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구 홍연길 26 (연희동)

통유리로 된 가게 너머에 훤히 보이는 텀블러 진열대. 가게 바로 앞에 위치한 텀블러 반납 우체통. 카페에서 쉽게 보이는 풍경은 아니다.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이 묻어나는 이곳은 연희동에 위치한 ‘보틀팩토리’다.

 

Q. 가게 소개와 자기소개 부탁한다.

A. 정다운 대표와 함께 보틀팩토리를 운영하는 이현철 대표이다. 지난해 5월 가게를 열어 재활용에 관한 여러 실험을 하고 있다. 카페를 운영하기 전에는 상수역 쪽에서 제품 디자인 일을 했다. 직장인이 많은 곳에 작업실이 위치해 이곳을 카페로 운영해보고자 했다. 지금이야 카페 안에서 일회용 잔을 쓰기 어렵지만, 당시만 해도 일회용 잔을 많이 사용했다. 그때 느낀 건 배출되는 일회용품 쓰레기가 어마어마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생각한 아이디어가 ‘텀블러 테이크아웃 카페’였고, 연희동으로 옮겨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다. 손님들은 회원가입 후 텀블러를 대여하고 나중에 반납하는 방식으로 카페를 이용한다.

 

Q. 보틀팩토리 장소로 기존에 일하던 상수역이 아닌 연희동을 골랐다. 연희동에 자리 잡은 특별한 이유가 있나.

A. 일단 특유의 차분하고 조용한 분위기에 끌렸다. 직장인이나 놀러 오는 인구가 많은 상수동이나 연남동보다 손님들 대부분이 연희동 주민이라는 점도 좋았다. 그래서 그런지 진짜 사람 사는 동네 같다고 느껴진다. 거주민이 많다는 특성이 텀블러 회수율에 크게 기여하는 것은 두말할 것 없다. 옛날부터 있던 방앗간, 슈퍼 등의 가게가 주는 정겨움도 좋다. 손님들도 이해심이 깊다. 여러모로 애정 가는 동네다.

 

Q. 쓰레기 배출을 지양하는 제로 웨이스트(zero-waste) 카페로 잘 알려져 있다.

A. 사실 쓰레기가 아예 안 나올 수는 없다. 그래도 최대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려 한다. 사실 환경 문제를 크게 보자면, 쓰레기 배출은 일부에 불과하다. 그래서 비건 음식을 지향하는 데에도 신경 쓰고 있다. 아직 부족하긴 하나, 꾸준히 다양한 비건 음식과 음료를 연구 중이다. 현재 매장에서 만들어 판매 중인 스콘도 세 종류 중 두 가지는 비건식이다.

 

Q. 일회용품 사용 지양을 위한 물건도 자체적으로 판매한다고 들었다.

A. 그렇다. 대표적으로 재활용 빨대가 있다. 선물용으로 많이들 사 간다. 보틀팩토리 바로 옆에 위치한 잡화점과 협업해 디자인한 장바구니도 판매한 적이 있다. 이 외에도 피크닉 매트, 플라스틱 수세미를 대신할 수 있는 삼베 수세미 등을 판매하고 있다. 가장 반응이 좋았던 것은 신용카드 스티커다. 신용카드 위에 붙일 수 있도록 ‘영수증은 필요하지 않습니다’란 문구가 쓰인 스티커였는데, 홍보가 잘 돼 많이 판매됐다.

 

Q. ‘일회용품 없는 카페들의 일주일’이라 불리는 ‘유어보틀위크’ 행사를 기획했다고 들었다. 자세한 설명 부탁한다.

A. ‘유어보틀위크’는 몇몇 타 카페들과 같이 진행하는 행사다. 이 기간에 소비자들은 보틀팩토리에서 빌려 간 테이크아웃 텀블러를 유어보틀위크에 참여한 카페 어디서든 반납할 수 있다. 처음 행사를 시작한 것은 지난해다. 당시에는 홍대 부근의 카페들과 제휴했다. 손님들이 행사 기간 동안 유명하고 다양한 카페를 방문하는 것에 의의를 두고자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틀팩토리에서 홍대 및 다른 동네의 유명 카페들까지 걸어 다닐 수 없는 거리라는 문제가 있었다. 기존 고객들의 동선과 행사 장소가 맞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올해에는 보틀팩토리에서 도보로 이동 가능한 카페들과 함께 행사를 진행했다. 또 근처 베이커리, 김밥 가게 등 카페 외의 가게들과도 협업해 유어보틀위크를 ‘마을 축제’의 느낌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평소와 달리 가게 사장들과도 동료의식을 느끼며 공감할 수 있던 시간이었다.

 

Q. 다른 가게들과의 협업을 통해 꾀한 변화가 있나.

A. 사실 일회용품 쓰레기는 어느 가게에서든 정말 많이 배출된다. 일주일이란 짧은 시간이지만 다른 가게에서도 일회용품 사용 절감을 결심하는 계기가 됐으면 했다. 또 가게를 운영하다 보면, 온라인으로 식자재를 구매했을 때 대량의 일회용품 쓰레기가 나온다. 이를 해결할 방법은 근처 가게에서 직접 식자재를 구매해 쓰는 것이다. 일례로 보틀팩토리는 길 건너 카페 ‘카페여름’에서 원두를 재활용 가능한 유리병에 담아 온다. 이러한 협업 자체가 의미 있는 변화라고 생각한다.

 

Q. 보틀팩토리의 운영을 통해 최종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나.

A. 보틀팩토리가 일회용품 사용을 지양하는 카페로 널리 알려졌지만, 이와 함께 도전하는 분야는 ‘채식’이다. 디저트에서도 비건 빵 레시피를 꾸준히 연구 중이다. 또 ‘환경친화적이라 사는 상품’이 아닌, ‘예쁘고 맛있어서 소비했는데 알고 보니 환경적인 상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결론적으로 보틀팩토리가 ‘자연스럽게 환경친화적 소비를 유도하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 별다른 노력 없이도 자연스레 환경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 공간으로, 이곳을 꾸려나가고 싶다.

 

글 김인영 기자 
hellodlsdud@gmail.com

사진 정구윤 기자
guyoon1214@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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