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30일, 법무부는 피의사실과 수사 상황 등 형사사건 관련 내용을 원칙적으로 공개 금지하는 규정을 공포했다. 훈령은 피의자 공개소환과 포토라인 폐지, 수사 진행 중 사안에 대한 검사·수사관의 기자 접촉 금지 등을 담고 있다. 법무부는 피의자 인권을 보장하고 무죄추정의 원칙이 훼손되지 않도록 함과 동시에 국민의 알권리와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는 오는 12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 등 야당을 비롯해 거의 모든 언론 매체와 한국기자협회, 전국언론노조, 대한변협 등 관련 협회에서도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는 제33조 오보 대응 및 필요한 조치 부분에서 “검찰총장 및 각급 검찰청의 장은 사건관계인, 검사 또는 수사업무 종사자의 명예, 사생활 등 인권을 침해하는 오보를 한 기자 등 언론기관 종사자에 대하여 검찰청 출입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독소조항 때문이다. 논란이 불거지자 법무부는 출입제한 조치는 인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오보에 한하며, 또한 출입제한은 의무사항이 아니라 재량사항이라며 한발 물러났다.
 

사실 이번 훈령으로 바뀐 조항은 지난 2010년 공보 준칙과 달리 오보 방지를 위한 조치로서 몇 가지 특정화됐다. 그중 하나가 오보를 빌미로 검찰청 출입제한을 함으로써  조치 자체가 자의적 판단에 의거해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검찰수사에 대한 취재 범위를 극도로 제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이 우려된다. 따라서 언론의 자유는 법률 없이 규정할 수 없다는 헌법의 원칙에서 보면, 정부가 ‘훈령’이라는 규칙으로 언론 자유를 규제하려는 것은 독재적 발상이라는 지적을 면할 수 없다.
 

최근 3년간 검찰의 주요 수사관련 대상자의 대부분이 전·현직 고위공직자 또는 대기업 임직원이었다는 어느 언론의 지적을 보면, 공익과 권력 감시를 위한 국민의 알권리 충족을 위해 기자의 취재는 확고히 보장돼야 한다. 형사사건의 피의자에 대한 과도한 취재경쟁으로 황색 저널리즘이라고 비판받아온 언론의 반성을 촉구하면서도 자의적 판단으로 언론을 통제하려는 법무부의 엇나간 발상에 대한 비판은 불가피하다. 검찰의 기소권 남용과 피의사실 공표 관행을 그대로 두고 언론 통제를 통해 이를 호도하려는 법무부의 발상은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하루라도 빨리 정부의 자성과 시정조치가 이뤄져,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한 헌법 정신을 회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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