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국회는 2020년 예산안을 심의할 예정이다. 지난 9월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의 정부지출 항목은 513.5조로 전년 대비 9.3% 증가 규모다. 한편 정부수입은 482조다. 1.2%의 증가가 예측된다.  전체예산안은 72.1조의 재정적자를 예상한다. 국가채무는 805.5조로 증가하고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올해 37.1%에서 39.8%로 높아질 것이다.
 

이번 대규모 정부지출 예산안에 국가부채 증가의 우려가 대두됐다. 경제 침체기에 정부가 씀씀이를 늘려 경제를 자극하는 정책은, 증상 완화 효과는 있되 치료효과는 없어 경기침체를 완전히 치유해주지 못한다. 재정확대를 통한 경기부양에 효과를 얻기 위해 정책이 적시에 시행되는 것이 중요하다. 시점을 놓치면 문제를 해결하기 벅찬 상황이 전개된다. 지난 2012년 2.4%로 추락한 실질 GDP 성장률은 2018년까지 2.4%~3.2%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2018년 새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공격적 확대재정을 편성했다. 그러나 기재부가 세수추계를 잘못해 세금이 25.5조 이상 더 걷혀 재정지출 확대 효과가 상쇄됐다. 이후 경제주체들이 정책 효과를 의심하게 돼, 훨씬 강한 처방이 아니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이렇게, 예산 규모를 대폭 확대한 사정을 이해할 수는 있다.
 

그러나 우리를 두렵게 하는 것은 대규모 예산편성에도 대규모 적자재정 편성이 이어져 감당 불가한 국가부채의 늪에 빠지는 상황이다. 다행히 우리나라의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40%를 밑도는 양호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재정적자를 수반하는 확대재정 정책은 경기변동에 대응하는 단기 처방이지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장기적 수단이 아님을 유념해야 한다. 단기와 장기 정책을 혼동해 사용할 때 나타나는 부작용의 사례가 일본의 경우다. 수년전부터 일본은 실질이자율이 마이너스가 됐고 2018년 국가 부채비율은 233%에 달하며 불황에서 탈피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장기불황으로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잠재성장률을 높히려는 장기적 안목에서 경제 활성화 정책이 체계적으로 강구돼야 한다. 한국경제의 현 상황에서 잠재성장률을 둔화시키는 요인들은 저출산으로 인한 노동력 감소, 경제력 집중에 따른 독과점 확대와 경쟁 약화, 지식 및 기술의 빠른 발전에 부적합한 교육 체계, 높은 해외 의존도 등이다. 이런 구조적 문제들에 대해 정부가 갖고 있는 인식과 해법을 논의 선상에 두고 합리적 해법을 찾아, 당면한 경기침체를 실질적으로 극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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