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적인 간접고용 문제, 해결책을 진단하다

학내 청소·경비노동자들의 외침은 계속되고 있다. 백양로에는 청소 용역업체 ‘코비’를 규탄하는 청소·경비노동자들의 선전전이 약 한 달째 이어지고 있다. 학내 청소·경비노동자들과 사용자 간 갈등은 고질적인 문제다. 지난 2018년 1월 청소·경비노동자는 우리대학교의 구조조정에 반발하며 농성하기도 했다. 2015년 국제캠 청소·경비노동자들은 근로조건 저하 없는 고용 승계를 주장하며 107일간 농성을 진행했다. 위 사례 모두 노사 갈등이 발생했지만, 간접고용 형태 때문에 사용자의 위치가 애매하다는 점이 갈등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매번 문제의 해결책을 쉽게 도출하기 힘들어지면서 갈등은 장기화했다.

 

간접고용이 만든 그림자

 

간접고용은 원청이 노동자와 근로계약을 직접 체결하지 않고, 용역업체에 고용된 근로자를 이용하는 고용 형태를 말한다. 학교는 일정 기간마다 입찰을 진행해 용역업체와 계약하는 방식으로 청소·경비노동자를 고용한다.

간접고용으로 인해 우리대학교에 발생한 문제로는 ▲고용불안 ▲단시간 노동 ▲노동강도 증가 ▲열악한 처우 등이 있다. 용역업체와 계약이 만료되는 연말이면 노동자들은 고용불안에 시달린다. 우리대학교는 주기적으로 청소·경비 인력 감축을 시도해왔다. 민간연구소 ‘희망제작소’ 객원연구위원 임주환 변호사는 “간접고용구조는 학교의 청소·경비 노동자 구조조정을 용이하게 해 근본적으로 고용불안을 내포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우리대학교는 지난 2014년 12월 22명의 청소·경비 노동자를 감축하겠다고 발표해 갈등이 불거진 바 있다.

고용불안과 맞물려 단시간 노동도 문제가 된다. 용역업체 ‘코비’를 통해 고용된 노동자들은 하루 3~4시간의 단시간 노동을 하고 있다. 노동시간이 짧고 시급은 최저임금 수준에 그쳐 생계를 꾸리기 넉넉하지 않다. 간접고용 하에서는 학교가 규정한 정규근무시간을 지키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단시간 노동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단시간 노동은 시간대별로 근로 인원을 차등 적용해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게 한다. 식대 등 부대비용도 줄일 수 있다. 단시간 노동은 노동강도까지 높인다. 일의 양은 정해져 있지만, 근로시간이 짧고 휴식도 어려워 많은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연세대 분회장 이경자씨는 “과거에는 셋이 일한 양을 지금은 혼자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우 또한 문제로 제기된다. 현재 많은 청소·경비노동자들은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교직원이 아닌 청소·경비노동자들은 학교의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일례로 청소·경비노동자 휴게실 문제가 있다. 우리대학교 청소노동자 윤송원씨는 “제4공학관은 휴게실이 없어 재활용품·폐기물 창고를 휴게실로 사용한다”며 “화공약품 냄새가 심해 쉴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이남진 소장은 “용역업체가 노동자들의 휴식공간을 보장하기 어렵다”며 “휴식공간 개선은 학교가 직접 나서야 하지만 간접고용 형태 아래 학교는 나서지 않는다”고 말했다.

 

‘간접고용’, 학교는 왜?

 

▶▶ 용역업체 코비를 규탄하는 청소노동자들의 선전전이 지난 10월부터 이어지고 있다. 청소·경비노동자들과 사용자 간 갈등의 근본적 원인은 간접고용이다.

 

학교가 청소·경비노동자를 간접고용하면 ▲인건비 감소 ▲인사 책임 회피 ▲고용 유연화 ▲노무 관리의 외주화 등의 이점을 얻는다. 청소·경비노동자 간접고용의 이유에 대해 이경오 총무팀장은 “학교의 재정 문제가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간접고용으로 인해 청소경비 노동자들은 교직원 임금이 아닌 용역업체가 산정한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는다. 일반적으로 원청은 간접고용으로 청소·경비 노동자들의 임금과 복지비용을 절감해 재정적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인사상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도 학교는 직접적인 이해당사자가 아니다. 청소·경비노동자 산재 발생 시에도 이에 대한 책임은 학교가 아닌 용역업체에 있다.

또 학교는 간접고용을 통해 고용을 유연화할 수 있다. 교직원 인력은 구조조정이 어렵다. 일반해고*의 여건을 갖추기 위한 정당한 사유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신 학교는 용역업체와의 재계약으로 인력 조정을 한다. 인원 감축을 결정하고 나면 학교는 용역비를 줄여 업체 입찰을 진행, 계약을 체결한다. 직접 해고 없는 인원 감축이 가능한 것이다. 임 변호사는 “지난 2014년 12월 국제캠에서 발생한 갈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학교가 노무 관리를 외주화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간접고용 시 청소·경비노동자의 교섭 대상은 학교가 아닌 용역업체다. 학교는 노사 교섭에 관여하지 않는다. 임 변호사는 “학교가 교섭에 응해 사용자성이 인정되면 청소·경비노동자들이 학교의 직원이 되기에 학교는 교섭을 피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학교는 단체협약 등으로 변화한 근로조건에 부담을 느끼면 업체를 변경하는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

 

해결책으로 제시된
‘직접고용’과 ‘자회사 설립’

 

일부 대학들은 ▲직접고용 ▲자회사 설립으로 간접고용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지난 2018년 동국대가 청소·경비노동자들을 간접고용에서 직접고용으로 전환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동국대는 2017년 12월 정년을 맞아 퇴직하는 청소·경비노동자 8명을 충원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2018년 1월부터 청소·경비노동자들의 농성이 시작됐다. 86일간의 농성 끝에 학교는 2018년 4월 24일 청소·경비노동자를 직접고용으로 전환하기로 합의했다.

