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6일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아래 예장통합)는 명성교회 담임목사의 세습을 인정하지 않았던 기존 결정을 번복했다. 은퇴한 김삼환 목사의 후임 목사직을 오는 2021년 1월부터 아들에게 맡긴다고 결정함으로써 세습을 합법화한 것이다. 교계 안팎에서는 이에 대해 목회자 세습을 금지한 본 교단 헌법을 스스로 무너뜨린 것이며, 교회 안 성도들과 일반 시민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심지어 하나님의 뜻을 거스른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지난 선교 100년 동안 한국 기독교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1천 200만 성도를 돌파했고, 인구비례 해외 파송 선교사 수 1위를 차지했다. 세계 50대 대형교회 중 27개가 한국에 있다고 한다. 초대형 교회의 등장은 한국 선교 역사의 상징이며, 1970년대 이후 한국사회의 급속한 경제성장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2000년대에 들어와서 종교 관련 사학재단의 비리, 교회 재정 투명성 확보 실패, 담임 목사의 세습화 등 치부를 드러내며 기독교계의 도덕적 위기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바로잡기 위한 하나의 조치로 지난 2013년 예장통합 교단의 헌법 28조 6항으로 이른바 ‘세습금지법’이 제정되기도 했다. 목회자의 세습 문제는 기독교 전체 위상 격하로 이어져 교회가 가진 언약공동체로서의 정체성까지도 위협하고 있다. 천주교와 기독교의 역사에서 확인할 수 있듯, 교권 세습은 교권 남용으로 이어지고, 결국 교권 타락과 교회 몰락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제 교회 세습 금지법 제정 시 발의한 교회개혁의 정신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기독교계가 다양한 사회 변화의 흐름과 정의로운 비판의식을 수용해 교회의 세속화와 권력화를 지양하고 건전한 사회윤리의 중심으로 자리를 잡아야 할 때다. 올바른 기독 신앙과 민주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 대형교회의 누적된 폐단을 합리적으로 해결해 나가지 못한다면, 한국교회가 심각하게 외면 당할지도 모른다는 자성론이 곧 현실이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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