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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인 더 트랩’, 덫에 걸린 창작자들과로와 저작권 강탈에 시달리는 웹콘텐츠 창작자들
  • 민소정 기자
  • 승인 2019.11.11 00:16
  • 호수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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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웹툰‧웹소설 등의 웹콘텐츠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웹콘텐츠 열풍에 힘입어 일부 창작자들은 막대한 소득을 벌어들이고 있다. 방송 출연부터 웹툰 기반 영화 제작까지 ‘슈퍼스타’ 창작자들은 다양한 수단으로 상당한 수익을 벌어들인다. 이에 웹툰학원이 생기는 등 많은 이가 웹콘텐츠 창작자를 선망한다. 그러나 슈퍼스타는 일부에 불과하다. 대다수 창작자는 저소득과 부당 계약으로 신음하는 현실이다.

창작자들의 노동 환경,
많이 일하고 적게 벌고

웹콘텐츠는 온라인상에 연재되는 만화나 소설 등의 창작물을 일컫는다. 주로 창작자와 독자가 만날 수 있는 가상공간인 ‘플랫폼’을 통해 제공된다. 국내 웹툰, 웹소설 연재 플랫폼은 수십 개에 달한다. 창작자들은 개인사업자 자격으로 플랫폼 운영 기업과 창작물 판매 계약을 맺는다.

창작물만을 사고파는 시스템에서 창작자들의 노동강도는 고려되지 않는다. 많은 창작자가 건강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의 과로에 시달린다. 지난 2018년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웹툰 업계 종사자 793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만화‧웹툰 작가실태 기초조사’(아래 기초조사)에 따르면, 웹툰 작가들의 하루 평균 창작 활동 시간은 평균 10.8시간으로 나타났다. 하루 평균 14시간 이상 일한다고 응답한 작가들의 비율은 20.5%였다. 만화 칼럼니스트 서찬휘 작가는 “웹툰 작가들은 60~80컷에 달하는 풀 컬러 원고를 매주 마감해야 한다”며 “웹툰 업계 관행상 원고 분량이 짧아지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웹소설 작가들 또한 하루에 약 5천 자가 넘는 분량의 글을 매일 마감해야 하는 상황이다. 서 작가는 “웹콘텐츠 노동자들은 몸을 ‘갈아가며’ 일하고 있다”며 “언제 누가 과로사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작업 시간과 강도와 비교해 벌어들이는 사실상 수입은 적다. 기초조사에 따르면 연간 수익이 2천만 원 이하인 창작자가 45.6%에 달했다. 창작물로 거두는 수익에서 창작자의 몫이 적기 때문이다. 전국여성노동조합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자지회 김희경 지회장은 “플랫폼에서 수익의 30~50%, 에이전시에서 남은 수익의 30% 이상을 가져간다”며 “특히 에이전시에서 가져가는 비중이 점점 더 늘어나 70%에 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창작자가 수익을 가장 적게 분배받게 되는 셈이다.

작품 준비 기간 동안은 수익이 없다는 점도 창작자들을 옥죈다. 웹툰 작가들은 플랫폼과 계약을 맺은 뒤 작품을 준비한다. 이때 MG*를 먼저 받아 작품 준비 비용으로 사용한다. 김 지회장은 “작품 준비 기간 동안 받은 MG는 나중에 갚아야 할 빚이 된다”며 “연재 기간 MG만큼의 수익을 올리지 못할 경우 플랫폼으로부터 연재 중단 등의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MG 제도조차 마련돼 있지 않은 웹소설 작가들의 처지는 더욱 심각하다. 김 지회장은 “통상 웹소설 한 작품 당 1~2년의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며 “이 기간 웹소설 작가들은 부모님에게 기대거나 다른 일과 작품 준비를 병행한다”고 말했다.

소득이 낮다고 문제 제기하기도 어렵다. 창작자들에게 수익 내역이 공개되지 않기 때문이다. 수익 구조가 불투명해 고료의 산정 기준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기초조사에 따르면 매출 및 수익분배 리포트를 받았다고 응답한 비율이 59.9%였다. 이 중에서도 산출 근거와 내역이 구체적으로 포함된 정보를 받았다고 응답한 비율은 49.8%에 불과했다. 창작자 절반 가까이가 고료의 책정 기준을 모르고 있는 셈이다.

끊이지 않는 플랫폼 갑질
저작권 강탈에도 속수무책

창작자를 울리는 것은 과로뿐만이 아니다. 최대한 싼 가격에 원고를 사려는 플랫폼은 작가에게 불공정 계약을 강요한다. ▲매절 계약 ▲전송권 양도 계약이 대표적이다.

매절 계약은 업체가 창작자에게 일정 금액을 지불한 후 창작물에 대한 모든 권리를 양도받는 계약 형태다. 법원은 판례를 통해 ‘창작자에게 주는 금액이 매우 높다는 근거가 없는 한 매절 계약은 불공정 계약’이라 규정한 바 있다. 지난 2017년 서울시에서 발표한 ‘문화예술 불공정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만화·웹툰 분야 예술가 중 36.5%가 ‘불공정 계약조건 강요’를 경험했으며, 이 중 ‘2차 저작물 매절 계약’을 경험했다고 답변한 비율이 31.4%였다.

