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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제품으로 승화한 역사의 아픔‘희망을 모아 꽃피움’ 희움 이정선 대표를 만나다
  • 조수빈 기자
  • 승인 2019.10.06 20:32
  • 호수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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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위안부 피해자의 아픔을 떠올릴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는 이들이 있다. ‘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아래 시민모임)은 상표 ‘희움’을 만들어 일상 속 제품에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역사를 담아내고 있다. 대구에 있는 희움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을 찾아 이정선 대표를 만났다.

▶▶지난 8월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행사가 열린 희움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에서 이씨가 발언하는 모습이다.

Q. 본인과 희움에 대해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A. 시민모임과 희움의 대표직을 맡은 이정선이다. 여성단체에서 활동한 지는 30년 됐다. 희움은 시민모임에서 만들어낸 상표다. 지난 2012년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남긴 압화* 작품 디자인으로 상품을 제작하는 ‘블루밍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만들었다. 제품을 판매한 수익으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지원하고 있다.

Q. 할머니들의 압화 작품을 전시하거나, 그로부터 디자인을 차용해 상품으로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A. 할머니들의 몸은 치료할 수 있을지라도 마음을 온전히 치료하기는 힘들었다. 그분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어루만지기 위해 원예치료를 시작했다. 그러면서 할머니들이 압화 작품을 만들었다. 조그만 열쇠고리로 시작해서 액자, 손거울까지. 처음에는 그 작품을 교회나 백화점에 전시했다. 전시한 작품이 팔리면 할머니들께 돈을 드렸다.
그런데 그렇게 팔려 간 작품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 수 없었다.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작품을 파는 대신 『할매 사랑에 빠지다』라는 제목의 화보를 만들었다. 그 화보를 접한 고려대 학생들이 할머니들의 압화 작품에서 디자인을 따와 상품으로 만들자는 제안을 했다. 블루밍 프로젝트가 그때 시작됐다. 이후 희움을 만들어 본격적으로 제품을 판매했다. 물컵, 에코백, 장신구 등에 할머니들의 압화 작품을 실었다.

Q. 할머니들의 압화 작품을 전시하고, 그 디자인이 담긴 제품을 판매하는 활동의 의미는 무엇인가.
A. 보통 위안부 문제를 생각하면 어둡고 끔찍한 기억의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기 마련이다. 시민들이 위안부 문제를 자신의 일상과 거리가 멀다고 느끼게 되는 이유다. 희움은 생활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접근하고자 했다. 일상적으로 들고 다니는 물건에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손길을 녹여냈다. 이를 통해 위안부 문제가 나와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곁에 있는 이웃에게 당면한 일상이라는 사실을 담아냈다.

Q. 희움은 창출한 수익을 어떻게 사용해왔는가.
A. 우리에게 이윤은 수단일 뿐이다. 모든 수익은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고 피해자 할머니들을 돕는 일에 쓰인다. 대표적인 예시가 대구 중구에 세운 희움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이다. 희움이 번 돈과 여러 시민의 도움으로 역사관까지 건립할 수 있었다.
초반에는 비영리의 작은 시민단체가 땅을 사서 역사관을 세우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 보였다. 15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우리의 상품을 찾은 덕에 돈을 벌 수 있었다. 종종 버스나 지하철에서 희움 제품을 발견하곤 하는데, 너무 반갑고 고맙다. 그렇게 조금씩 번 돈으로 일제 강점기 건물 외양을 살린 역사관을 건축했다. 현재는 역사관을 운영하며, 다른 나라에도 희움의 이름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

Q. 어떤 이들이 희움 활동에 함께했는가.
A.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지원하는 일에 정말 많은 이들이 도움을 줬다. 대표적으로 대구 곽병원이 있다. 위안부 피해자 신고를 하신 할머니들의 약값과 병원비 부담이 상당했다. 도움을 얻기 위해 개인 종합 병원인 대구 곽병원에 찾아갔다. 당시 외과 과장님께서 그 자리에서 흔쾌히 허락해주셨다. 덕분에 할머니들은 평생 무료 진료권을 받아 대기 없이 치료받거나 입원할 수 있었다. 김순악 할머니도 떠오른다. 할머니께서는 5천400만 원이 넘는 돈을 기부해주셨다. 역사관 건립에 보태라는 유언과 함께였다. 건립 단계에서 정말 큰 도움이 됐다.

Q. 희움 활동을 하면서 마주하는 어려움은 무엇인가.
A. 희움은 비영리법인 중에 흔치 않은 성공 사례다. 비영리법인 시민단체가 수익을 내고 인터넷 쇼핑몰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활동 초기에는 돈이 없어 운영이 어려웠다. 지금도 아마 많은 시민단체가 비슷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 시민단체에 도움을 주면 좋겠다.

Q. 희움이 계획하고 있는 활동으로는 무엇이 있는가.
A. 일단 피해자들이 살아계시는 동안 노후를 잘 보낼 수 있게 돕는 일에 주력한다. 대외적으론 동티모르라는 나라에 도움을 주고 있다. 동티모르를 포함한 아시아 전역에는 일본군 점령지였던 곳이 많다. 우리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마찬가지로, 그 지역에도 피해자가 있다. 그들을 위해 지원금을 보내고 주거환경 개선 사업을 진행했다. 현재까지 지원한 금액은 4천만 원 정도고, 피해자들에게 침대와 옷장을 주고 있다. 앞으로도 그 나라에 도움을 줄 계획이다.
더 나아가 앞으로도 위안부 문제의 진상을 규명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려 한다. 전쟁범죄를 일으킨 가해자 일본은 여전히 이 문제를 외면하고만 있다. 일본에 정당한 배상을 요구하기 위해선 관련 문서공개, 진상규명, 사죄배상, 그리고 역사교육까지 이어져야 한다.

Q.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A. 근현대사와 위안부 문제에 대해 학교에서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 관심을 뒀으면 좋겠다. 역사를 제대로 아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젊은 사람들이 직접 역사관을 찾거나, 위안부 문제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그래야 잘못된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다.

희움의 제품에 담긴 위안부 피해자들의 이야기는 우리의 일상에 스며들고 있다. 그저 피해자들을 동정할 게 아니라, 우리의 이웃으로서 그들과 동행해야 한다고 희움은 말한다.


*압화: 꽃이나 잎을 납작하게 눌러서 만든 장식품

글 조수빈 기자
mulkong@yonsei.ac.kr

<자료사진 희움>

조수빈 기자  mulkong@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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