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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13년째 유령건물’ 신촌 민자역사의 속사정계속되는 법적 공방, 늦어지는 정상 영업
  • 김병관 이희연 조재호 박민진 기자
  • 승인 2019.11.03 23:12
  • 호수 53
  • 댓글 0

사람이 너무 없어 유령만 남았다는 ‘신촌 메가박스’. 신촌 민자역사(아래 민자역사)에 붙은 오래된 오명이다. 그러던 지난 3월, 민자역사에 면세점을 열기로 했던 ‘탑시티면세점’(아래 탑시티)이 내부 공사를 진행했다. 드디어 민자역사가 정상 영업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민자역사의 새 출발에 다시 제동이 걸렸다. 건물 회생을 위해 진행했던 M&A*에서 민자역사의 새 주인으로 ‘삼라마이더스 그룹’(아래 SM그룹)이 선정됐기 때문이다. 이에 SM그룹과 신촌역사(주), 탑시티 사이에서 치열한 법적 공방이 이어지며 민자역사의 향방은 다시 불투명해졌다. 민자역사의 개점 휴업 상태가 장기화하며 인근 상권은 더욱 침체할 위기에 직면했다. ‘신촌 상권 활성화’라는 준공 목적이 잊힌 민자역사의 모든 것을 『The Y』가 짚어봤다.

다사다난했던 민자역사의 지난날

지난 2006년 경인선 신촌역에 세워진 민자역사는 지하 2층~지상 6층, 연면적 3만m² 규모의 상업 시설이다. 낡은 민자역사를 현대화하고 인근 상권을 활성화한다는 취지로 세워졌다. 신촌과 이대의 중심지에 있어 유동인구 확보가 유리하다는 점, 보세 의류를 주로 판매하던 상권이었기에 대형쇼핑몰 특성화 전략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다.
이러한 기대 속에서 종합쇼핑몰 ‘밀리오레’가 입점했지만, 공실률이 80%에 육박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 여기에 분양 광고가 허위·위장 광고였다고 주장하는 분양자들과의 소송까지 벌어졌다. 밀리오레가 패소하면서 총 900억 원 규모의 분양금을 배상하게 됐다. 이러한 사태로 인해 밀리오레의 단기 순손실은 2011년 552억, 2012년 266억 원을 기록했다. 계속되는 손실에 밀리오레는 2012년을 기점으로 영업을 중단했다.
그 후 2016년 계약을 체결한 탑시티는 특허권을 획득해 영업을 시작하려 했다. 그러나 당시 사드 여파로 인한 중국인 관광객 급감으로 2년이 지난 2018년 12월에야 임시 개점을 했다. 탑시티는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해 지역 상권을 활성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영업을 시작했다.

회생절차에 명도소송에… 바람 잘 날 없는 민자역사

하지만 지난 6월 17일 민자역사의 새 사업자로 SM그룹이 선정되며 정상 영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계속되는 공실 상태에 부채만 늘어나던 신촌역사(주)는 회생 방법으로 M&A를 택했고, 그 결과 가장 높은 인수대금을 제시한 SM그룹이 최종 낙찰자가 된 것이다.
SM그룹이 민자역사를 인수하면서 문제는 한층 복잡해졌다. 임대인이 바뀌면서 탑시티가 계획대로 면세점을 운영하려면 SM그룹과 새롭게 임대차계약을 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촌역사(주) 관계자는 “SM그룹은 이미 새 임대업체를 정해놨다”며 “탑시티와의 재계약은 힘들 것”이라고 전했다. SM그룹은 민자역사를 물류센터로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SM그룹 우호현 회장은 종합일간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민자역사를 중심으로 그룹 내 유통계열사를 합병해 연 매출 1조 원 이상의 종합 물류회사를 만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탑시티 관계자는 “SM그룹과 서로에게 득이 되는 임대차계약을 맺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임차인 ‘티알글로벌’과 탑시티가 민자역사에 투자한 자본금만 이미 200억 원 가까이 돼, 면세점을 열지 못하게 되면 큰 피해가 예상된다.

