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외로 ‘파면’ 요구 빗발쳐

“위안부는 매춘부다"
“궁금하면 (학생이) 한번 해볼래요?”

지난 19일, ‘발전사회학’ 강의에서 류석춘 교수(사과대·발전사회학)가 한 발언이다. 류 교수 발언 후 학내외 단체는 잇따라 류 교수의 파면을 요구하며 나섰다. 류 교수는 입장문과 우리신문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생각을 밝혔다. 그러나 류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연구실 앞에 붙은 학생들의 규탄 메시지를 읽는 류 교수

 

류 교수 발언,
연세 사회는 어떻게 대응했나

 

문제의 발언 후 학내 곳곳에는 ▲해당 발언에 대한 류 교수의 사과 ▲류 교수의 교원징계위원회(아래 징계위) 회부 및 파면을 요구하는 입장문이 게시됐다. 지난 21일, ‘평화나비네트워크 연세대지부’는 입장문을 통해 “류 교수는 일본군 ‘위안부’를 자신이 ‘매춘’이라 일컫는 성매수 범죄와 동일시했다”며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2차로 가해하고 역사를 왜곡했다”고 밝혔다. 이어 22일, 16대 사회학과 학생회 <프로미스>(아래 <프로미스>)도 입장문을 발표했다. <프로미스>는 류 교수의 사과 및 징계위 회부와 더불어 ▲모든 수업에서 류 교수 전면 배제 ▲학생들의 수업권 보장을 요구했다. 연세민주동문회(아래 민주동문회)에서도 류 교수의 교수직 사퇴와 중징계조치를 요구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여기에 류 교수 파면을 요구하는 온라인 서명 사이트를 열어 뜻을 모았다.

사과대 운영위원회(아래 사운위)는 지난 23일 류 교수와 학내공동체의 성찰을 촉구했다. 사운위는 “류 교수는 강압적인 태도로 폭력적인 수업 분위기를 조성했다”며 “교수사회는 학생과 교수 간 위계에 따른 폭력 가능성을 인지하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학교 측 움직임도 있었다. 성평등센터에서 류 교수 사건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으며 발전사회학 강의의 임시휴강이 결정됐다. 이에 류 교수는 23일 발전사회학 강의 게시판에 입장문을 올렸다. 류 교수는 ▲강의실에서 한 ‘위안부’ 관련 발언은 학문의 자유에 해당한다 ▲“한번 해볼래요?”라는 질문은 학생에게 매춘이 아닌 조사를 권유하는 취지였다고 밝혔다. 입장문 게시 후 학내외 단체는 더욱 강하게 류 교수를 규탄했다. 우리대학교 동문으로 구성된 국회의원 14인은 김용학 총장에게 류 교수의 교수직 박탈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지난 23일 열린 18차 중앙운영위원회(아래 중운위)에서도 ‘류석춘 교수 발언 대응의 안’이 논의됐다. 중운위원들은 총학생회(아래 총학) 차원의 입장문 작성이 필요하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총학은 24일, 류 교수의 입장문에 정면 반박하며 류 교수를 규탄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총학은 류 교수의 발언이 ▲학문의 자유라는 미명으로 이뤄진 역사 왜곡 및 위안부 피해자 모독 ▲위계를 이용한 성희롱 ▲터무니없는 변명이라는 점을 들어 류 교수의 조속한 파면을 요구했다. 그러나 당일 류 교수는 ‘대한민국의건국과발전’ 교양 강의를 강행했다. 류 교수는 우리신문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다시 한번 “잘못하지 않았고, 사과할 일도 없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관련기사 0호 ‘사회학과 류석춘 교수 인터뷰’>

지난 24일 <프로미스>는 사회학과 전공생과 발전사회학 수강생을 대상으로 ‘발전사회학 수업 및 류석춘 교수 관련 사회학과 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에서 <프로미스>는 참가자들에게 학생회 차원의 대응 상황을 공유하고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민주동문회도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민주동문회는 26일 학교를 방문해 김 총장에게 류 교수의 즉각 파면을 요구하는 2차 성명서를 제출했다. 26일 아침 10시를 기준으로 우리대학교 재학생과 동문 약 3천200명이 서명에 동참했다. 민주동문회장 한동건 동문(생물·79)은 “윤동주의 저항정신이 깃든 우리대학교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며 “류 교수의 파면을 강력히 요구하기 위해 항의 방문했다”고 말했다.

 

▶▶지난 26일 연세민주동문회가 류 교수의 파면을 촉구하는 2차 성명서를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류 교수 파면 반대하기도…

 

지난 24일 중앙도서관과 류 교수의 연구실 등에는 류 교수의 파면을 반대하는 대자보가 붙었다. ‘류석춘 교수의 정치적 파면에 반대하는 연세대학교 재학생·졸업생 일동’이라고 밝힌 게시자는 ▲학문의 자유 침해 ▲언론의 정치공세를 문제로 지적했다. 대자보를 기획한 재학생 C씨는 “류 교수의 발언이 주류 정서에 부합하지 않을 뿐 다양한 관점 중 하나라는 가치가 있다”며 “류 교수의 파면 요구는 과한 주장”이라고 말했다. 또한, C씨는 “류 교수가 학문적 오류를 범하고 있다면 학계에서 반박해야 한다”며 “민간영역이나 정치권에서 정치적 의도를 갖고 개입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류 교수를 지지한다고 밝힌 박현우(정치학·박사4학기)씨 또한 “정치가 학문에 관여한다면 학문의 다양성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류 교수가 언론의 정치공세에 희생되고 있다는 주장도 있었다. C씨는 “언론은 문제가 된 발언보다 류 교수의 수업내용과 정치경력을 집중적으로 보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 교수의 정치경력과 현 시류의 반일정서로 인해 류 교수가 언론의 공격대상이 됐다는 것이다. 박현우씨는 “교원인사위원회에서 결론이 나지 않은 사실을 언론과 학생이 마음대로 심판, 재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현우씨는 “총학의 대응도 실망스럽다”며 “류 교수의 발언이 문제가 없다고 밝혀지면 총학은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가려져서는 안 될 문제의 본질

