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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지지’ 목소리, 대학가에 번지다심화되는 갈등 양상에 일각에선 우려도
  • 박진성 변지현 양하림 기자
  • 승인 2019.11.24 22:25
  • 호수 1843
  • 댓글 0

지난 3월 송환법* 철회 요구를 시작으로 홍콩에서는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우리대학교를 비롯한 많은 대학에서 집회 개최, 대자보 부착, 레논 벽(Lennon Wall)** 설치 등 홍콩을 지지하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이어졌다. 그러나 홍콩에 대한 지지가 한국 학생과 중국 본토 유학생 간 충돌로 이어진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 침묵 행진에서 참가자들은 ▲송환법 완전 철회 ▲경찰의 강경 진압을 조사할 독립 위원회 설치 ▲체포된 시위 참가자 전원 석방 및 불기소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의 5대 요구 사항을 다섯 손가락으로 표현하고 있다.

검은 마스크의 소리 없는 아우성

우리대학교 학생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홍콩 시위를 지지했다. 지난 10월부터 교내에 홍콩을 지지하는 현수막이 게시돼 왔고, 18일 학생회관에는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레논 벽이 설치됐다. 20일, 노동자 연대 연세대모임(아래 노동자 연대)은 학생들로부터 홍콩 응원 문구를 받는 캠페인을 개최하기도 했다. 같은 날 노동자 연대는 중앙도서관 앞에 레논 벽을 설치했다.

지난 18일 낮 2시 30분, 우리대학교 정문에서는 ‘홍콩 정부의 국가폭력을 규탄하는 연세대학교 침묵 행진’(아래 행진)이 열렸다. 본 행진은 ▲홍콩을 지지하는 연세대학교 한국인 대학생들(아래 홍연대) ▲노동자 연대 ▲홍콩의 진실을 알리는 학생모임(아래 홍진모)이 공동주관했다.

행진에 앞서 단체 대표자들의 발언이 있었다. 노동자 연대 임재경(토목·13)씨는 “우리는 홍콩 항쟁이 정당함을 말하기 위해 모였다”며 “이들의 항쟁은 우리나라 민주화를 위해 싸운 이한열 열사를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한국도 과거 홍콩과 같은 아픔을 겪었기에 그들의 아픔에 공감한다는 것이다. 이어 홍연대 이영규(노문·14)씨가 발언했다. 이씨는 “홍콩 시민들이 연대를 요청하고 있다”며 “우리는 폭력으로 입과 귀를 막으려는 사람들과 싸우며 계속해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발언이 끝난 후 집회 참가자들은 검은 옷과 마스크를 착용하고 정문부터 학생회관까지 침묵한 채 행진했다. 홍연대 소속 A씨는 “한국 대학가에도 홍콩 시민들을 지지하는 학생들이 존재한다고 보여주고 싶었다”며 행진을 기획한 이유를 설명했다. 행진에 참여한 홍콩 유학생 B씨는 “홍콩 밖에서의 집회가 홍콩 시민들에게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며 “학생들이 집회에 많이 참석해 홍콩에 힘이 돼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리대학교 학생회관 레논 벽에는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학생들의 응원 문구가 적혀 있다.

대학가에 번지는 갈등의 불씨

홍콩 시위에 대한 지지가 대학가로 확산되면서, 일부 한국 학생과 중국 본토 유학생 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고려대에서도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대자보가 여러 차례 훼손됐고, 홍콩 시위 반대 대자보가 붙기도 했다. 지난 12일에는 한국 학생들과 중국 본토 유학생들이 욕설을 주고받는 등 갈등이 생기기도 했다.

같은 날 한양대에서는 몸싸움이 일어났다. 홍진모 회원들이 붙인 홍콩 시위 지지 대자보에 중국 본토 유학생들이 항의하며 대자보를 떼려 했고, 결국 몸싸움으로 번졌다. 중국 본토 유학생들은 한양대 레논 벽에 중국 국기를 붙이며 홍콩 시위를 반대하기도 했다. 지난 15일, 한국외대에는 홍콩 시위 지지 대자보를 붙인 학생의 얼굴과 함께 욕설이 적힌 대자보가 붙었다. 19일 학교 측은 학내에 부착된 홍콩 시위 관련 대자보를 모두 철거했다. 이에 ‘홍콩 항쟁을 지지하는 한국외대 학생들’을 포함한 한국외대 재학생들은 21일 기자회견을 열어 학교의 무단 철거를 비판하기도 했다.

우리대학교 또한 갈등에서 자유롭지 않다. 홍연대가 세 차례에 걸쳐 게시한 현수막 9개와 대자보 1개는 모두 훼손됐다. <관련기사 1841호 3면 ‘홍콩지지 ‘현수막 철거’, 학내 논란 일어’> 홍연대는 3차로 현수막을 게시할 당시 현수막을 지키다 이를 훼손하려는 일행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홍연대는 이를 영상으로 남기고 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한편, 중앙도서관 앞에 설치된 레논 벽에는 ‘당신들이 간섭할 일이 아니다’라는 말과 홍콩 시위를 비판하는 쪽지가 붙기도 했다. 쪽지에는 “홍콩을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것이 진리는 아니다”라며 홍콩 시민들이 살인과 폭력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청한 우리대학교 C교수는 “사회주의 체제에서 성장한 중국 학생들과 민주주의 체제 아래서 살아온 한국 학생들의 시각이 충돌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홍콩을 바라보는
대학가 속 다양한 목소리

학내 구성원들은 그간 진행된 시위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구성원들은 ▲폭력 없는 자유로운 논의 ▲혐오 표현에 대한 경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A씨는 대학가에서 한중 학생 간 폭력이 발생한 것에 대해 “폭력으로 누군가의 목소리와 행동을 제재하려 한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민주적이고 자유로운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승연(정외·18)씨는 “폭력은 약자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최후의 수단마저 빼앗는다”며 “민주적으로 소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갈등의 해결책으로 건강한 토론이 가능한 공론장 마련이 제시되기도 했다. C교수는 “양국 학생들이 열린 공간에서 자유롭게 소통해야 한다”며 “이러한 논의가 정례화된 모임으로 발전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혐오 표현 사용이 중단돼야 한다는 점 또한 강조된다. 김씨는 “서로를 향한 혐오 발언은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다”라며 “혐오 표현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진에 참여한 노동자 연대 소속 오제하(사회·13)씨 또한 “혐오와 차별은 홍콩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국 본토 유학생들에 대한 오해가 해소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자보와 현수막을 훼손한 것은 소수의 학생으로, 전체 중국 학생들에 대한 혐오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오씨는 “고려대의 경우 전체 2천 명의 중국 본토 유학생 중 대자보를 훼손한 학생은 20명 정도”라며 “약 1%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홍콩 항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C교수는 “한국의 민주화 과정에서도 세계 청년의 연대가 있었다”며 “우리대학교 학생들 또한 홍콩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홍콩 시위 지지가 학내로 번진 지금, 성숙한 소통이 필요한 시점이다.

* 중국 본토와 대만, 마카오 등 홍콩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서도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법
** 체코에서 존 레논을 추모하며 만들어진 벽으로 민주화 운동의 상징이 됐다. 현재 홍콩과 국내 대학가에서 시위 지지 메시지를 남기는 벽으로 통용되고 있다.

글 박진성 기자
bodo_yojeong@yonsei.ac.kr
변지현 기자
bodo_aegiya@yonsei.ac.kr

사진 양하림 기자
dakharim0129@yonsei.ac.kr
이희연 기자
hyeun5939@yonsei.ac.kr

박진성 변지현 양하림 기자  bodo_yojeong@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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