민자역사에서는 회생절차와 함께 명도소송**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지난 2018년 8월, 신촌역사(주)는 보증금을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티알글로벌에게 명도소송을 제기했다. 신촌역사(주)는 4월 1일에 진행된 1심에서 승소했고, 이어진 전차인 탑시티와의 명도소송에서도 승소했다. 당시 신촌역사(주)는 판결에 따라 명도이전을 강제 집행하겠다는 입장이었으나, 티알글로벌과 탑시티가 항소를 제기해 법적 공방은 장기화하고 있다. 신촌역사(주) 관계자는 “탑시티의 면세점 특허권을 취소해달라고 관세청에 요구해놓은 상태”라며 “명도소송에서 최종 승소하면 곧바로 강제 집행해 정상 영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민자역사에게 닥칠 미래는 다음 세 가지 중 하나다. 첫째는 SM그룹과 탑시티가 임대차계약을 맺는 것이다. 탑시티는 계획대로 면세점을 오픈하고, SM그룹은 임대료와 영업이익을 나눠 갖는 가장 매끄러운 방법이다. 법적 공방이 끝날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어 가장 신속한 방법이지만, 관계자들의 발언을 종합해볼 때 실현 가능성은 적다. 둘째는 명도소송 판결에서 탑시티가 승소하는 경우다. 이 경우 특허권을 지렛대 삼아 임대차계약을 요구하는 탑시티에게 힘이 실릴 가능성이 크지만, 신촌역사(주) 관계자는 “향후 어떻게 진행될지 예측하기는 힘들다”고 전했다. 셋째는 신촌역사(주)가 명도소송에서 최종 승소하는 경우다. 신촌역사(주)는 티알글로벌과 탑시티를 계획대로 명도 처리할 수 있고, 새로운 임대인이 입점해 정상 영업할 수 있다. 그러나 법적 공방이 끝날 때까지 시간이 오래 소요되고, 강제 집행 과정에서의 충돌도 피하기 힘들다. SM그룹이 신촌역사를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신촌 상권에 미치는 영향도 크게 달라질 것이다.

텅 빈 역사를 바라보는 사람들

사람들은 민자역사의 개점 무산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역사 주변의 상인들과 서대문구청에 이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역전 박스퀘어에 입점한 상인들은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생활한복점을 운영하는 청년 사장 A씨는 “민자역사가 개발되면 유동인구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특히 의류업 분야에서 매우 긍정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된다”고 밝혔다. 면세점에 입점하는 의류 상점이나 브랜드는 소상공인들의 점포와는 성격이 달라, 다양성의 측면에서 상권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길거리 음식 점포를 운영하는 사장 B씨 또한 “민자역사 개발이 계속 안 되고 있어서 아쉽다”며,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이 주변 상권이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역사 건너편에 있는 상점을 운영하는 C씨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다른 곳보다도 민자역사 바로 앞에 있는 상권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대나 연대 앞 길거리에는 학생들이 있지만, 역사 바로 앞은 버스를 기다리는 이들을 빼고는 지나가는 사람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임대료는 여전히 비싼데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어서 큰 걱정”이라고도 밝혔다. “민자역사 개점이 상권을 살릴 수 있다는 점을 알지만, 소송이 걸려 있어 무작정 나설 수 없는 상황도 답답하다”고 말하는 C씨의 가게 앞 유리에는 ‘임대’ 표시가 붙어 있었다. 현재 박스퀘어 뒤 건물과 역사 건너편 거리에 있는 상점을 확인해 보니 대부분 비어 있었고, 운영 중인 상점에도 ‘임대’ 스티커가 즐비했다.
서대문구청은 민자역사의 개점에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민자역사는 구청 소관이 아니기 때문이다. 서대문구청 도시재생과 관계자는 “반복되는 개점 연기가 주변 상권에 긍정적이지만은 않다”고 밝혔다. 구청은 이번 일에 개입할 수 없기에 박스퀘어 등 다른 사업으로 상권 활성화를 꾀한다는 것이다. 민자역사보다는 주변 상권의 상점 하나하나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구청이 진행하는 상권 활성화 사업의 골자라는 설명이다.

민자역사의 개점은 여전히 닿을 듯 닿지 않는다. 현재 탑시티와 SM그룹의 명도소송은 겨우 2심을 앞둔 상황이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법적 공방, 그리고 오지 않는 개점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민자역사. 이곳에는 다 찢어진 붉은 현수막만이 오싹하게 펄럭이고 있다. 민자역사는 ‘신촌 상권 활성화’라는 처음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까.


*M&A: ‘Mergers & Acquisitions’의 약자로 기업의 인수와 합병, 그리고 금융적 관련을 맺는 합작 관계나 전략적 제휴를 말한다. 매각대금으로 부채를 일시에 상환할 수 있어 가장 신속한 회생 방안으로 꼽힌다.
**명도소송: 임대차계약이 만료 또는 해지돼 점유권을 상실한 임차인이 부동산 인도를 거부할 시 부동산을 인도받기 위해 임대인이 제기하는 소송

글 김병관 기자
byeongmag@yonsei.ac.kr
이희연 기자
hyeun5939@yonsei.ac.kr
조재호 기자
jaehocho@yonsei.ac.kr

사진 박민진 기자
katarina@yonsei.ac.kr

김병관 이희연 조재호 박민진 기자  byeongmag@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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