 

많은 이들은 논란의 본질이 류 교수가 주장하는 학문의 자유가 아닌, 류 교수의 ▲명백한 성희롱 발언 ▲강압적인 태도에 있다고 입을 모았다.

가장 문제가 된 “궁금하면 (학생이) 한번 해볼래요?”라는 발언을 두고 류 교수는 “해당 발언은 매춘이 아닌 조사를 권유하는 의도였다”며 “학생들이 말을 바꿔 해석하고 모욕감을 느꼈다니 억울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당 발언은 명백한 성희롱이었다는 지적이 있었다. 「양성평등기본법」 제3조 제2호에 따르면, 성희롱은 ‘학교를 비롯한 공공단체의 종사자가 지위를 이용해 성적 언동 등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를 말한다. 발전사회학 수강생 D씨는 “성희롱 발언으로 들렸다”며 “너무 놀라 잘못 들은 줄 알았으나 다른 수강생들도 매춘을 권유하는 표현으로 느꼈다고 했다”고 밝혔다. 수강생 E씨 또한 “당시 류 교수는 매춘 유입경로에 대해 말하던 중이었다”며 “발언 직후 학생들의 반응을 보고 문제를 인식했을 텐데도 류 교수는 발언을 정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체적인 수업 맥락을 고려했을 때 성희롱으로 느껴졌다는 것이다. ‘연세대학교 여성주의자 재학생 네트워크’ 의장 신남희(경제·15)씨는 “해당 발언은 명백한 성희롱”이라며 “문제의 발언 앞뒤로 ‘조사’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던 상황에서 성매매를 권유하는 의미로 해석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당시 강의실 내 류 교수의 강압적인 태도도 문제로 제기됐다. 류 교수는 “표현이 직선적일 뿐 학생들에게 권위를 내세우지는 않는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말이 있다면 그 자리에서 얘기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류 교수는 “수강생들과의 대화에 언제든 열려있지만, 학생들이 아무도 요청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학생들은 해당 강의에서 자유롭게 토론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수강생 F씨는 “류 교수의 발언에 학생들이 이의를 제기하자 류 교수는 오히려 화를 냈다”며 “누군가는 ‘직선적’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학생들은 ‘강압적’이라고 느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류 교수의 강압적인 태도는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총학에서 취합한 자료에 따르면, 류 교수는 지난 2015학년도 겨울 계절학기 발전사회학 수업에서 자신과 다른 정치 이념을 가진 우리대학교 교수들을 비하했다. 또 자신과 반대되는 주장을 하는 학생에게 ‘빨갱이’라 칭하기도 했다. 사과대 학생회장 김예진(사회·17)씨는 “의식적이지 않아도 상대방에게 위계로 가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류 교수가 인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B교수, 그리고 비(非) 교수

 

학생을 보호할 안전장치가 없어 비슷한 문제가 되풀이됐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지난 2017년 3월 문과대 A교수가 수업·뒤풀이 중 학생들을 성희롱한 사실이 알려졌다. 약 17개월 뒤 2018년 7월 학교본부는 A교수에게 ‘정직 1개월’ 징계를 내렸다. 그러나 A교수가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피해 학생들에 대한 사과 없이 사건이 종결됐다. <관련기사 1825호 3면 ‘문과대 A교수, ‘개인적 사유로 사퇴’’>

사건 발생 후 2년이 지났다. 56대 문과대 학생회 <CRUSH>는 지난 26일 입장문을 통해 “A교수 사건 후 강의실 내 혐오 발언 사건이 또다시 발생했다”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문과대 학생회장 최승혜(독문·17)씨는 "학교본부는 A교수에게도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다"며 "류 교수의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A교수 사건처럼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프로미스>와 56대 사과대 학생회 <페이스>를 중심으로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류석춘 교수 사건 학생대책위원회’(아래 대책위)가 발족했다. 대책위는 발족 결의문에서 “류 교수를 B교수로 명명하고, 비(非) 교수로 부르겠다”며 ‘안전한 강의실’과 ‘안녕한 교육권’을 촉구했다.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30일(월) 이 사안을 논의하기 위해 교원인사위원회가 열릴 예정이다. 총학생회장 박요한(신학/경영·16)씨는 “총학은 대책위에 협조할 것”이라며 “교원인사위원회의 논의 결과를 보고 추가 대응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23일,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류 교수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27일 서울서부지검은 형사부에 사건을 배당했으며 서대문경찰서에 수사 지휘를 했다.

 
글 박채린 기자
bodo_booya@yonsei.ac.kr
박진성 기자
bodo_yojeong@yonsei.ac.kr

사진 양하림 기자
dakharim0129@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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