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여론칼럼
[발언대] 포털 사이트 내 뉴스 댓글창 폐지에 대한 학우들의 의견존중이 본질이다
  • 구효민(신학·18)
  • 승인 2019.11.03 22:36
  • 호수 1840
  • 댓글 0
구효민
(신학·18)

인터넷 댓글 창은 지난 1997년 ‘야후! 코리아’를 선두로 ‘다음’ 그리고 ‘네이버’ 등의 포털 사이트에 등장했다. 하지만 포털 서비스가 최초로 시작된 당시엔 ‘댓글’은 말 그대로 글의 부산물에 불과했다. 당시 포털 사이트는 뉴스 서비스를 주요 서비스로 인식하지 않았으며 뉴스 서비스로는 기존 언론사들이 점유율에서 우위에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2년 한일 월드컵과 대선을 기점으로 포털 사이트의 뉴스 소비량은 언론사의 것을 앞지르고 댓글은 부산물 그 이상의 영향력을 가지게 됐다.

종래의 인터넷 포털의 영향력은 어떠한가.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 분석 사이트 ‘워드미터’에 따르면, 지난 2017년 10월 30일부터 2019년 11월 1일까지 총 733일에 걸쳐 수집된 포털 댓글들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대표적인 포털 중 하나인 네이버에서 제공하는 뉴스 포털에는 수집 기간 동안 약 4천 7백만 명의 사용자가 15억 개의 댓글을 남겼으며 20억 번의 공감을 표했다. 대한민국의 국민이 약 5천만인 것을 고려하면, 국내 여론을 한 포털 사이트에서 볼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수치다.

네이버 뉴스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인터넷 댓글창은 현대의 아고라로 기능하고 있다.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 폴리스의 광장 아고라는 공공적인 의사소통이 자유롭게 이뤄지던 시민 생활의 중심지이자 민주주의의 요람이다. 8세기의 그리스 시민들은 아고라에서 학문과 사상에 대한 열띤 토론을 했고, 활발한 사교 활동으로 여론을 형성했으며, 도편추방을 위한 민회와 재판을 열었다. 1200년이 흐르고, 아고라는 인터넷 댓글창으로 변모했다. 21세기 현대인들은 댓글창에서 소식에 대한 자유로운 의견을 나누며 토론하고 있으며, 의견에 대한 공감 표현을 통해 여론을 형성하고 있고 때로는 자신과 의견이 다른 누군가를 정죄하거나 비판하고 재판하려 한다.

그리스 아고라에서 발언할 수 있는 시민들은 여자, 노예, 외국인을 제외한 남자들이었지만 현대인들은 성별, 계급에 구애받지 않고 인터넷에 접근이 가능하다면 그들의 의견을 댓글창에서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 즉, 댓글창은 보편성의 측면에서 아고라와 차이가 있지만 본질적인 기능은 아고라와 궤를 같이한다. 또한 아고라는 그리스의 부흥이 일어난 역사적인 공간이다. 직접민주주의가 이루어지던 그리스의 상업뿐만 아니라 그것의 부흥과 관련된 모든 결정들은 항상 아고라에서 이뤄졌을 것이다.

하지만 아고라는 시대의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죽은 공간이기도 하다. 당시 아고라에서 공포정치 시대의 도래가 소크라테스의 탓이라는 시민들의 여론이 모아져 오해를 낳았다. 결국 소크라테스는 시민법정에서 사형을 구형 받고 독배를 마신다. 아고라는 시민 활동의 공간, 예술과 문화의 부흥 공간, 상업이 발전한 공간이기도 하지만 직접 중우정치로 시대의 철학자를 잃은 상실의 공간이기도 하다.

최근에 일면식 없는 자의 공격적인 댓글들에 치유할 수 없는 상흔을 입은 공인의 비보가 있었다. 비보에도 일명 ‘악플’로 불리는 악성 댓글은 여전히 존재했다. 며칠 뒤 여러 포털 사이트에서 연예뉴스에 한해 댓글창을 폐지하는 움직임이 보였다. 그리고 여러 커뮤니티에서는 ‘댓글창 존폐’에 관한 열띤 토론도 진행됐다.

일련의 사회 현상은 우리에게 자유에 대한 본질적인 성찰을 요청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는 자유, 특히 ‘표현의 자유’의 의미와 범위에 대한 의식에 한층 더 성숙해져야 한다. 누구나 자유롭게 자신의 견해와 사상을 표출할 수 있다는 것은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을 때 비로소 보장받는 것임을 우리 모두의 마음에 새겨야 할 것이다. 댓글창 존폐가 타인의 권리 침해 가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댓글창 폐지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 아니다. ‘댓글창 존폐 논란’을 계기로, 우리는 타인의 권리를 존중하는 것이 중요한 것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구효민(신학·18)  chunchu@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