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아트페어 개최, 임성연 대표와 황호빈 작가를 만나다

“내가 사는 동네에서 나를 위한 나의 취향을 찾는 곳”

-2018 제2회 아트페어 ‘Becoming a collector’ 인트로 중에서

 

오는 10월 11일부터 20일까지 카페 보스토크에서 연희동 예술축제 ‘제3회 아트페어’가 열린다. 지역 문화 축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아트페어는 작가와 예술 수집가가 만나는 축제다. 아트페어는 지역 문화 예술단체인 ‘무소속연구소’가 2년 전에 시작했다. 예술과 예술이 만나는 새로운 공간, 아트페어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고자 무소속연구소 임성연 대표와 이번 아트페어에 참여하는 황호빈 작가를 만났다.

 

예술과 지역의 조화로운 만남

 

무소속연구소는 2009년에 설립돼 기획, 디자인, 연출 등 각계의 예술가들이 모여 지역 문화와 관련된 활동을 하는 예술가 공동체다. 임 대표는 “예술가들끼리는 연희동에서 예술 활동이 많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알지만, 일반 주민들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며 “예술에 문외한인 이들도 멀지 않은 곳에서 예술을 경험하길 바라는 마음에 아트페어를 개최했다”고 전했다. 연희동 예술가들의 평일 낮 모임이 커져 아트페어가 됐다. 지역의 예술가들이 작품을 직접 판매하며 이제는 주민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로 자리 잡는 중이다.

아트페어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원하는 작품에 점을 찍는 ‘개인의 취향-닷 스티커 프로그램’이다. 음료수를 구매하면 스티커를 받아 자신이 마음에 드는 작품에 붙일 수 있다. 음료 수익금 10%가 작가에게 돌아간다. 임 대표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예술에 대한 자신의 확고한 취향을 가지고 있지 않아 작품 구매를 망설인다”며 “작품을 관람하러 온 사람들이 자신의 취향을 알아가는 훈련을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아트페어 제작진 중 예술과는 거리와 멀었던 사람들이, 어느새 본인의 취향에 맞는 작품을 평가하고 예술을 편하게 대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렇게 임 대표가 뿌린 씨는 일상의 예술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지난 두 번의 행사에 이어 이번에도 빠지지 않는 프로그램, ‘아티스트 포장마차’ 또한 계속된다. 작가들이 요리하는 전시장은 흔치 않다. 임 대표는 “카페라는 장소를 살려 예술가들이 요리 실력을 뽐내길 바랐다”며 “작가들이 예술의 또 다른 형태인 ‘요리’에 특별한 감각을 보일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난 두 번의 아트페어에선 뛰어난 요리 실력을 자랑하는 예술가들이 음식을 마련해 수집가들과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냈다.

이번 아트페어에서 처음으로 시도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경력단절 여성들을 예술가로 초청한 ‘사공토크’다. 임 대표는 “경력단절 여성이 예술가로서 작업을 다시 시작하려면 혼자 힘으로는 부족하다”며 “이 여성들이 서로 협력할 수 있도록 이번 아트페어에서 이들을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고 전했다. 오랜 기간 쉬었다가 다시 예술의 세계로 돌아온 여성들, 사공토크는 그들의 자유롭고 색다른 행보를 기대하게 한다.

 

임 대표와 황 작가는 지난 아트페어 아티스트 포장마차에서 만났다. 연변 출신 황 작가의 훠궈를 임 대표가 극찬했다고. 이제는 아트페어의 대표작가가 된 황 작가와 이야기를 나눴다.

 

연희동과 닮은 작가 황호빈

 

Q. 본인이 추구하는 예술 세계와 대표작을 소개해주기 바란다.

A. 나는 중국 연변에서 태어났다. 당국의 검열을 피해 자유롭게 예술 활동을 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한 건 2012년이다. 내가 누구이고 내가 사는 세상이 어떤 세상인지 알아가기 위해 작품을 만들게 됐다. 나를 찾는 과정으로 예술이란 도구를 선택한 건 꽤 괜찮은 일이다.

