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밥 한 끼 제대로 해 먹기 힘든 대학생과 자취러들을 위해 『The Y』가 ‘백반 투어’를 나섰다. 엄마의 따뜻한 한상차림이 그리운 독자라면 주목하라. 

 

존재의 이유(가정식 백반, 6천 원)

연세대 동문 근처에 있는 이곳은 건물 두 채에 걸쳐 식당과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메뉴판에 붙은 ‘best' 스티커에 홀린 듯이 가정식 백반을 주문했다. 이 집의 대표메뉴라고 한다. 밑반찬의 구성은 매일 달라지는데, 이날의 반찬은 김치 제육과 콩나물국이었다. 고기류를 같이 파는 식당인데 대표메뉴가 백반이라니. 엄청난 기대를 하며 음식을 기다렸다.
막상 마주한 'best' 메뉴는 조금 실망스러웠다. 뜨끈한 국을 기대하며 첫 숟가락을 들었지만, 국물은 식어 있었다. 이번엔 김치 제육으로 눈을 돌렸다. 새빨간 색깔만큼 아주 맵고 짰다. 작게 썰려 나오는 고기의 양이 적은 것도 아쉬웠다. 다른 반찬들도 차갑게 식은 채 나왔다. 기대가 높았던 만큼 실망도 큰 한 끼였다. 

총평: 자극적인 맛을 원한다면 추천하지만, 식은 반찬과 고기의 양이 아쉬웠던 곳.

 

Bab(제육철판 백반, 9천 원)

이화여대 정문 바로 앞에 자리한 백반집. 의자 위의 아기자기한 천 장식과 부드러운 느낌의 연둣빛 벽지가 가정집 같은 느낌을 준다. 주문하고 나니 밑반찬이 먼저 나왔다. 구성은 고구마 맛탕, 계란말이, 잡채, 샐러드, 깍두기, 오이 김치, 그리고 콩나물무침. 여기에 된장찌개까지 함께 나온다. 밑반찬의 포인트는 계란말이다. 다른 식당과는 달리, 이곳은 밑반찬 계란말이 안에 채소가 많이 들어있다. 어디선가 “채소를 먹어야 건강에 좋아”라고 말하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메인 메뉴인 제육철판의 담백한 맛은 진짜 ‘집밥’을 먹는 느낌을 준다. 엄마의 손길이 느껴지는 감동에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 집이 가장 가격대가 높았다. 하지만 돈은 전혀 아깝지 않다. 편의점 음식이나 빵 쪼가리로 매 끼니를 때우는 자취생이라면 추천한다. 이대 근처에 산다면 집밥이 생각날 때마다 찾을 것 같다. 

총평: 비싼 가격이지만, 밥 한 번 ‘제대로’ 먹고 싶은 자취생에게 추천하는 집.

 

안방마님 (불고기 백반, 5천 원)

식당이 연세로 근처 샛길로 난 골목 안쪽에 있어 다소 찾아가기 어렵다. 안방마님이라는 이름답게 내부는 여느 집 안방 같은 느낌이 물씬 나지만 가게 크기는 매우 아담하다. 대개 자리가 부족해서 빠르게 먹고 나가야 한다. 메뉴는 불고기 백반이 전부다. 저렴한 가격에 양이 부족하지 않을까 했지만 괜한 걱정이었다. 불고기의 양도 충분하고, 넉넉한 아주머니의 인심 덕에 공깃밥도 무료로 한 공기 추가할 수 있다.
구수하고 진한 냄새를 풍기며 빨리 입으로 넣어 달라고 외치는 듯한 불고기 백반. 불고기는 살짝 달짝지근한 맛이 났다. 과하지 않은 담백한 맛과 함께 부드러운 식감을 느낄 수 있다. 고기 위에 김치를 얹어 먹으니 생강과 마늘이 어울려 조화를 이룬다. 불고기 양념도 넉넉하니 남은 양념에 밥을 비벼 먹기에도 좋았다. 불고기와 공깃밥 외에 반찬은 김치 하나뿐이지만 만족스럽다. 신촌의 비싼 물가를 고려했을 때 조금 단출해도 이 정도 퀄리티의 백반이 5천 원이면 좋은 가성비다. 이곳은 현금 결제밖에 안 되니 꼭 현금을 지참할 것.

총평: 단돈 5천 원으로 빠르게 배를 채울 수 있는 곳.

 

참참참 (순두부찌개, 6천 원)

이화 52번가 속 아주 깊은 골목에 있다. ‘밥 한번 먹기 어렵네’라며 씩씩거리며 찾아왔지만 도착하자마자 귀엽고 아기자기한 인테리어가 맞이해주니 헛걸음하진 않은 것 같다. 계단을 내려가면 온갖 깜찍한 장식품들로 꾸며져 있다. 내부도 널찍한 이 가게의 특징은 ‘다양한 메뉴’다. 뚝배기 오징어 볶음, 생선구이, 김치볶음밥 등 매주 다른 메뉴를 골라 먹는 재미도 있겠다. 
메인 메뉴인 순두부찌개. 한 입 떠먹어보니 칼칼함과 동시에 뭔가 모를 조미료 맛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집에서 해 먹는 맛보다는 분식집의 맛에 가까웠달까. 라면과 찌개의 중간지대에 있는 듯한 맛. 그래도 뜨끈한 국물이 쌀쌀한 날씨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밑반찬은 양념이 된 오이, 가지, 나물 등 여섯 가지가 나온다. 반찬이 채소밖에 없는 건 아쉬웠다. 소시지나 계란말이 같은 단백질이 곁들여졌다면 어땠을까. 

총평: 적당히 자극적인 무난한 맛, 다양한 선택지가 강점인 곳.

 

글 김인영 기자
hellodlsdud@gmail.com
이희연 기자
hyeun5939@yonsei.ac.kr

사진 윤채원 기자
yuncw@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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