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CCTV설치, 선행돼야 할 고려 지점들 많아

김정윤 (생디/문화인류·15)

장장 다섯 시간에 걸친 수술이었다. 올해로 쉰을 갓 넘긴 어머니는 지난 2012년, 큰 병을 진단받고 수술대에 오르셨다. 생명이 오가는 자락에서 쉽지 않은 수술이었다. 명실상부 국내 최고 병원에서 해당 분야에 제일간다는 교수님에게 맡긴 수술이었지만, 딸 된 마음으로는 한없이 부족했다. 그러나 아무것도 모르는 고등학생이었던 나는 그저 병원의 시스템과 교수님을 신인 것 마냥 믿고 기도하는 수밖에 없었다. 다른 누군가를 그토록 믿어 본, 믿어야 할 수밖에 없었던, 참 무력하고 비이성적이었던 순간은 오래 남아 아직도 기억 한 켠에서 살아있다. 수술실에서 생일 케이크 촛불을 불고, 음식을 먹고, 장난치는 의료인들의 사진이 인터넷에서 이슈가 된 지 어언 5년이 됐다. 환자의 생명이 걸린 순간을 가벼이 여기는 것보다도 더욱 강력하게 사람의 마음을 건드린 것은 자격 없는 의료기기 판매 사원과 자격 없는 의사들의 대리 수술, 그리고 그로써 죽음에 이른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성형수술을 받으러 가는 사람들에겐 녹음기를 몸에 숨겨 들어가는 것이 공공연한 조언으로 이미 회자되고 있을 즈음이었다. 직업윤리를 지키지 않는 의사들과 당장이라도 담판을 지을 것 같았던 국회는 의사협회의 반대와 논쟁적인 여론 가운데에서 5년이 지나도록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수술실 CCTV 설치는 의료 사고 발생 시 환자들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 경기도 의료원은 이미 안성 병원을 필두로, 산하 6개 병원의 수술실에 CCTV를 설치했다. 환자들의 촬영 동의율은 도입 직후 53%에서 19년 5월 83%까지 늘어났다. 자신의 생명을 다른 누군가의 손에 맡겨야 하는 사람들에게 CCTV는 하나의 수단으로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과연 수술실 CCTV가 진정으로 환자에게 최고의 치료를 보증하는 수단이 될 수 있을지에는 의문이 생긴다. 수술이라는 과정은 분명, 그저 같은 사람일 뿐인 누군가에게 본인의 몸을 맡겨야 하는, 근본적으로 비이성적인 신뢰에 기반한 것이다. 수술하는 의사에게도 이는 마찬가지이다. 누군가의 생명을 다루는 순간은 언제나 긴장될 수밖에 없다. 크고 중한 수술일수록 더욱 긴장되고, 혹시나 발생할 응급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하기란 그의 능력의 최대치를 요하는 일일 것이다. 수술이란 본디 인간이 일상적으로 접하지 못하는 비논리적인 신뢰와 긴장을 요구하기에, 여기에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카메라가 설치돼있다는 사실은 의사가 신속하게 위험에 대처하고 최적의 치료를 행하는 데에 심리적인 방해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또한 촬영된 영상이 이후 사용될 경우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 수술실에서 행해지는 많은 조치와 발생하는 상황들은, 전문적인 지식 없이 이해할 수 없거나 오해하기 쉬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의료인의 설명과 편집을 거치지 않고 날것 그대로의 영상이 비전문가들에게 주어졌을 때, 이는 필연적으로 해석의 문제를 가져다줄 것이다. 피가 튀고 혈압이 마구 떨어지는 상황은 의사들에겐 익숙한 상황이겠지만, 영상을 접하는 비전문가에겐 이해할 수 없는 충격적인 장면일 수 있다. 이러한 전문성과 이해도의 차이에 대한 논의, 그리고 이것이 가져다 줄 문제 상황들을 해결할 수 있는 세부적인 규제가 CCTV 도입 이전에 충분히 논의될 필요가 있다. 수술실 CCTV 설치는 한 사람으로서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생명을 위탁할 수밖에 없는 환자에게 하나의 대비책이 될 것이다. 그러나, 빠르게 설치하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 목적을 잊지 않고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 상황들을 사전에 고려하는 것이다. 의사가 극도의 긴장 상황에서 최적의 치료를 할 수 있도록, 촬영된 영상이 이후 환자를 비롯한 비전문가에게 주어졌을 때 또 다른 오해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그리고 환자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본래의 목적을 제외한 그 어디에도 악용되지 않도록 다양한 상황을 고려하고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 결국 목적은 감시나 처벌이 아닌,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를 제공하고 의료인과 환자 사이에 충분한 신뢰를 만드는 것이다. 수술실 CCTV 설치는 이러한 세부적인 사항에 대한 고려가 선행된 후에 가능하다. 환자가 의사를 보다 더 신뢰하고, 의사는 윤리적인 최적의 치료를 하는 바람직한 의료 환경의 마련을 위해 더욱 많은 논의가 오가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