대표작은 「구명 튜브를 몸에 뒤집어쓰고 일상생활하기」다. 학교를 졸업하면서 이불 밖은 위험한 세상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왜 사회로 나가는 것을 두려워하는지 생각해보니, 그간 ‘시키는 대로’ 살아왔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살아온 게 왜 문제일까 질문하며 ‘튜브’로 작업을 시작하게 됐다. 구명 튜브 하나면 물에 빠졌을 때 수영을 못해도 죽지는 않는다. 그러나 불필요할 정도로 많은 안전 장구를 차면 오히려 불편해진다. 나와 우리 사회가 처한 상황이 이와 딱 들어맞는다고 생각했다. 과잉보호 때문에 불편한 상태를 예술로 표현한 작품이 「구명 튜브를 몸에 뒤집어쓰고 일상생활하기」였다.

최근엔 삶의 현실과 예술의 이상을 어떻게 조화시킬지 고민 중이다. 지금은 예술로 돈을 벌지만, 먹고 살기 위해 예술을 하는 순간 예술가라는 정체성을 잃어버릴 것만 같다.

 

Q. 연희동에서 전시를 준비한 이유와 예술가로서 겪은 지역의 문제는 무엇인가?

A. 처음에는 중국 유학생들과 모여 전시를 기획하고 싶었다. 그렇게 적당한 곳을 찾아 전전하던 중 연희동의 무소속연구소를 만났다. 이름과는 달리 이곳에서 소속감과 안정감을 느끼면서 예술 활동에 전념할 수 있었다. 예술가로서 연희동의 문제를 꼽으라면 단연 젠트리피케이션을 안 짚고 넘어갈 수 없다. 연희동의 물가가 비싸지면 ‘나는 어디를 가야 하나?’라는 고민, 당연히 있다. 그러나 그건 미래에 대한 걱정일 뿐이다. 딱 지금만큼은 ‘사람 사는 동네’ 다운 연희동이 좋다. 연희동, 이곳은 내가 누구인지를 찾는 데 도움을 줬으니까.

 

Q. 아트페어를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목표나 바라는 소망은 무엇인가?

A. 아트페어의 상시 프로그램인 ‘개인의 취향-닷 스티커 프로그램’의 취지에 공감한다. 사람들이 금액 때문에 작품을 구매하지 않는 게 아니라 본인의 취향에 확신이 없어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본인 취향에 맞는 작품을 찾았다면 망설임 없이 수집할 수 있도록 작품의 가격을 저렴하게 정했다. 그래서 지난 아트페어를 통해 ‘미술계의 샤오미’라는 별명을 얻었다. 같이 작품을 판매한 작가들이 작품을 너무 싸게 파는 건 아니냐고 물었다. 그러나 난 그림 수집이 꽤 멋진 일이자 ‘부담스럽지 않은’ 일이기를 바란다. 전시를 함께하는 작가들도 여러 방면으로 비슷한 고민을 해줬으면 한다.

 

Q.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A. 질문을 하나 던지고 싶다. ‘당신은 무엇을 통해서 자신을 알아가고 있는가?’ 보통 사춘기에 예술적·철학적 영감을 많이 떠올린다. 나이를 먹어도 그런 영감을 억누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영감이 이끄는 일을 하며 본인을 찾길 바란다.

 

황 작가 외에도 이번 아트페어에는 반짝이고 기발한 작품을 선보일 연희동의 여러 작가가 참여한다. 준비된 프로그램들만큼 독특하고 재밌는 발상을 가진 작품에서 나만의 취향을 찾고 싶다면 이번 아트페어를 방문해보자. 작품을 통해 나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글 김인영 기자
hellodlsdud@gmail.com

<자료제공 아트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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