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특별귀화 1호, 인요한 교수를 만나다

한국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 찬 의사가 있다. 그는 한국형 구급차 개발·북한 결핵 퇴치사업 등의 업적을 남겼다. 우리대학교 동문이자, 의과대 교수와 신촌 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센터 소장을 겸하고 있는 인요한(John A. Linton) 교수(의과대·가정의학)를 만났다.

 

▶▶한국말을 유창하게 구사하는 인요한 교수의 모습이다.

 

Q. 순천시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들었다. 한국에서 보낸 어린 시절 기억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무엇인가.
A. ‘온돌방 아랫목 교육’이 좋았다. ‘남들이 지키지 않아도 너는 규칙을 어기면 안 된다’는 도덕 교육과 어른들의 지혜도 배움의 일부였다. 요즘 한국 사회는 여러 세대가 한데 모여 있을 시간이 적다.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이해할 기회가 줄어 안타깝다.

 

Q. 특별귀화* 전, 외국인이었기에 한국에서 할 수 있던 일이 있나.
A. 5·18 광주 민주 항쟁 당시 미국 대사인 척 광주시로 들어갈 수 있었다. 한국어를 한마디도 못 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통역사도 데려갔다. 그렇게 들어간 광주시에서 외신 기자의 통역을 도왔다. 이렇게 한국 민주주의의 한 축인 5·18 광주 민주 항쟁에 조금이나마 이바지할 수 있었다.

 

Q. 외국인 신분으로는 최초로 의사 국가고시에 합격했다. 시험 준비 과정이 쉽지 않았을 텐데 무엇이 가장 힘들었나.
A. 의사 국가고시는 기적적으로 합격했다. 학과 특성상 고관절탈구증, 홍반성낭창과 같은 복잡한 한자 단어가 많아 힘들었다. 3개월 동안 한자 공부에만 매진했다.

 

Q. 한국형 구급차를 도입, 개발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A. 기존의 한국 구급차는 응급치료 장비가 전혀 갖춰지지 않은 ‘누워서 가는 택시’였다. 이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지난 1993년 15인승 차를 고쳐 구급차 내에서 응급처치가 가능한 전문 구급차를 개발했다. 환자가 눕고 그 머리맡에서 구급대원이 환자를 치료할 수 있게 하는 구조다. 1995년에는 화물차를 고쳐 고급형 구급차를 개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는 구급차의 크기가 작아져 12인승 차량이 주로 운행되고 있다. 이런 구급차에는 환자의 머리맡에 구급대원이 앉을 공간이 없어 치료가 어렵다. 이 부분은 꼭 고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Q. 북한에서 결핵 퇴치사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했나.
A. ‘유진 벨 재단’**이 설립된 지난 1995년부터 사업을 시작해 24년째 진행하고 있다. 현재까지 북한에서 찍은 엑스레이만 700만 장이 넘는다. 우리대학교 출신인 형님과 7년간 같이 사업을 진행하며 35만 명을 치료했다.

 

Q. 한국 의료계를 어떻게 평가하며,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나.
A.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진행한 다빈치 로봇 수술***이 2만 건을 넘었다. 세계 1위를 자랑하는 건수다. 한국의 의료사업이 앞으로 세계를 선도할 것이라 자신한다.
그러나 개선점을 제시하자면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소형화된 구급차 크기를 전과 같이 복구하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메디컬 컨트롤(medical control)’ 개선이다. 이는 크게 다친 환자를 다룰 때 의료진과 구급대원 간의 소통을 말한다. 마지막으로는 구급대원에 대한 법적 규제 완화다. 미국에는 구급대원이 치료하는 과정에 규제가 거의 없다. 한국도 자유로운 치료행위를 허용해야 한다.

 

Q.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한국에서 활동을 이어갈 예정인가.
A. 단기적으로는 해외환자 유치에 더 힘쓸 예정이다. 은퇴 후에는 고향인 순천시에 내려가 어릴 적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 학교나 병원에 도움이 되는 고문 역할은 계속 이어가고 싶다.

 

Q. 마지막으로 먼 후배인 우리대학교 학생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A.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늘 노력이 필요하다. 꾸준히 노력하는 학생들이 됐으면 좋겠다. 또, 이북 말을 빌려 “통 큰 결단하자”라고도 말하고 싶다. 통통 튀는 아이디어로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말고, 통 큰 발전을 이룩했으면 좋겠다.

 

 

*특별귀화: 우리나라에 특별히 공로가 있는 사람이 귀화로 기존 국적을 유지하며 대한민국 국적을 추가 취득하는 것

**유진 벨 재단: 지난 1895년 한국으로 파견돼 선교활동을 한 유진 벨 선교사의 선교사역 100주년을 기념해 그의 4대손인 인세반(Stephen W. Linton) 박사가 대북지원 사업을 목적으로 설립한 비영리 민간단체

***다빈치 로봇 수술: 대형 절개 없이 작은 구멍에 로봇 기구를 삽입해 통증이 적고 흉터가 거의 없는 첨단수술

 
글 박채린 기자
bodo_booya@yonsei.ac.kr
변지현 기자
bodo_aegiya@yonsei.ac.kr
 
사진 윤채원 기자
yuncw@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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