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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과 나의 연결고리: 공감은유 작가 북콘서트,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법’
  • 박채린 이희연 기자
  • 승인 2019.11.11 00:18
  • 호수 1841
  • 댓글 0

지난 5일, 학술정보원 장기원국제회의실에서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법’을 주제로 은유 작가의 북콘서트가 열렸다. 행사는 우리대학교 학술정보원이 주관했다. 학생과 작가가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책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자 열렸다.

은유 작가는 본명이 아닌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은유 작가는 “글쓰기는 서로 다르게 분리된 존재를 연결하는 일”이라며 “은유는 연결됨의 지향과 가치를 담고 있다”고 필명에 담긴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본명 ‘김지영’에서 벗어나 은유라는 이름으로 펴낸 산문집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을 소개했다. 이 책은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은 특성화고 학생들을 다룬다. 은유 작가는 “산업재해가 자주 일어난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사람의 목숨을 가볍게 여긴다는 뜻”이라며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참사가 반복되는 이유는 세상을 바꿀 이유가 없는 사람에게 세상을 바꾸는 힘이 있기 때문”이라며 타인의 아픔에 공감해야 함을 강조했다.

공감의 시작, 자기와의 공감

▶▶ 지난 5일, 학술정보관에서 은유 작가의 책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을 소개하는 북콘서트가 열렸다. 은유 작가는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법’을 주제로 강연했다.

은유 작가는 공감을 시작, 확장, 지속의 3단계로 분류했다. 공감은 자신을 알아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자신을 알기 위해서는 자기 언어를 가져야 한다. 은유 작가는 “자기 언어를 갖지 못한 자는 누구나 약자”라고 말했다. 자신의 삶을 설명하지 못하면 남들이 나를 설명하는 대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자기 언어가 없어 기성세대의 언어대로 살아간다. 은유 작가는 글을 쓰거나 자신에 대해 말하는 것을 자기와의 공감 방법으로 제시했다. 이는 타인에게 공감하기 위한 첫걸음이 된다. 은유 작가는 “읽고 쓰기를 통해 내 삶을 타인과 공감하고, 말하기를 통해 내 삶을 타인과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 시선의 변화로 이뤄지는 공감의 확장


공감의 확장을 위해서는 타인을 ‘깊게 보는 것’이 중요하다. 은유 작가는 그 방법으로 ▲한 사람을 입체적으로 바라보기 ▲불행을 불평등으로 바라보기 ▲익숙한 것을 낯설게 바라보기의 3가지를 소개했다.

은유 작가는 우리가 한 사람을 입체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을 때 그에게 피해자다움을 강요한다는 것이다. 은유 작가는 친족 성폭력의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성폭력의 가해자가 아버지일 경우, 아이는 성폭력을 인지하지도 못한 채 자라기도 한다. 은유 작가는 피해자의 일상에 성폭력의 피해만 있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피해자는 어버이날에 아버지에게 편지를 쓰기도, 부모에게 용돈을 받기도 한다. 이런 경험이 법정에서 피해자를 불리하게 만든다. 은유 작가는 “타인을 입체적으로 보지 않으면 피해자가 식음을 전폐하고 우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피해자도 일상이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은유 작가는 불행을 불평등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점도 강조한다. 한 사람의 불행은 운이 아닌 불평등한 사회구조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은유 작가는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 많다”며 “이걸 개인의 능력으로 환원시키고 구조적 문제를 보지 못하는 것이 한국 능력주의의 문제”라고 말했다.

익숙한 것을 낯설게 바라보는 것 또한 공감을 확장하는 방법이다. 은유 작가는 20대 여성 독자의 글 하나를 소개했다. 어머니의 돌봄과 정서 노동을 당연하게 생각했다는 내용의 글이다. 은유 작기는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볼 수 있을 때 타인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감을 지속하기 위해
우리는 계속 공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은유 작가는 공감의 지속을 위해 공부할 것을 강조했다. 은유 작가는 헬멧에 세월호 리본을 붙인 쇼트트랙 국가대표 김아랑 선수의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김 선수는 자녀도 없고, 세월호 유가족도 아니지만, 그 아픔에 공감했다. 은유 작가는 공감을 지속하려면 노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성별과 나이 등 주어진 조건이 공감의 계기는 될 수 있어도 지속할 이유까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은유 작가는 “영화를 보고, 책을 읽고, 독서 모임을 가는 등 공부해야 공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내가 바라는 세상은 고통이 없는 세상이 아니라 고통이 고통을 알아보는 세상”이라고 덧붙였다. 인간은 취약하고 사회는 불안정하기에 고통이 사라질 순 없지만, 서로 공감하고 도울 때 더 나은 사회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강연이 끝나고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김하늘(영문·18)씨는 “타인에 공감할 때 죄의식을 느낀다”며 “죄의식 없이 공감을 잘하는 방법이 궁금하다”고 질문했다. 이에 은유 작가는 “죄의식은 긴장감을 준다는 점에서 좋은 것 같다”며 “내가 가진 것을 당연하지 않게 여기고, 타인에게 공감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최수연(식품영양·16)씨가 글쓰기의 어려움을 토로하자 은유 작가는 “글쓰기가 어려울 때는 자신이 이 글을 통해 뭘 말하고 싶은지 생각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덧붙여 은유 작가는 “술술 쓰이는 글이 반드시 좋은 글은 아니”라며 “쉽게 쓰인 글은 그만큼 가치가 없을 수 있다”고 말했다.

동료의 추천으로 왔다는 우리대학교 물리학과 성지은 연구원은 “그동안 막연히 생각했던 공감에 대해 깊게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학술정보원 관계자는 “강연 집중도도 높았고 질문도 많이 나왔다”며 “앞으로도 학생들의 많은 참석을 바란다”고 말했다.

글 박채린 기자
bodo_booya@yonsei.ac.kr
홍가흔 수습기자
chunchu@yonsei.ac.kr

사진 이희연 기자
hyeun5939@yonsei.ac.kr

박채린 이희연 기자  bodo_booya@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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