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을 하려면 돈이 많아야 한다’는 말이 마냥 편견은 아니다. 다른 계열보다 훨씬 높은 등록금부터 예체능계열 대학생들을 옥죈다. 설상가상으로 장학금 지원도 부족하다. 예술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경제적 부담을 강요받는 예술대학생들의 현실을 조명했다.

 

다른 계열보다 높은 등록금
사용 내용은 비밀리에

 

예체능계열 대학생 등록금은 다른 계열보다 비싸다. 지난 2018년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의원이 발표한 ‘2018년 전국대학 계열별 등록금 자료’에 따르면 예체능계열의 연간 평균 등록금은 773만 원이었다. 이는 의대 다음으로 높은 등록금으로, 평균보다 100만 원 이상 높은 수치였다.

예술대학이 높은 등록금을 산정하는 이유는 실습·재료비 등 때문이다. 그러나 등록금 산정 근거를 명확히 밝히고 있지는 않다. ‘예술대학생네트워크’(아래 예대넷)가 지난 8월 공개한 ‘전국 4년제 대학 실험실습비 청구결과안내’에 따르면, 전국 141개 대학 중 36개의 대학을 제외하고는 정보공개를 거부했다. 우리대학교와 고려대를 포함한 일부 학교의 경우 ‘정보공개포털’*에 등록을 해놓지 않아 정보공개 청구조차 불가능했다.

정보를 공개한 학교를 봐도 실습비가 제대로 쓰이는지는 의문이다. 예대넷 신민준 대표는 “정보공개 분석 결과 차등 등록금 중 실제 실습비로 쓰이는 액수는 평균 15%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높은 등록금 책정의 정당성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학생들은 높은 등록금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등록금만큼의 지원을 체감할 수 없기 때문이다. 홍익대 시각디자인과에 재학 중인 A씨는 “재료는 사비로 구매해야 하고, 대여할 수 있는 기자재 역시 학생 수 대비 공급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숙명여대 음악대학에 재학 중인 B씨 역시 “관현악과 재학생만 해도 200명 규모인데 음대 전체가 공유하는 연습실은 40개에 불과하다”며 “등록금이 정말 학생들을 위해 쓰이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우리대학교 음대의 입학금을 제외한 한 학기 등록금은 522만 3천 원이다.

 

부대 비용 많이 드는 예술대학
장학금 지원은 오히려 부족해

 

예체능계열 특성상 학비 외의 외부 지출도 많다. 지난 2017년 예대넷이 예술계열 학생 1만 16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실습비 명목으로 지출하는 사비가 50~100만 원이라 응답한 비율은 29.7%였다. 100만 원 이상을 지출하는 비율도 24.3%에 달했다. 서울예대 사진학과에 재학 중인 C씨는 “과 특성상 사진을 인쇄해가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용지가 비싸 한 번에 15만 원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B씨는 “졸업연주회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보통 80만 원에서 100만 원 정도가 들어간다”고 토로했다. 사비 지출 부담이 큰 예체능계열 학생들로선 높은 등록금과 비교해 적은 학교 지원이 불만일 수밖에 없다.

학생들은 장학금 체계에서도 차별받는다. 대표적인 예시가 국가우수장학금이다. 한국장학재단 홈페이지에 따르면 국가우수장학금은 인재양성을 목적으로 학업 우수자에게 제공된다. 국가우수장학금의 지원 규모는 계열에 따라 다르다. 자연과학·이공계열(아래 이공계열)의 경우 1만 명을 대상으로 총 558억 원의 장학금을 지급한다. 인문·사회계열(아래 인문계열)은 2천400명을 대상으로 총 130억 원의 장학금을 지원한다. 반면 예체능계열 장학금 지원대상은 280명이며 지원예산은 22억 원에 불과하다. 전체 예산의 3%밖에 안 되는 수치다. 지급 조건 역시 예체능계열만 유독 까다롭다. 이공계열 및 인문계열과 달리 예체능계열은 3학년이 돼서야 지원할 수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재학 중인 D씨는 “3학년부터 심화 과정이 시작된다는 이유로 계열별 지원 가능 시기를 달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차별은 가계 소득 대비 장학금 지원으로까지 이어진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를 대상으로 한 저소득층 지원 생활비마저 차등적이다. 이공계열은 학기당 250만 원, 인문·사회계열은 학기당 20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예체능계열 학생은 학기당 180만 원을 지원받는다. 계열에 따라 생활에 필요한 액수가 다를 리 없는데도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을 받는 셈이다.

 

 ‘빚쟁이 예술가’는 그만
학생들 여건에 맞는 학비 체계 필요해

 

학생들은 결국 높은 학비와 부대 비용을 견디다 못해 학자금 대출로 눈을 돌린다. 한국장학재단의 ‘2017년 계열별 학자금 대출 비용’에 따르면 예체능계열 학생 학자금 대출 비율은 의대 다음으로 높았다. 이들의 1인당 평균 대출 금액은 311만 원으로, 인문계열 평균 대출 금액보다 40만 원가량 높았다. 학부 시절의 학비 부담은 졸업 이후에도 이어진다. 예체능계열 졸업생의 일반 학자금 대출 연체액은 총 650억 원으로 모든 계열을 통틀어 가장 높았다. 

예체능계열 등록금을 무작정 낮추긴 어렵다. 우리대학교 음악대 학생회장 김동범(관현악·14)씨는 “등록금이 비쌀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다”며 “학생들도 예술계 입시 과정을 거치며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은 체감한 상태”라고 말했다. 문제는 학생들이 받아들일 만한 등록금 산정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이에 등록금 사용 내용 공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김씨는 “학생들의 의견보다는 전적으로 학교 측에서 등록금 산정을 주관하는 상황”이라며 “현 학생회에서 실습비 사용 내용 공개를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예대넷 역시 지난 9월 기자회견을 열어 「등록금산정공개법」 통과를 요구했다. 대학교육연구소 김효은 연구원은 “현재 교육부에 정보공개를 관리·감독하는 부서가 없는 것이 큰 문제”라며 관련 부서 신설 필요성을 강조했다. 

예술계를 향한 지원 촉구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신 대표는 “이공계열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국가 분위기에 예술계열은 소외당하는 현실이 씁쓸할 뿐”이라 전했다. 이공계열의 경우 체계적인 인재양성 제도가 법으로 갖춰져 있다. 그 예로 ‘국가과학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이공계열 특별법’이 있다. 지난 8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오는 2020년 혁신적 기초연구 및 인재양성에 2조 3천억 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신 대표는 “예술인 역시 국가적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을 통한 양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높은 등록금과 장학금 차별지급. 한국 고등예술교육의 현주소다. 등록금만큼 실질적인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우선 등록금 사용 내용 공개가 시급하다. 이와 동시에 예술인을 양성하기 위한 적절한 지원 역시 절실하다. 

 

 

*정보공개포털: 공공기관이 보유, 관리하는 정보를 국민 누구나 청구할 수 있는 사이트다. 해당 사이트에 등록한 사립대학에 정보공개를 청구할 수 있다. 


글 박준영 기자
jun0267@yonsei.ac.kr

사진 이희연 기자
hyeun5939@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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