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일, 데이트폭력 강연에서 조소연 상담부장은 데이트폭력의 특수성과 그 대응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지난 7일 저녁 7시, 외솔관에서 ‘“왜 괴롭지? 연애하는데”: 데이트폭력? 데이트폭력!’(아래 데이트폭력 강연)이 진행됐다. 한국성폭력위기센터 조소연 상담부장이 연사로 초청됐다. 사회는 성평등센터 박지원 상담원이 맡았다. 박 상담원은 “직접 상담하는 전문가의 강연으로 학생들이 데이트폭력에 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며 행사를 열었다.


데이트, 그리고 폭력
그 역설적인 특수성

 

데이트폭력이라는 단어는 왜 생겨났을까. 청중에게서 “데이트폭력이라는 단어를 일반 폭력 사건과 구분해서 사용하는 이유가 궁금하다”는 질문이 나왔다. 조 상담부장은 “데이트폭력은 특수한 관계를 기반으로 발생한다는 점에서 가정폭력과 유사하다”며 운을 뗐다. 친밀한 사이에서 일어나는 폭력이기 때문에, 단순 폭력과 다른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폭행·성폭력·절도·사기 등 죄목을 일일이 열거하면 ‘관계를 이용한 폭력’이라는 특성을 설명하기 어려워 ‘데이트폭력’이라는 용어로 지칭한다는 설명이다. 또, 연인 간의 다툼 등은 사적인 일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는데, ‘데이트폭력’이라는 말을 통해 여기에 잠재된 폭력성을 드러낼 수 있다.

대중매체에서 다루는 데이트폭력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조 상담부장은 “뉴스에 보도되는 극단적인 사례는 데이트폭력이 살인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는 심각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런 대중매체 속 데이트폭력을 접하면 느낌이 어떠냐”는 조 상담부장의 질문에 청중 A씨는 “너무 자극적인 사례만을 다뤄 연인의 일상 통제 등과 같은 데이트폭력과 거리가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조 상담부장은 이에 동의했다. 충격적인 보도는 데이트폭력을 드러내는 장점이 있지만, 데이트폭력이 특수하게 폭력적인 가해자에 의해 일어나는 일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조 상담부장은 “데이트폭력의 경계는 모호하고, 데이트하는 순간부터 폭력의 가능성이 열려 있는 것”이라며 “데이트폭력은 멀리서 발생하는 특수한 사례가 아닌, 주변에서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조 상담부장은 ‘그루밍(grooming)’을 예로 들어 데이트폭력의 피해자가 피해를 자각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루밍이란 주로 아동‧청소년을 회유해 성폭력을 용이하게 하는 행위를 뜻한다. 이 경우 피해자는 완전히 장악당해 자신이 폭력을 당하고 있다는 인식조차 하지 못한다. 한편, 조 상담부장은 그루밍이 판단력과 주체성이 부족한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고 역설했다. 성인도 그루밍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조 상담부장은 “연인관계에서 벌어진 일은 성인이 스스로 판단한 결과로 여겨진다”며 “이런 사회적 시선이 성인을 데이트폭력 피해자 목록에서 지운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주변에서 데이트폭력이 발생했을 때의 대응에 관한 대화가 오갔다. 또래 상담가로 활동하고 있는 청중 B씨는 “당사자가 직접 도움을 청하지 않는 경우, 도움을 먼저 줘야 할지 기다려야 할지 고민된다”고 말했다. 이에 조 상담부장은 “설문조사에 따르면 데이트폭력 피해자의 51%가 고민을 털어놨을 때 주변으로부터 ‘헤어지지 못하는 너도 문제가 있다’는 식의 말을 들었다고 답했다”며 “폭력의 원인을 피해자의 책임으로 돌리는 방식, 폭력의 경중에 대한 판단, 다른 사례와의 비교 등은 피해자의 입을 닫게 만든다”고 말했다. 주변인의 역할은 피해자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게 아니라, 당사자가 직접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조 상담부장은 피해자 곁에서 용기를 주는 태도와 전문상담기관으로의 연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번 강연은 성평등센터가 기획한 특강 시리즈 ‘당신이 궁금한 데이트폭력 A to Z’의 1차 강연이었다. 2차 강연은 13일(수) 서울지방경찰청 최진이 피해자심리전문요원의 특강, 3차 강연은 오는 29일 영화 『메기』 상영 및 이옥섭 감독과의 대화로 이뤄진다. 박 상담원은 “데이트폭력은 대학생에게 중요한 개념”이라며 “학생들이 데이트폭력에 대해 알고, 예방하는 데까지 나아가길 바라며 행사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이번 강연을 들은 이성윤(IS‧15)씨는 “이 강의로 데이트폭력의 심각성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며 “또래 상담가로서 데이트폭력에 경각심을 갖지 못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많은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글 박제후 기자 
bodo_hooya@yonsei.ac.kr
정여현 수습기자 
chunchu@yonsei.ac.kr

사진 양하림 기자 
dakharim0129@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