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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소명, 역사를 그려내야 한다‘2019 박경리문학상’ 수상자 이스마일 카다레 초청간담회 열려
  • 박제후 윤세나 박민진 기자
  • 승인 2019.11.03 22:52
  • 호수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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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마일 카다레 작가의 작품은 전설, 민담, 설화를 사용해 우화적으로 현실을 풍자했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2019 박경리문학상’은 알바니아 작가 이스마일 카다레(Ismail Kadare)에게 돌아갔다. 우리대학교 인문학연구원과 토지문화재단은 지난 10월 24일 미래캠에서, 29일 신촌캠에서 ‘2019 박경리문학상 수상자 초청간담회’(아래 간담회)를 주최했다. 간담회는 ▲작가 소개 ▲작가와의 대화로 이뤄졌고, 신촌캠에서는 ▲작가에게 보내는 시 낭독도 있었다.

알바니아를 담은 카다레의 세계

박경리문학상은 지난 2011년에 제정됐다. 탁월한 문학적 능력으로 세계 문학사에 큰 영향을 미친 작가들에게 매년 주어진다. 2019 박경리문학상은 토지문화재단과 박경리문학상위원회, 강원도, 원주시, 동아일보가 공동 주관했다. 박경리문학상 심사위원 측은 “카다레의 문학은 삶의 작은 부분과 큰 이념들의 상호관계를 보여준다”며 “구체적인 역사적 사건 속에서 삶의 진실을 생각하게 한다”고 시상 이유를 밝혔다.

‘카다레의 작품은 한 번 빠지면 나올 수 없는 미궁과 같다’는 말이 있다. 카다레는 독특하고 중독적인 작품세계로 유명하다. 맨부커 국제상 초대수상자이자 노벨문학상의 유력 후보로 꾸준히 거론돼온 작가이기도 하다. 카다레는 감춰져 있던 알바니아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렸다.

작가 소개는 미래캠에서는 유예진 교수(문과대‧현대프랑스소설)가, 신촌캠에서는 백선희 번역가가 맡았다. 유 교수는 저항문학가로서의 카다레를 소개했다. 카다레의 대표작 『죽은 군대의 장군』, 『돌의 연대기』, 『아가멤논의 딸』은 알바니아의 역사와 사회에 대한 작가의 시선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독재 정권에 정면으로 맞선 『꿈의 궁전』은 출간 직후 알바니아에서 금서로 지정되기도 했다. 유 교수는 “카다레의 작품은 알바니아의 비극적인 전쟁의 역사와 독재 체제를 비판하고 있다”며 “그의 문학세계는 지엽적인 사회상을 다루면서도, 범인류적 가치를 지향한다”고 말했다.

백 번역가는 카다레의 문학세계를 ‘모순성’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설명했다. 백 번역가는 “비극적이면서도 희극적이고, 여러 시간이 혼재된 카다레의 작품은 비교 불가능하고 독창적”이라고 설명했다. 카다레의 작품에는 알바니아의 관습과 정서가 녹아들어 있다. 백 번역가는 “지역의 관습, 전설, 민담은 카다레 작품의 메시지를 압축해서 전달하고, 특유의 섬뜩한 이미지를 풍부하게 한다”고 말했다.

신촌캠에서는 곽효환 시인이 카다레의 소설 『부서진 사월』 일부를 소개하고, 그에 영감을 받은 자신의 시를 낭독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부서진 사월』은 2차 세계대전 전까지 존재했던 ‘카눈’이라는 관습을 다룬다. 카눈은 가족 중 하나가 살해당하면 상대 가족을 죽이고, 또다시 복수가 반복되는 알바니아 고유의 관습법이다. 곽 시인은 “카눈은 코소보 사태* 같은 민족주의적 대량살인에 대해 성찰하게 한다”고 말했다. 이날 곽 시인은 자신의 시 「발칸에서 부치는 편지」를 낭독했다. “코소보 사람들은 날마다 울면서 전화를 해요 수백 년 전의 일로 왜 이렇게 죽고 죽이느냐고 낡고 허물어져 사라진 줄만 알았던 중세의 성으로 어느 날 되돌아온 것 같다고”라는 구절은 카눈이라는 비이성적인 관습 속 복수의 양상이 현대에도 반복되고 있음을 표현했다.

▶▶ 제9회 박경리문학상을 수상한 이스마일 카다레 작가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소설 작품 넘어
시대적 상황까지 질의응답 이어져

질의응답 시간을 통해 소설에 대한 자유로운 의견이 오갔다. 질문은 작품과 시대·정치적 상황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뤘다.

우선, 작품의 소설 장치와 대외적 평가에 관한 질문이 이어졌다. 일부 참석자는 『죽은 부대의 장군』, 『부서진 사월』, 『꿈의 궁전』에서의 기후 묘사와 『돌의 연대기』의 어린 소년 화자에게 이름을 부여하지 않은 등 소설 장치에 관해 물었다. 카다레는 “스산하게 표현한 기후는 알바니아 독재 체제의 비극과 전쟁의 상처를 극대화하기 위한 소설적 장치”였으며 “익명의 어린 소년으로 화자를 설정한 이유는 자신을 의미하는 동시에 알바니아의 작가들을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참석자는 카다레식 저항문학을 향한 평가가 어떤지 물었다. 카다레는 “체제에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는 비판과 알바니아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양측 모두에게 비판을 받았다”며 “당대 작가로서 겪어야 할 숙명”이라고 답했다.

이후 작품 집필 당시의 시대·정치적 상황에 관한 질문이 이어졌다. 카다레는 알바니아가 공산주의 체제에서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문학을 집필했다. 이러한 시대 상황이 소설 집필에 미친 영향을 묻는 말이 있었다. 카다레는 문학이 의무적으로 역사를 반영해야 하는 예술임을 표명했다. 이어 카다레는 “독재 체제에서의 저항문학은 필요하지만, 제 기능을 못 한다는 모순이 발생한다”며 “따라서 문학의 역할과 본질을 추구하기가 상당히 어렵다”고 말했다.

독재 체제와 알바니아의 지향점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카다레는 “독재 정권은 확고한 사상을 바탕으로 민중을 강압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하지만 독재자들은 내가 보기에 공허한 존재 같다”고 말했다. 이어 카다레는 “알바니아는 다른 나라에 비해 독재 청산이 매우 늦은 나라 중 하나”라며 “알바니아도 과거의 역사를 밝혀 해방과 자유를 향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행사는 다양한 질의응답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행사에 참석한 정희영(디자인학부·16)씨는 “이번 행사로 인해 카다레 작가를 알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며 “역사적 비극을 소재로 다룬 작가와 현대 비극을 논할 수 있었던 자리”였다고 말했다. 조주관 명예교수(우리대학교·노문학)도 “유명 작가와 대화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며 “인간의 폭력성과 야만성을 문학 소재로 다룬다는 것이 흥미로웠다”고 소감을 전했다.

*코소보 사태: 거주자 대다수가 알바니아인인 코소보 지역이 세르비아로부터의 분리 독립을 요구하자 세르비아의 독재자 밀로셰비치가 코소보 주민들을 상대로 대량학살을 저질렀다.

글 박제후 기자
bodo_hooya@yonsei.ac.kr
윤세나 기자
naem_sena@yonsei.ac.kr

사진 박민진 기자
katarina@yonsei.ac.kr

박제후 윤세나 박민진 기자  bodo_hooya@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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