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6월 헌법재판소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대체복무를 허용하지 않는 병역법 조항이 헌법에 합치되지 않음을 결정했다. 다만, 법질서 혼란 예방 차 2019년 12월 31일까지만 현행법의 효력을 한시적으로 연장했다. 11월에는 대법원이 양심에 기초한 병역거부가 병역법상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기에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없음을 선언했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결정으로 우리 헌법 체제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처벌이 불가하며 대체복무를 통해 국방의 의무를 다하도록 법 제도가 개선된 셈이다.

그러나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양심적 병역거부자 다수에 대한 재판은 계류 중이다. 종교적 이유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 외 비폭력·평화주의에 따른 병역거부에 대해서는 유죄 결정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양심적 병역거부의 심사기준 및 방법을 둘러싼 논쟁도 여전히 치열해 심사 과정 자체가 오히려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우려도 있다.

무엇보다 위헌결정으로 효력이 없는 병역법 조항의 개정과 대체복무제의 실효적 도입을 위한 과정도 지지부진하다. 국회는 법 개정을 두 달도 채 남겨놓고 있지 않은 지금까지 입법 논의를 방기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11월 13일에서야 ‘대체역의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과 병역법 개정안이 국회 국방위원회 소위원회를 통과했다. 패스트트랙 정국에 따른 여야대치상황에서 예산 국회마저 진행돼 입법 과정이 언제 마무리될지 오리무중이다. 원활한 제도 시행을 위해 시행령 마련이나 대체복무 시설 정비 등 후속 조치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국회의 대응은 늦었고 그에 따른 국민의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헌법은 대한민국이 인간의 존엄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민주공화국임을 선언하고 있다. 국방의 의무는 민주공화국의 전제가 되는 국민의 의무이지만 개인의 양심을 침해하는 방법이 되면 안 된다. 국가는 대체복무를 통해 국방의 의무를 다할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국회에서는 최우선과제로 병역법개정 등 대체복무제  법제를 정비해 원활한 병무 행정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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