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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걱정 아닌 일상이 된 그들의 불안대한민국 1인 여성 가구의 안전 실태를 살펴보다
  • 이희연 기자
  • 승인 2019.10.06 20:21
  • 호수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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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화장실 창문을 수시로 확인한다. 어딘가 구멍이 나 있는 것은 아닌지, 혹시나 카메라 같은 것이 있지는 않은지. 공중화장실의 이야기가 아니다. 내가 사는 집 안에서 나 혼자 쓰는 화장실의 이야기다.

우리 집 화장실에는 환풍기가 없다. 대신 천장과 가까운 벽면에 작은 창이 있다. 높은 곳에 있지만 절대 안심할 수 없다. 집에서 다른 일을 하다가도, 샤워하기 전에도 창문을 확인한다. 이렇게 치밀하게 검사해도 어딘가 찝찝하고 불안한 기분은 사라지지 않는다.

지난 5월, 신림동에서 발생한 주거침입 미수 사건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피해 여성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그날도 문을 열고 자신의 집으로 들어갔다. 피의자는 문이 닫히기 전에 함께 들어가려 했지만 실패했고, 이 모습이 담긴 CCTV가 공개되며 논란이 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혼자 사는 여성의 안전 문제가 대두했다. 하지만 두 달 뒤인 7월, 자취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폭행 미수 사건이 일어났다. 심지어 같은 지역에서 말이다.

경찰청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주거침입 성범죄는 지난 2014년부터 꾸준하게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300건이 넘지 않는 해가 없으며,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총 1천611건의 주거침입 성범죄가 발생했다. 여기에 2017년 시작된 소셜미디어 여성운동 ‘#이게_여성의_자취방이다’*를 통해 많은 사건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억지로 여성의 집 안에 들어오려는 사람, 불이 났다는 거짓말로 여성을 밖으로 유인해 범죄를 저지르려는 사람 등 그 방식도 상상을 초월했다.

사회가 여성의 주거 불안을 외면하고 있는 건 아니다. ‘여성 안심’이라는 단어가 붙은 각종 귀가 서비스·고시원·호신용품은 차고 넘친다. 하지만 국가적 차원의 대응책과 예방책이 나와도 1인 여성 가구를 대상으로 한 범죄는 끊임없이 등장한다. 본질적인 문제는 법과 제도가 아닌 사회적인 프레임이다. 그동안 혼자 사는 여성은 비뚤어진 욕망의 대상이었다. 미디어에서 ‘자취녀’는 오랜 시간 동안 효과적인 성적 유혹의 상징으로 활용됐다. 늦은 시각 남성에게 던지는 여성의 “라면 먹고 갈래?”라든지, 시끄러운 음악이 울리는 클럽에서 남성에게 흘리는 “저, 혼자 살아요.”라는 대사라든지. 여성의 주거공간이 남성의 편의와 쾌락을 위한 공간으로 그려져 왔던 셈이다. ‘#이게_여성의_자취방이다’ 역시 여성의 자취방을 성적으로 대상화한 사진전에 대항하며 시작됐다. 남성이 보지 못하는 여성의 은밀한 공간에서 남성의 입맛대로 상상하는 여성의 모습. 혼자 사는 여성은 역설적으로 자신이 사는 집의 주인이 되지 못했다.

혼자 사는 여성은, 우리는, 매 순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길을 걸을 때 뒤에 있는 사람을 경계한다. 내 집 창문을 확인한다. 배달원이 문고리에 음식을 걸어두고 사라지는 것을 안에서 숨죽여 지켜본다. 우리의 걱정을 ‘유난’이란 이름으로 꾸짖는 이들에게 묻는다. 당신은 매 순간이 걱정과 불안으로 가득 찬 삶을 살아본 적이 있는가.

*‘#이게_여성의_자취방이다’: 지난 2017년 여성들이 자취 생활의 위험과 불안을 호소하기 위해 진행한 SNS 해시태그 운동. '#이게_여성의_자취방이다'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자취 생활의 경험담을 소개하는 식으로 벌어졌다.

이희연 기자
hyeun5939@yonsei.ac.kr

이희연 기자  hyeun5939@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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