전하는 게 불편했지만, 덕분에 탄소를 22kg이나 절약했다.

또, 공회전하던 습관을 고쳤다. 평소 운전을 마치고 차에서 기다릴 때 시동을 안 끄고 공회전하는 버릇이 있었다. 기다리거나 쉬는 동안 음악을 들으려는 목적이지만, 이 공회전도 생각보다 많은 탄소를 배출하고 있었다. 하루 평균 25분 정도의 공회전을 하던 습관을 고친 덕분에 1년으로 치면 250kg의 탄소를 줄이는 데 성공했다. 사소한 습관이 얼마나 많은 탄소를 배출시켰는지 새삼 깨달았다.

4~5일 차: 이틀 동안 차로 총 1000km를 이동했다. 자가용 이용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는 이동 경로 탓에 의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환경에 미안한 결정인 만큼 오늘은 연비에 집중했다. 급가속과 급정거 자제, 정속 주행*을 하다 보니 평균 연비가 16에서 19로 올랐다. 휘발유 1리터로 평소보다 3km를 더 간 셈이다. 연비 운전 덕분에 25kg을 줄였다. 이러한 운전 습관을 생활화한다면 1년에 대략 1000kg 이상의 탄소를 줄일 수 있다.

6일 차: 그동안 우편으로 배달되던 핸드폰 요금 청구, 신용카드 이용 등 모든 청구서를 전부 스마트 청구서로 바꾸었다. 이는 곧 0.3kg의 탄소를 감소시켰다. 또 노트북과 핸드폰을 모두 절전모드로 바꿔 사용했고 대략 탄소 20kg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7일 차: 탄소 발자국 체험기는 일상 속 습관을 변화시켰다. 일주일 동안 나는 큰 소비 혹은 노력 없이도 탄소를 줄였다. 계산해보니 일주일 동안의 노력을 습관화할 수만 있다면 나는 1년에 대략 1500kg의 탄소 배출을 막을 수 있었다. 꽤 눈에 띄는 수치였다. 개인의 사소한 노력이 환경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 일주일이었다. 누구나 한 번쯤은 탄소 기록장과 함께 일상을 살아보길 권한다.

*정속 주행: 자동차가 정해진 속도로 일정하게 달리는 일.

<연세대 대기과학과 구자호 조교수에게 묻다>

Q. 이산화탄소와 같은 온실가스가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요?

A. 온실가스는 복사 에너지를 흡수해 대기에 재방출합니다. 그 결과 지구의 온도가 상승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남극, 북극의 해빙이 녹아 해수면이 상승합니다. 더워진 공기는 수온을 높여 대기 불안정을 초래하고, 이는 기후를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크게 바꿉니다.

Q.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요?

A. 제조업과 농업, 축산업을 포함한 산업 활동을 줄이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입니다. 그러나 경제성장을 포기하기 힘든 현실을 감안하면 이 방법이 얼마나 유효한지 고민해봐야 합니다. 최근엔 이산화탄소 고정기술 등으로 이미 배출된 온실가스를 처리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기도 합니다.

글 김병관 기자
byeongmag@yonsei.ac.kr
조재호 기자
jaehocho@yonsei.ac.kr

김병관 조재호 기자  byeongmag@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