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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人/다] 과실파리무리의 족보를 완성한 ‘곤충 덕후’한호연 교수가 들려주는 곤충 이야기
  • 윤세나 정구윤 기자
  • 승인 2019.10.06 20:33
  • 호수 1839
  • 댓글 0

한호연 교수(과기대·계통분류학)는 ‘제20회 관정동물학상’ 수상자다. 관정동물학상은 동물학 분야에서 업적이 뚜렷한 사람에게 수여된다. ‘과실파리무리’를 계통적으로 분류해 공로를 인정받은 한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한호연 교수(과기대·계통분류학)가 과실파리무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Q. 본인 소개를 부탁한다.
A. 과기대 생명과학기술학부 교수로 곤충학과 생물학 강의를 하고 있다. 한국응용곤충학회 상임 평의원도 겸직하고 있다. 곤충 계통분류학을 전공했으며 특히 과실파리무리를 주 연구대상으로 삼고 있다.

Q. 곤충을 연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A. 어릴 적부터 곤충을 좋아했다. 고등학생 때 생물반에서 곤충에 관심이 많은 선생님을 만난 것도 계기가 됐다. 수업시간에 나비를 채집하는 등 곤충에 관한 여러 활동을 했다. 다양한 생김새의 나비가 매우 신비로웠다. 직접 나비를 채집한 후 표본을 만들어 전시도 했다. 좋아하는 일과 직업이 일치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생물학과에 진학했고 곤충학으로 석사과정을 밟았다.

▶▶ 한 교수가 연구하는 과실파리 종 중 하나다.

Q. ‘과실파리무리’ 연구로 한국 곤충학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연구대상을 과실파리무리로 설정한 이유가 궁금하다.
A. 과실파리는 해충학의 대표 연구대상이다. 동남아시아에서는 과실파리로 인한 농작물 피해가 엄청나다. 이러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선 해충에 관한 연구가 필요하다. 하지만 아직 기초 분류가 이뤄지지 않은 과실파리 종이 많다. 이 분야에 연구비 지원도 많았기에 연구대상으로 정했다.

Q. 과실파리무리를 오랫동안 연구해왔다. 구체적인 연구내용이 궁금하다.
A. 비슷한 생김새의 과실파리도 DNA를 분석해보면 다른 종인 경우가 있다. 날개 무늬가 비슷한 과실파리가 서로 다른 종인 경우가 그 예다. 또한, 과실파리 암컷과 수컷의 생김새 차이도 연구한다. 수컷은 번식을 위해 암컷에게 선택받고자 한다. 그렇기에 비효율적이지만 화려한 생김새를 가진 경우가 많다. 어떤 수컷 과실파리는 암컷과 달리 비행에 도움이 되지 않는 긴 눈을 갖고 있다. 이렇게 과실파리의 DNA 분석을 통한 계통분류와 암수 구분에 따른 생김새의 차이를 연구한다.

Q. 약 120개의 연구 업적이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연구는 무엇인가.
A. 과실파리무리의 기원 추적에 결정적 증거가 된 신종을 연구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과실파리무리에는 신종이 많지만, 어느 종에 속하는지 알 수 없는 것이 많다. 이 신종의 DNA는 이전의 과실파리무리에서 볼 수 없던 새로운 형태였다. 이 신종은 1천800만 개 이상의 과실파리무리 기원을 계통적으로 밝힐 수 있는 독특한 연구 대상인 셈이다. 현재 이에 관한 논문을 쓰는 중이며, 신종에 이름도 붙일 예정이다.

Q. 곤충학 연구는 채집과정에 어려움이 많을 것 같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
A. 지난 2009년, 과실파리를 채집하러 아프리카 말라위에 갔다. 한 달 동안 말라위 전역을 돌아다니며 채집했다. 니카 국립공원으로 채집하러 가는 도중, 차가 흙탕물에 빠졌다. 해발고도가 높은 곳이라 전화도 터지지 않았다. 결국, 땅에 찍힌 타이어 자국을 따라 4시간 30분 동안 걸어가 구조요청을 했다. 코끼리와 표범의 공격에 대비해 작은 칼과 막대기로 무장도 했었다. 무작정 구조요청을 떠난 길이었기에 막연했지만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았다.

Q. 한국의 곤충학은 어떻게 나아가야 하나.
A. 기초분야에 대한 투자가 많이 이뤄져야 한다. 곤충학은 곤충을 대상으로 하는 기초분야와 방역 및 검역 등을 연구하는 응용 분야로 구성된다. 한국에서는 기초분야보다 응용 분야의 발전이 먼저 이뤄진다. 응용 분야의 해충 연구는 이익 창출로 이어질 수 있어 연구가 활발하다. 하지만 곤충 생리학·분류학·유전학·형태학 등 기초분야의 연구가 선행돼야 응용 분야도 발전할 수 있다.

Q. 앞으로의 연구 계획이 궁금하다.
A. 퇴직까지 3년 남았다. 퇴직 후에도 연구를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실험실이 없기에 DNA 분석과 같은 정밀연구는 진행하기 어려울 것이다. 기초 분류학은 현미경만 갖고도 충분히 연구할 수 있기에 기록 위주의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수행한 연구와 작성한 논문을 토대로 책 출판도 생각 중이다.


글 윤세나 기자
naem_sena@yonsei.ac.kr

사진 정구윤 기자
guyoon1214@yonsei.ac.kr
<자료사진 한호연 교수>

윤세나 정구윤 기자  naem_sena@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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