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강혁신’프로젝트, 백양누리에 문학을 전하다
지난 13일 백양누리 글로벌라운지에서 ‘박시하 시인과, 조금 작은 11월’ 행사가 열렸다. 고등교육혁신원의 워크스테이션 프로젝트팀 ‘공강혁신’이 박시하 시인을 초청하고 행사를 주관했다. 박 시인은 작품을 통해 자신에게 ‘시’란 무엇인지 설명했다. 박 시인은 시를 ‘고백·입술·무기·존재’라는 4가지 의미로 설명했다.
박 시인은 「고백의 원형들」이라는 시를 낭독하며 강연을 열었다. 「고백의 원형들」에는 ‘모래시계 속의 모래알처럼 쏟아지며 속삭여 줄게’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박 시인은 해당 구절을 “쏟아지는 모래처럼 내 말을 고백하고 싶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박 시인은 시를 ‘무기’라고 표현했다. 박 시인은 “시는 돈이나 명예가 되지는 않지만, 너무나 진귀한 것”이라며 “시는 곧 나의 존재”라고 정의했다. 세 아이의 엄마인 박 시인은 아이를 키우며 경력이 단절돼 일할 자리도 없었다고 말했다. 박 시인은 “현실에서 벗어나야만 숨이 쉬어지는 꿈을 꿨다”며 자신에게 시가 존재를 입증하는 호흡이라 설명했다. 이를 「존재의 흐린 빛」이라는 시 속 ‘초록색 물속에 뛰어들어서 겨우겨우 숨 쉴 수 있었다’고 표현했다. 박 시인은 “자기 존재의 정당성을 입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시를 통해 그들과 공감하고 싶었다”는 뜻을 전했다.
이어진 강연에서 박 시인은 자신의 언어를 찾을 것을 강조했다. 박 시인은 “모든 삶은 자기만의 언어를 찾아가는 과정”이라며 “나만의 언어를 찾기 위해 시를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시를 읽고 쓰면 자기의 언어를 찾기 쉬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시인은 “상상력은 타인의 고통을 느끼는 기반임과 동시에 타인의 선택과 개별성을 인지하는 창”이라며 “틀에 갇힌 사고에서 벗어나게 한다”고 말했다. 박 시인은 강연을 통해 시를 권하는 사회를 바라는 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각자 자기의 언어와 상상력을 나눌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강연이 끝난 후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이효빈(CDM·17)씨는 “혼자 시를 읽으면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박 시인은 “정해진 답을 찾으려 하지 말고 마음에 와닿는 방식으로 받아들이라”며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접하면 이해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윤세훈(언홍영·15)씨는 사고의 틀에 갇히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질문했다. 박 시인은 “새로운 경험에 주저하지 말라”며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에 집중할 때 사고의 틀에 갇히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행사에 참여한 이지예(CTM·16)씨는 “자신의 시에 대한 의미를 시인에게 직접 들어 마음에 더 와닿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행사를 기획한 ‘공강혁신’ 윤종환(문정·14)씨는 이번 행사에 대해 “실용적 가치가 우선되는 시대에서 문학이란 낯선 단어가 캠퍼스 공간 안에 있는 것 자체가 하나의 변화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글 박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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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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