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정치의 시대, 시민의 견제와 비판이 필요하다

오재호 (사회·15)

바야흐로 유튜브 정치의 시대다. 국회의원을 비롯한 기성 정치인들이 자신의 채널을 만들어 운영하고, 정당들은 유명 유튜버들에게 문을 두드린다. 이른바 광장 정치의 시대를 넘어 한국 정치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변화는 늘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특히 정치 제도와 문화의 경우에는 변화가 만들어낼 이해를 둘러싼 다툼이 존재하며 결국에는 특정 진영이나 정당이 헤게모니를 쥐는 쪽으로 이끌어지는 사례도 많다. 그런 점에서 유권자이자 정보 수용자인 우리는 유튜브 정치의 그늘을 성찰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첫 번째,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무분별하게 유통되고 있다.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유튜브를 통해 수많은 정치적 주장들을 쏟아낸다. 자신의 주장을 강조하기 위해 여러 자료들을 동원하는데 이 중에는 공적으로 검증을 거친 자료들도 있지만, 인터넷 커뮤니티나 오픈백과 등 출처가 불분명한 근거를 가져오는 경우도 많다. 일부 언론이 이에 대한 팩트체크를 진행하고 있으나 수많은 정치인들의 유튜브를 하나하나 검증하는 데는 한계가 존재한다.
 

두 번째, 오프라인 공론장의 기능이 점점 약화할 가능성이 있다. 첨예한 논쟁이 이루어지는 사안은 국회를 비롯한 공적인 공간에서 충분한 대화와 타협을 중심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하지만 정치인들의 유튜브 이용이 보편화되면서 많은 정치인들이 유튜브 영상을 통해 특정 사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대중에게 알리는 데 치중하고 있다. 여론을 형성해 이를 통해 상대 진영을 압박하는 방식을 택하는 것인데 이는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갈등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흐르게 만드는 것이 현실이다.
 

세 번째, 지지자를 위한 정치와 팬덤 정치로 이어지고 있다. 유튜브라는 수단의 핵심 요소는 ‘구독’과 ‘좋아요’ 그리고 조회 수와 댓글이다. 정보 수용자들의 반응이 즉시 숫자로 표현되기에 정치인들은 숫자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유튜브를 시청하는 자당의 당원과 열성 지지자들이 적극적으로 반응하도록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주장을 한다. 필요한 이야기 대신 그들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하고 이를 통해 팬덤이 만들어진다. 결국 정치인들은 팬덤 안에 갇혀 다양한 정치적 의사를 가진 시민들과의 소통을 외면한다.
 

네 번째, 점점 정치가 예능화되고 있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정치인들은 숫자로 나타나는 반응에 주목하며 어떻게 하면 이 숫자를 늘릴 수 있을지 골몰한다. 재미없는 유튜브 영상은 외면당하기 쉽다. 유튜브의 생존과 지속에 필수적인 것이 바로 재미다. 정치인들의 유튜브도 마찬가지다. 재미를 통해 자신의 유튜브를 홍보하고 많은 반응을 이끌어내려 한다. 정치라는 본질은 사라지고 감정적인 주장과 재미를 위한 퍼포먼스만 남는다.
 

마지막으로 정치인 유튜브를 그대로 받아적기만 하는 언론들을 빼놓을 수 없다. 유튜브가 없던 시대에는 기자들이 정치인의 코멘트를 받기 위해 발로 뛰어다녀야 했다. 이 과정에서 정치인들의 허심탄회한 속마음을 듣거나 특정 이슈에 대해 더 깊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정치인들이 자신의 정치적 주장을 유튜브에서 선전하면서 많은 기자들이 책상에 앉아 그 내용을 그대로 기사에 받아 적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기자들의 정치 관련 기사에 객관적인 분석은 없이 정치인들의 일방적인 주장만 담겨 홍보성 기사로 전락하고 있다. 또한 정치인들은 자신의 말이 기사가 되도록 논란이 될 만한 말이나 주목받을 수 있는 극단적인 내용으로 영상을 채운다. 기자는 쉽게 기삿거리를 얻고, 정치인은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공생 관계를 맺고 있다.
 

내년 봄에는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실시된다. 벌써부터 정당들은 선거를 위해 전열을 가다듬으며 출마를 준비하는 정치인들도 여기저기 눈에 띈다. 유튜브 정치가 더 큰 규모로 확장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정치인들의 유튜브는 유권자인 시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정치적 판단을 돕는 중요한 수단이 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 가능성에 못지않게 한계와 문제점도 자명하다. 정치권 내부의 자정은 말처럼 쉽지 않다. 문제를 외면해야 표를 얻는 일이 훨씬 수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결국은 정보 수용자이며 유권자인 시민들이 스스로 깨어있어야 한다. 정치문화와 제도가 바뀌어도 시민의 견제와 비판이라는 민주주의의 뿌리는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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