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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자 중의 소수자를 위한 곳, 헬렌켈러센터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어둠에 갇힌 시청각장애인을 대변하다
  • 강리나 기자
  • 승인 2019.11.11 00:15
  • 호수 1841
  • 댓글 0

“눈이 먼 것보다 더 안 좋은 것이 있을까?
있다.
볼 수는 있지만 비전이 없는 사람”

미국의 교육자 헬렌 켈러의 말이다. 헬렌 켈러는 눈도 보이지 않고 귀도 들리지 않았던 시청각장애인이었다. 사회적 소수자인 장애인의 권리는 점차 개선돼왔다. 하지만 장애인의 인권이 나아지는 과정에서도 사각지대는 있다. 바로 ‘시청각장애인’이다.

지난 4월 밀알복지재단은 ‘소수자 중의 소수자’인 시청각장애인을 위해 국내 최초 ‘밀알복지재단 헬렌켈러센터’를 열었다. 시청각장애인의 고충과 밀알복지재단 헬렌켈러센터의 비전을 듣고자 헬렌켈러센터 홍유미 팀장을 만났다.

시청각장애인의 어려움

▶▶ 밀알복지재단 헬렌켈러센터는 단순한 복지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시청각장애인에게 밀알복지재단 헬렌켈러센터는 확성기 그 자체다. 이곳을 통해 시청각장애인의 목소리는 비로소 사회에 닿는다.

Q. 시청각장애인이라는 개념이 생소하다. 시청각장애인에 대한 설명 부탁한다.
A. 시청각장애인은 시각장애와 청각장애를 모두 가진 장애인을 의미한다. 선천성 시청각장애인과 중도 시청각장애인이 있다. 중도 시청각장애인은 다시 시각기반 시청각장애인과 청각기반 시청각장애인으로 분류된다. ‘시각장애 기반 시청각장애인’(맹농인)은 시각장애인으로 살다가 청각장애가 생겨 시청각장애인이 된 경우를 말한다. 시각장애인이었기 때문에 육성으로 말할 수 있는 분들이 많다.
한편 ‘청각장애 기반 시청각장애인’(농맹인)은 청각장애인으로 살다가 시각장애가 생겨 시청각장애인이 된 경우다. 선천성 청각장애인이나 아주 어릴 때 청력을 잃은 경우, 언어장애까지 있는 분들이 많다. 이 경우 육성으로 말을 하기 어렵다.

Q. 시청각장애인은 소수자 중의 소수자라 불린다. 이들이 어떤 고충을 겪고 있는지 궁금하다.
A. 가장 큰 어려움은 의사소통이다. 시청각장애인은 볼 수도, 들을 수도 없어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다. 각종 정보에 접근할 수 없어 교육이나 취업의 기회를 박탈당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장애의 특성에 맞는 교육이 제공되는 것도 아니다. 우리나라에는 시청각장애인을 교육할 수 있는 학교가 없다. 특히 선천성 시청각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방법은 전무하다. 교육과 취업의 제한이 때로 가정 내 갈등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시청각장애인의 자립을 어렵게 만든다. 헬렌켈러센터에서 발견한 시청각장애인 대다수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Q. 시청각장애인에게 제공되는 복지 혜택이 적은 이유가 궁금하다.
A. 시청각장애인이 사회적으로 인식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행 장애인복지법상 시청각장애인은 별도의 장애 유형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그래서 시청각장애인은 시각에 청각장애 중복, 청각에 시각장애 중복으로만 인정받는다. 오로지 시청각장애인만을 위한 복지는 따로 없다.
실태조사가 이뤄진 적도 없어 정확한 숫자조차 파악하기 어렵다. 다만 장애인개발원에서 지난 2014년 전국 장애인 실태조사의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전국에 약 1만여 명의 시청각장애인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만지며 소통하다

Q. 시청각장애인이 의사소통에서 겪는 어려움을 언급했다. 그들이 어떻게 소통하는지 설명해달라.
A. 촉수화와 촉점화는 시청각장애인의 의사소통을 위해 마련된 언어다. 촉수화는 수화를 손으로 만져서 대화하는 방법이다. 수화는 일대다로 소통할 수 있지만 촉수화는 반드시 일대일로만 대화할 수 있다. 촉점화는 점자체계를 활용해 손가락으로 상대의 손등에 점자를 찍는 방법이다. 청각장애인이었을 때 수화를 했던 분들은 촉수화를 주요 소통수단으로 쓰고, 수화를 모르는 분들은 둘 중 하나를 배워야 한다.

