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배민수 목사 유족 “기증조건 위반에 반대” 주장해

▶▶ 지난 10월 유족 측이 학교로부터 받은 개발 계획안이다. 우측 상단 일부분 외에는 부지 전체가 아파트 관련 시설로 채워져 있다. 법인 관계자는 이 계획안이 교육부의 기본재산 처분 허가를 위한 가안이라 설명했다.


삼애캠 개발을 둘러싸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삼애캠은 지난 1976년 고(故) 배민수 목사의 유족이 우리대학교에 약 18만 1천819m²(5만 5천 평)의 부지를 기증하면서 조성됐다. 하지만 2018년 7월 연합신학대학원 게시판에 삼애캠 아파트 건설 계획을 암시하는 내용의 게시물이 게재되며 논란이 불거졌다. <관련기사 1832호 1면, ‘삼애캠 주택단지 개발 계획 둘러싸고 잡음 일어’>

 

유족 측, “소통도 동의도 없었다” 주장

 

법인본부(아래 법인)는 현재 삼애캠 개발 검토를 위한 자산개발위원회가 구성된 상태라고 전했다. 자산개발위원회는 학교 내·외부 전문가로 구성된다. 삼애캠 개발과 관련된 공동사업자도 선정된 상태다. 지난 7월 8일에는 교육부로부터 ‘교육용 기본재산 처분 허가’를 받았다.

학교는 2018·2019년 두 차례에 걸쳐 미국에 있는 유족을 만났다. 두 번째 방문인 2019년 7월 6일 유족 측은 김용학 총장에게 ‘추후 실사가 완료될 때까지는 어떠한 결정도 내릴 수 없다’는 뜻을 전했다고 했다. 하지만 6월 25일 학교는 이미 교육부에 교육용 기본재산 처분 허가를 신청했다. 7월 8일 교육부는 신청을 승인했다. 

지난 10월 11일 유족들은 삼애캠 개발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했다. 유족들은 입장문을 통해 ▲학교 측의 소통 부재 ▲유족 동의 없는 개발 진행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우리신문사와의 인터뷰에서 유족 배은숙씨는 “학교 측은 삼애캠 개발과 관련해 유족과 소통하지 않았다”며 “논의 과정에서 유족은 철저히 배제됐다”고 말했다. 또한, “우리의 동의 없이 매각 승인 허가를 신청한 것에 대해 학교 측으로부터 설명을 듣지 못했고, 9월이 돼서야 다른 사람에게 들었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학교 측의 설명을 신뢰하기 어렵고, 문제 해결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유족들은 지난 7월 만남 이후 학교 측이 유족들의 뜻을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배은숙씨는 “우리의 의사가 곡해되지 않도록 총장과 만나기 전 서면으로 의사를 전달했다”며 “만남 중에도 개발에 동의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만남 이후 학교의 배포자료에는 “기본적인 계획을 유족들에게 말씀드렸으며, 유족들은 기본 원칙에 대해 공감해 주셨다”고 언급돼 있다.

미국에 거주 중인 유족들은 학교와의 소통을 위해 지난 10월 우리대학교를 방문했다. 유족들에 따르면 지난 7월 김 총장은 부지의 49%를 개발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10월에 진행된 학교 측과 만남에서 전달받은 도면에는 삼애캠 전체가 아파트로 채워져 있었다. 당시 학교 측은 교육부에 기본재산 처분 허가를 받기 위한 가안일 뿐이라고 말했다. 유족들은 “자세한 설명은 전혀 듣지 못했다”며 “문제를 해결할 의지도 없어 보였다”고 덧붙였다. 배은숙씨는 “학교 측은 종이 한 장도 들고 오지 않고 우리를 만나러 왔다”며 “마치 벽에 대고 대화를 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 삼애캠에 있는 삼애교회 모습. 삼애교회 설립은 부지 기증 조건 중 하나였지만 30년이 지나서야 건립됐다.


부지 기증조건을 둘러싼 대립

 

유족들은 삼애캠 부지를 기증할 당시 배 목사의 묘소관리, 초교파 교회 설립 등 6가지 기증조건을 제시했고, 학교는 이를 수용했다. 법인 관계자는 “배 목사님의 장남인 고(故) 배영 박사님이 2007년에 6가지 기증조건이 충족된 것으로 확인했다”며 “앞으로도 개발 계획안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기증조건을 불이행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유족들은 현재 진행 중인 삼애캠 개발 계획은 부지 기증조건을 위반할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유족 아이얀 배(Ian Pai)씨는 “학교 측은 배 목사님의 유해를 화장하고, 묘소를 옮기길 원한다”며 “배 목사님의 유골, 기념도서관 등을 한 건물에 넣고 나머지 부지 전체를 개발하려는 것은 명백한 기증조건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유족 존 배(John Pai)씨는 “아버지의 무덤을 파헤치고 유해를 화장하는 건 너무나 슬픈 일”이라고 덧붙였다. 

유족 측은 삼애캠 개발과 별개로 아직 지켜지지 않은 기증조건도 있다고 지적했다. 아이얀 배씨는 “학교는 2007년에 평생교육원과 사회서비스센터 건립을 약속했으나 아직 지키고 있지 않다”며 “기증조건의 일부인 삼애교회를 짓기까지도 30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원만한 해결을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배은숙씨는 “아직 소송을 준비하고 있진 않지만, 법률대리인을 통해 학교를 대상으로 필요한 요구를 전달할 예정”이라며 “삼애캠은 선친들의 독립운동 정신과 농업 정신이 깃든 땅인 만큼 기증 목적을 준수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법인 관계자는 “개발과 관련한 구체적 계획이 수립되지 않아 충분한 논의를 진행할 수 없었다”며 “불필요한 오해가 없도록 유족과 지속적 협의를 통해 개발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삼애캠이 우리대학의 발전을 위해 올바른 방향으로 개발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글 박진성 기자 
bodo_yojeong@yonsei.ac.kr

사진 박민진 기자 
katarina@yonsei.ac.kr

<사진제공 아이얀 배 (Ian P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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