현재 동국대는 노동자들과 직접 임금·단체협약에 임하고 있다. 동국대 관계자는 “직접고용 후 노동자들의 복리후생도 학교 직원과 같게 적용하고 있다”며 “직접고용을 도입한 후에도 비용에서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 2016년 한국노동연구원의 ‘대학 청소용역직 노사관계 실태와 쟁점’ 연구에 따르면, 2008년 부산대는 청소·경비노동자를 직접고용하면 3억 2천737만 원의 예산 절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학교가 인건비 외에 용역업체에 내는 일반관리비, 용역업체 이윤 등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직접고용으로 전환 시, 상대적으로 긴 용역업체의 정년에서 교직원 정년으로 바뀌기 때문에 기존 청소·경비노동자들이 퇴직 위험에 처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동국대는 직접고용 전환된 노동자는 기존 65세 정년을 보장하고 신규 입사자부터 정년을 교직원 정년인 60세로 책정해 이를 해결한 바 있다.

경희대는 자회사 설립과 직접고용으로 문제 해결을 시도했다. 경희대는 지난 2017년 7월 자회사를 설립해 청소·경비노동자를 고용해왔다. 용역업체가 아닌 자회사를 통한 고용은 고용 안정성 및 연속성 증가, 원청 책임성 강화의 이점이 있다. 이는 ‘경희 모델’로 불리며 간접고용 문제 해결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자회사 모델은 당사자 간 협의를 통해 고용방식의 중재안을 도출해냈다는 의의가 있다. 경희대는 2015년 5월부터 학교·노조·희망제작소가 ‘사다리포럼’을 만들어 학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힘썼다. 2년간 논의한 끝에 2017년 7월, 경희대는 자회사를 설립했다. 이로써 외부 용역업체 소속이었던 청소·경비노동자 140명은 학교 자회사에 고용됐다. 당시 청소·경비노동자들의 정년은 경희대 교직원의 정년이 아닌 70세로 책정됐다. 이는 ‘새로운 청소·경비노동자 고용 모델’과 ‘70세 정년’으로 이목을 끌었다.

또한, 경희대는 지난 9월 1일 청소·경비 노동자를 포함한 기능직 정원 445명을 대상으로 직접고용 전환을 시작했다. 이는 노조의 직접고용 요구를 경희대가 수용한 결과다. 경희대 관계자는 “직접고용 전환 후에도 기존의 임금수준과 정년이 유지된다”고 말했다. 현재 경희대는 청소·경비 노동자를 대상으로 자회사를 통한 간접고용과 직접고용 형태를 병행하고 있다. 노동자는 본인의 고용 형태를 선택할 수 있다. 고령의 청소·경비노동자가 직접고용되면 사학연금과 퇴직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 이들은 기존 연금과 퇴직금 액수 등 유불리를 비교해 자회사에 남기도 한다.

 

제3의 길, ‘사회적기업’

 

용역업체를 사회적기업으로 선정하는 방법 또한 새로운 모델로 떠오른다. 사회적기업은 영리기업과 비영리 기업의 중간 형태로, 사회적 목적을 우선으로 추구하면서 영리활동을 수행하는 기업을 말한다. 사회적기업의 우수한 근로조건은 제도적으로 보장돼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사회적기업은 고용 안정성, 근로조건 등이 일반 용역업체보다 우수하다. 많은 사회적기업이 사회적 목적 달성을 위해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을 향상시키기 때문이다.

‘푸른환경 코리아’(아래 푸른환경)는 근로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사회적기업이다. 사회적기업진흥원 관계자에 따르면 “근로취약계층에게 지급하는 임금은 사회적 목적을 위해 사용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성공회대는 푸른환경과 용역계약을 맺고 있다. 성공회대 관계자는 해당 업체와 계약한 이유에 대해 “학교가 용역업체에 지불하는 용역비 중 노동자에게 임금으로 지급하는 비율이 가장 큰 업체였다”며 “전반적인 평가항목도 우수했고 용역비도 다른 업체와 비교할 때 적정했다”고 설명했다. 푸른환경 관계자는 “회사의 이윤을 낮추더라도 근무자분들과 함께 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간접고용 구조에서 벗어나 노동자들을 위한 다양한 고용 형태를 시도하는 타 대학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 하지만 학교 측은 아직 다른 형태의 고용 계약을 검토한 적은 없다는 입장이다. 임 변호사는 “대학은 사회의 인재를 길러내는 요람”이라며 “학교는 사용자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용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건강상 이유가 있거나 업무 능력·성과 등이 부진할 때 해당 근로자를 해고하는 것.
**「사회적기업 육성법」 제8조 제1항에 따르면, 사회적기업은 이윤의 3분의 2 이상을 사회적 목적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


글 박진성 기자
bodo_yojeong@yonsei.ac.kr
변지현 기자
bodo_aegiya@yonsei.ac.kr

사진 양하림 기자
dakharim0129@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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