Q. 국내에 촉점화나 촉수화를 통역하는 보조인 양성과정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A. 다양한 단체에서 보조인 양성과정을 운영한다. 수어통역사협회에서 시청각장애인 의사소통 지원사를 양성하고 있다. 밀알복지재단의 헬렌켈러센터와 제주 헬렌켈러센터에서도 해당 과정을 운영 중이다. 또 시청각장애인 자조모임 ‘손잡다’에서도 지원사를 길러 낸다.

Q. 촉점화나 촉수화로는 일대일 소통만 가능하다. 모든 시청각장애인이 통역사를 지원받을 수는 없는 상황에서 의사소통을 위한 다른 대안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A. 점자정보단말기를 보급하는 것이다. 점자정보단말기는 시청각장애인의 교육과 의사소통을 위한 주요한 도구지만, 가격이 비싸 개인적으로 구매하기 힘들다. 정부에서 시청각장애인에게 단말기를 지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점자정보단말기를 활용하려면 시청각장애인에게 점자를 알려주는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

시청각장애인과 세상을 연결하는 헬렌켈러센터

▶▶ 밀알복지재단 헬렌켈러센터 홍유미 팀장은 시청각장애인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했다. 외부와 단절된 채 소외된 시청각장애인을 사회로 이끄는 활동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Q. 밀알복지재단 헬렌켈러센터(아래 헬렌켈러센터)에 대해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A. 헬렌켈러센터 설립 당시 우리나라에는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법과 제도가 없었다. 반면 해외에는 이미 시청각장애인을 돌보는 제도가 있다. 미국은 지난 1968년 ‘헬렌켈러법’을 제정해 전국 11곳의 헬렌켈러센터를 운영 중이다. 일본에서도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활동 도우미 파견 사업을 시행하고, 헬렌켈러센터를 운영하는 등 국가적 정책을 펴고 있다.
국내의 시청각장애인은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외부와 단절된 삶을 살았다. 이에 시청각장애인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고자 헬렌켈러센터를 설립하게 됐다. 헬렌켈러센터는 시청각장애인의 권익을 옹호하고, 그들이 완전히 사회에 통합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목표가 있다. 시청각장애인을 발견하고, 이들의 욕구를 파악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Q. 헬렌켈러센터가 진행하는 활동이 궁금하다.
A. 헬렌켈러센터는 시청각장애인의 자립을 위한 전반적인 서비스 제공을 담당한다. 의사소통 훈련·설리번 발굴 및 육성·시청각장애인 자조 모임 지원·시청각장애인 자립 생활 도모·시청각장애인에 대한 인식 확산 운동 등이 주요 사업이다. 의사소통 훈련은 시청각장애인을 대상으로 촉수화나 촉점화를 가르치는 것이다. 시청각장애인의 장애 정도나 유형에 따라 1:1로 교육이 진행된다.
또 헬렌켈러의 스승이었던 설리번 선생님처럼 시청각장애인과 소통할 수 있는 통역사를 양성하고자 한다. ‘설리번’이라 불리는 봉사자에게 시청각장애인 이해와 점자·수어·촉수화를 교육한다.

Q. 헬렌켈러센터는 지난 10월 30일 이전까지 ‘헬렌켈러법(시청각장애인지원법)’의 입법을 위한 활동도 진행했다. 구체적으로 ‘헬렌켈러법’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A. ‘헬렌켈러법’은 시청각장애인의 특성과 복지 욕구에 적합한 자원이 체계적으로 제공되도록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는 법이다. 시청각장애인이 인간다운 삶을 꾸려 나가도록 돕고, 이들의 사회 참여를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온·오프라인 채널을 통해 인식개선 활동과 서명 활동을 진행했다. 지난 9월 16일까지 1만 8천여 명의 시민 서명을 모아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마침내 지난 10월 30일 장애인복지법이 개정되며 입법됐다.

시청각장애인은 목소리를 내지 못한 채 방치돼왔다. 이들을 대변할 헬렌켈러센터의 등장이 특별한 이유다.

글 강리나 기자
lovelina@yonsei.ac.kr

<자료사진 밀알복지재단, 헬렌켈러센터>

강리나 기자  lovelina@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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