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핵심은 학생들의 자율성 강화!

RC교육원은 오는 2020학년도부터 RC교육을 개편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개편의 골자는 ▲RC자기주도활동 체계개편 ▲기숙사 상벌점제 폐지이다.

‘RC자기주도활동’이라는 이름으로 RC교육이 정착된 것은 지난 2015학년도부터다. 학생들은 RC프로그램에 참여해 포인트를 모으고 12포인트 이상을 충족하면 학점을 받게 된다. 하지만 학생들이 포인트를 채우기 위해 RC프로그램에 반강제적으로 참여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학생들의 흥미를 떨어뜨리고 RC자기주도활동의 자율성을 해친다는 문제점이 꾸준히 제기됐다. 김유진(정외·18)씨는 “프로그램들에 어쩔 수 없이 참여해야 했다”며 “들인 시간에 비해 남는 것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RC교육원에서는 RC교육의 ‘자기주도’라는 본질적 가치를 추구하고자 포인트제를 폐지하고, 포트폴리오제로 전면 개편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포트폴리오제는 학생들이 학기 초 자신의 관심사에 맞는 활동을 구상해 계획서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학생들은 학기를 보내는 동안 자신의 활동들을 사진 등으로 증명하며 포트폴리오를 완성해나간다. 학기 말, RM과 RA가 최종평가를 진행해 패스 여부를 결정한다.

한편 포트폴리오제가 시행되더라도 기존 RC특강과 하우스 프로그램 등은 그대로 유지된다. 또한, RC프로그램은 학생들의 수요를 반영해 계속 개편해 나간다. 이를 통해 학생들의 자율적 참여를 끌어내겠다는 것이 RC교육원의 입장이다. 포트폴리오제는 이미 지난 2019학년도 1학기부터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무악, 윤동주, 치원하우스가 첫 대상이 됐고, 2학기엔 청송, 한결하우스도 추가로 운영 중이다.

국제캠 기숙사 상벌점제도 개편된다. 기존의 상벌점제를 폐지하고 위반, 주의, 경고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바뀐다. 위반 사안의 경중에 따라 학생에게 ‘위반’, ‘주의’, ‘경고’, ‘퇴사’ 중 하나의 조치가 취해진다. 위반 3회는 주의 1회가, 주의 3회는 경고 1회가 된다. 경고가 3회 누적된 학생은 퇴사해야 한다. 새로운 ‘송도학사 규칙위반 조치방안’은 꾸준한 의견수렴과 논의를 거쳐 오는 2020년 1월에 확정돼 3월에 도입될 예정이다. 우리신문사는 RC교육원장 전광민 교수(공과대·내연기관)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RC교육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우리대학교 RC교육원장 전광민 교수(공과대·내연기관)의 모습이다.

 

Q. RC자기주도활동을 개편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A. 지금까지는 ‘자기주도’ 활동이 아닌 ‘타율적’ 활동이었다. 학생들은 그동안 활동 점수에 얽매였다. 스스로 설계하고 성장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교육이 필요하다. 학생 주도의 포트폴리오를 통해 창의성, 미래사회 대응 능력, 협동 정신 등을 기를 수 있다.

 

Q. 포트폴리오제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나?

A. 학생들은 학기 초에 계획서를 제출하게 된다. 학생은 목표와 달성 방법 등을 구상한다. 한 학기 동안 계획서에 따라 필요한 활동을 하며 포트폴리오를 완성한다. 활동 보고는 와이섹을 활용할 예정이다. RM과 RA는 중간점검을 통해 학생을 돕는다. 학기 말에는 한 학기 동안의 활동을 정리하고 다음 학기 계획을 세운다. RM은 이를 평가해 패스 여부를 결정한다. 활동 자료 제출 횟수 등 구체적 운영 방법은 하우스마다 다르게 운영될 예정이다.

 

Q. 구체적인 예를 들어달라.

A. 환경에 관심이 많은 학생을 예로 들겠다. 학생은 환경에 관련한 공부를 할 수도, 강연을 들을 수도, 하우스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도 있다. 다른 학생과 함께 환경문제를 해결할 팀을 구성할 수도 있다. RC교육원은 학생이 활동에 필요한 환경을 제공한다. RC교육원은 학생이 관심 있는 분야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조력자 역할을 맡는다.

 

Q. 시범 운영의 결과는 긍정적인가?

A. 아직 여러 문제점이 있다. RA와 RC학생들의 인식 문제가 대표적이다. 학생 스스로 성장을 주도하는 포트폴리오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몇몇 학생들은 이를 단순히 숙제 정도로 생각한다. 운영 측면에서도 시행착오가 있다.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제출 방식을 조정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Q. 일각에서는 12포인트 제한을 없애면 학생들의 RC프로그램 참여가 저조할 것이라 지적한다.

A. 시범 운영을 하면서 RC프로그램의 참여도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강제로 참여하게 할 생각은 없다. 흥미를 유발하고 필요성을 알려주는 것이 교육자가 할 일이다. 학생들을 어떻게 설득해내느냐가 관건이다.

 

Q. 포트폴리오제 시행 후에도 RC특강이나 하우스 프로그램 등 RC교육원에서 제공하는 콘텐츠는 변화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있다.

A. 변화의 핵심은 콘텐츠가 아니라 운영 방식이다. 일반 식당이 뷔페가 되는 것이라 비유할 수 있다. 파는 음식이 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먹고 싶은 것을 스스로 정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물론 추후 RC교육원이 제공할 프로그램도 이전과 같은 것은 아니다. 학생들의 요구를 계속 반영해 수정해나갈 것이다.

 

Q. 학생들의 요구가 다양할 것 같은데 어떻게 충족할 수 있나?

A. 현재 RA들은 자기가 원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주도한다. 이제는 학생들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해야 한다. 다른 하우스와 프로그램을 연계할 수도 있다. 기존 포인트제에서는 포인트 부여 주체가 모호해 하우스 간 프로그램 연계가 어려웠다. 이제는 각 하우스 RM이 협업을 설계하고 이를 인정해주면 된다. RC교육원이 외부와 연계해 진행하는 허브프로그램도 활용하면 선택지는 더욱 넓어진다. 학생들은 자기가 원하는 분야의 외부활동도 스스로 찾아볼 수 있다. 다만 RC활동으로 인정할 외부활동의 범위는 논의 중이다.

 

Q. 벌점제도가 바뀌는 이유는 무엇인가?

A. 벌점으로 학생을 규율하고 통제하는 것은 교육적인 의미도 없고 바람직한 공동체 생활도 아니다. 물론 범죄에 준하는 일이 발생하면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다. 현재 벌점 부여 주체가 학생이라는 점도 문제다. 조언자로서의 선배는 바람직하지만, 벌점을 주는 사람이 되는 것은 옳지 않다. 여기에 전문적으로 학생을 지도·상담해줄 수 있는 사람을 고용해 학생의 안전과 자유를 함께 추구하려 한다. 

 

Q. 이 밖에 바뀌는 점은 어떤 것이 있나?

A. 기숙사 통금 폐지도 논의 중이다. 이번 시험 기간 동안 시범적으로 통금을 없애기도 했다. 통금 해제까지 출입문 앞에서 기다리거나 음주를 하는 것도 위험하다. 다만 통금 폐지는 안전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전문 인력을 충원할 생각도 있다. 늦어도 내년 1월까지는 변화하는 RC생활의 모든 사안을 확정할 것이다.

 

글 박진성 기자
bodo_yojeong@yonsei.ac.kr
변지현 기자
bodo_aegiya@yonsei.ac.kr

<사진제공 전광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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