매절 계약의 대표적 예시가 공모전에서의 계약 행태다. 일부 플랫폼 기업은 공모전 입상 창작자에게 출품작 저작권의 일부 혹은 전부를 가져가는 매절 계약을 요구한다. 서 작가는 “당장 데뷔가 절실한 신인 작가들로선 불공정 계약임을 알면서도 그에 응하게 된다”고 말했다. 플랫폼 업체가 저작권을 헐값으로 사들이는 상황에서 창작물이 큰 성공을 거둬도 창작자는 합당한 대가를 받지 못한다. 서 작가는 “업계에서 매절 계약을 근절하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면서도 “피해 역시 거듭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송권 양도 계약 역시 문제다. 전송권 양도 계약은 인터넷을 통해 고객에게 창작물을 제공할 권리를 창작자로부터 양도받는 계약이다. 이 계약을 체결하는 순간 창작자는 해당 플랫폼에서만 작품을 게시할 수 있다. 현행법상 양도된 전송권은 작품 완결 후 2년까지 그 효력을 유지하는데, 중도에 연재가 중단됐을 때에 관한 규정은 없다. 즉, 연재 중단 이후 다른 플랫폼에서 작품을 이어나가고 싶어도 업체로부터 저지당할 수 있다는 말이다.

‘케이툰’ 플랫폼 사건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케이툰은 운영방식 변경을 이유로 수십 명의 창작자에게 연재 중단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창작자들은 작품을 완결하지 못한 채 연재를 중단했다. 그러나 이들은 다른 플랫폼에서 연재를 이어갈 수 없었다. 케이툰이 작품이 완결됐다며 전송권을 주장했기 때문이다. 창작자들은 케이툰 측에 전송권을 돌려달라고 요구했지만, 케이툰은 오히려 7년간의 연재분을 삭제했다.

▶▶지난 6월 25일, KT 광화문 사옥 앞에서 전국여성노조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가 케이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계속되는 갈등…
근본적인 해결책 필요해

지난 6일, 케이툰은 작가들에게 전송권을 돌려줬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이하 을지로위)가 중재에 나선 결과다. 을지로위 이원정 총괄팀장은 “이번 사건은 플랫폼 업체의 일방적인 상황에 의해 연재가 중단됐던 것”이라며 “이에 대한 조항이 계약서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케이툰 사건 해결로 업계의 갈등이 모두 해결된 것은 아니다. 서 작가는 “이번에는 정치권의 개입이라는 특수한 방식을 통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었다”며 “여전히 업계의 불공정한 관행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표준화된 계약서 보급을 통해 불공정 계약을 방지하고자 한다. 문화체육관광부(아래 문체부)의 ‘만화 분야 표준계약서’가 그것이다. 그러나 표준계약서 사용은 의무 사항이 아니다. 실제 계약 시 표준계약서를 따르는 경우는 많지 않다. 기초조사에 따르면 표준계약서를 사용한다고 응답한 웹툰 창작자는 25%에 불과했다.

적극적인 해결방안 도입이 요구된다. 먼저 창작자들의 노동 환경 개선이 시급하다. 현재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은 창작자들에게 복지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창작자들은 예술인임을 증명하면 보험료, 창작준비금, 생활안정자금, 의료비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그러나 기초조사에 따르면 혜택을 받은 적 있는 웹툰 작가는 26.4%에 지나지 않았다. 김 지회장은 “예술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창작자가 많지 않을 뿐 아니라 경쟁률도 높다”며 “재단보다는 플랫폼 차원에서 작가들의 처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표준계약서 사용 비율을 확대하고, 창작자의 저작권을 보호하는 조항을 추가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불공정 계약 행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 총괄팀장은 “표준계약서 사용을 의무화하는 한편 ‘을’인 창작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항을 추가하도록 문체부에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체부는 표준계약서 의무화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문체부 콘텐츠정책국 대중문화산업과 남찬우 과장은 “플랫폼에 혜택을 주고 창작자 대상으로 설명회를 하는 등 사용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계약은 민법의 영역이기 때문에 계약서 사용을 법으로 의무화할 수는 없다”고 못 박았다. 표준계약서 수정에 대해서도 유보적인 입장이다. 남 과장은 “창작자와 플랫폼의 입장을 반영해 지난 2016년 6종 계약서로 개정한 적 있다”면서도 “표준계약서 수정에 대한 구체적 계획은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웹툰, 웹소설 산업은 상승세에 있다. 그러나 산업의 주역이라고 할 수 있는 창작자들의 처우가 나아지지 않는다면 미래는 없다. 창작자들의 노동 환경을 개선하고, 이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MG 제도: ‘Minimal Guarantee’의 약자. 창작자가 플랫폼으로부터 최소 수입을 약정하고 그만큼의 비용을 미리 받는 계약 방식이다. 이후 연재를 통해 수익이 발생할 경우, 받은 MG만큼의 금액을 빼고 창작자에게 수익을 배분한다.

▶▶지난 6월 28일 전국여성노조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가 게재한 규탄서다. 플랫폼 '허니문'은 웹소설 공모대전 참가자들에게 무상으로 과중한 연재를 강요했다.


글 민소정 기자
socio_jeong@yonsei.ac.kr

<자료사진 전국여성노조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

민소정 기자  socio_jeong@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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