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여론칼럼
[발언대] 포털 사이트 내 뉴스 댓글창 폐지에 대한 학우들의 의견댓글 폐지에 대한 단상
  • 조건희(정외·18)
  • 승인 2019.11.03 22:36
  • 호수 1840
  • 댓글 0
조건희
(정외·18)

지난 10월. 이제는 겨울의 초입이 다가왔음을 감각으로 알 수 있었다. 백양로는 이제 낙엽과 한기로 가득차 있다. 백양로에 열을 맞춰 늘어선 은행나무들을 보며 샛노랗다는 말을 시각적으로 실감한다. 백양로의 바닥에는 은행들이 떨어져 깨진 상태로 미약한 악취를 풍기거나, 이제는 생을 다한 노란 은행잎들이 바닥에서 짓이겨져 있다. 가을은 이런 의미에서는 소멸과 죽음의 계절처럼 보이기도 한다. 수많은 것들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많은 것들이 겨울을 준비한다. 겨울은, 그 자체로 가혹하며 가을은 이러한 가혹함을 대비하는 것인 셈이다.

이러한 소멸과 죽음의 계절에서 죽음은 낙엽만의 것은 아니었던 듯 싶다. 우리는 최근 한 사람의 죽음을 보았다. 이 죽음에 많은 사람들은 놀랐다. 그 죽음은 예상치 못한 것이었으나, 많은 이들은 그 원인을 이미 지레짐작으로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가장 많이 지적되는 것은 바로 ‘악플’이었다. 그 사람은 인터넷 상에서 악플 혹은 비난에 지속적으로 시달려왔다. 과거 상황을 고려했을 때 그러한 악성 댓글이 죽음의 원인이 되지 않을까 하는 분석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죽음의 원인을 거론하는 것은 많은 경우에 고인에 대한 실례일 수 있기에, 나는 그것에 대해서 논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은 현실적인 이슈인 악플에 대해서, 과연 댓글 자체를 ‘금지하는 것’ 이 현명한 해결책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사변이다. 지난 11월 1일 포털사이트 ‘다음’ 의 연예 댓글창은 폐지됐다. 사적 기업의 행위인 만큼 이것의 가타부타를 논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하지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과연 포털 사이트의 댓글창을 폐지하는 것이 어떠한 영향을 끼칠까.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다. 인터넷 포탈에서 행해지는 연예인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 및 비방에 대해서 원천적인 차단 효과가 있을 수 있다. 희생자들이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연예인 자살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 만큼, 이러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여겨질 수 있다. 또한, 연예인 자살이 지니는 파급력에 비춰봤을 때, 이러한 방법이 충분히 필요하고, 유효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그러한 조치는 제한적이며, 임시방편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행위는 행위의 동기와 의도를 내포한다. 그렇기에, 단순히 행위에 대한 금지, 행위수단의 폐기는 그 동기나 의도를 방기한 채 가시적 결과만을 통제하는 것이므로, 근본적인 해결이 아닌 임시방편이다. 악플이 만일 의도적인 행위라고 우리가 정의할 수 있다면 악플을 다는 행위를 작동시키는 내재적인 또 다른 동기가 존재할 것이다. 그 동기는 곧 행위의 원인으로 간주될 것이다. 근본적으로 악플을 다는 행위를 공적인 창구를 제거함으로써 해결할 수 없는 셈이다.

이러한 해결책은 오히려 의도를 강화시킬 우려가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그 의도에 대한 근본적인 교정, 혹은 유화 없이 단순히 그 행위만을 금지한다면, 이는 반감으로 이어질 수 있고 역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악플을 생산하는 감정은 단순히 연예인에 대한 것보다는 그에 대한 사회적이고 구조적인 판단에 의한 감정일 수 있기에 그러한 판단을 낳은 문화구조의 변동 없이 이러한 행위만을 제약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전제가 잘못된 것이다.

의사소통의 차단, 원천봉쇄는 우리의 의견과 의도를 교정하거나 순화하는 방법은 결코 아니다. 만일, 그것을 진정 교정하고자 한다면 우리는 결국 끝까지 창구를 열어 놓고서 논의하고,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나는 동시에 우리의 결말이 어느 한쪽이 온전히 승리하고, 다른 한쪽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으로 이르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 역시 느낀다. 가을바람이 더욱 싸늘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조건희(정외·18)  chunchu@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