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카드 보고체계 빈틈 파고든 ‘간 큰’ 범행

지난 13일, 서울 서부지방법원은 1심에서 4개월간 우리대학교에 근무하며 약 3천만 원을 횡령한 교직원 A씨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A씨는 우리대학교 직장예비군연대(아래 예비군연대)에 2018년 3월 취직해 사건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상사의 신뢰, 업무의 특성, 부서 시스템…
세 박자가 만들어낸 허점 노려

 

우리대학교는 「법인카드 관리 및 사용에 관한 내규」(아래 법인카드 내규)에 따라 사용부서의 장이 법인카드를 소지하고 필요시에만 직원이 사용하게 돼 있다. 직원은 법인카드 사용 후 사용 내역을 사용부서의 장에게 보고하고 반드시 카드를 반환해야 한다. 당시 예비군연대 김종익 연대장은 직원 A씨에게 법인카드를 위임했다. 김 연대장은 “군대에서 근무하듯 부하직원을 무조건 신뢰하고 카드를 맡긴 것이 문제였다”고 말했다.

법인카드는 학교의 공적비용 집행에만 사용돼야 하며, 사적인 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 법인카드 내규 제3조 4항에 따르면 법인카드 사용부서의 장은 1인 이상의 담당자를 지정해 법인카드 관리 및 정산 등의 업무를 담당하게 한다. 그러나 예비군연대는 연대장을 포함해 세 명의 인원으로 구성된 소규모 부서였기 때문에 A씨 혼자서 업무를 전담하게 된 것이다. A씨는 이를 악용해 법인카드를 공적 사용 이외에 저녁 식사 등 개인적인 사유로 사용했다. 그리고 법인카드를 업무 외적으로 사용한 내역에 대해서는 따로 보고 하지 않았다. 

A씨의 횡령은 김 연대장이 결제 보고액과 카드 명세서 금액의 차이를 발견하며 드러났다. 김 연대장은 “보고가 이상하다고 느껴 법인카드의 총괄부서인 총무처 재무·회계팀에 찾아가 A씨의 범행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사태 파악 이후 A씨의 법인카드 남용에 대한 징계위원회가 열렸고 계약직원 인사규정에 따라 A씨의 파면 징계가 내려졌다. 학교 측이 A씨를 업무상 횡령으로 경찰에 신고하면서 해당 사건은 형사소송으로 이어졌다.

 

시스템 개선한 학교,
앞으로의 범행 막을 수 있을까

 

한편, 해당 사건의 판결문을 통해 A씨의 횡령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 알려지기도 했다. A씨가 과거 타 대학에서 근무하며 등록금을 횡령한 전과가 있던 것이다. 그러나 고용 시 지원자에 대한 신원조회는 인권침해 및 개인정보보호 문제로 인해 조회가 불가능하기에 학교 또한 알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총무처 인사팀 관계자는 “본인이 전과를 밝히지 않는 이상 전과자 고용을 미연에 방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인사팀은 사건 이후 논의를 거쳐 교직원의 ‘신원보증보험’ 가입을 의무화했다. 신원보증보험은 사기와 횡령 같은 사건 발생 시 이를 책임질 제3자를 사전에 지정하도록 한다. 해당 제도를 통해 고용주는 피고용인의 불법행위로 인해 입은 손해를 사전에 정해놓은 사람이나 회사를 상대로 배상받을 수 있다.

예비군연대 측에서도 더욱 철저하게 예산을 관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건 발생 전에는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일일이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었다. 예비군연대는 이러한 시스템을 개선해 연대장이 별도의 보고 없이도 법인카드의 사용 내역을 바로 확인할 수 있게 했다. 김 연대장은 “해당사건 이후 법인카드를 항상 연대장이 보관하고 매 결제 건에 대해 직원으로부터 보고를 받아 확인한다”며 “같은 사건이 반복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A씨가 횡령한 금액은 사건이 밝혀진 지 15개월 만에 그의 부모가 변상했다. 학생들이 납부하는 등록금인 교비가 또다시 개인의 사적 용도로 사용되지 않도록 특별한 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글 변지현 기자
bodo_aegiya@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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