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지구환경은 산업에 의해 심히 훼손됐다. 인간 욕망이 반영된 자본주의는 과학기술과 결탁해 하나뿐인 지구를 점점 더 건강하지 않은 곳으로 만들고 있다. 1차 산업혁명 후 이백여 년 만에 인류는 자연의 역공이란 말을 자주 듣게 됐다. 그럼에도 인간의 환경 훼손은 그칠 줄 모르고 있다. 후쿠시마의 방사능 오염수, 녹아내리는 유럽의 만년설, 이상기온과 가축 전염병들, 인간이 버린 플라스틱을 먹고 죽은 새들 등에 다수 현대인은 무감각해 보인다. 소비가 미덕인 사회에서 환경의 경고는 쇠귀에 경 읽기인 셈이다.


지난 2015년 맺은 파리기후변화협약은 그나마 작은 희망으로 보인다. 환경 파괴 원인 중 하나인 온실가스 배출에 대해 국제사회가 양을 규제함으로써 지속가능한 발전을 꾀했다. 2017년 국내 정치와 경제논리에 눈 먼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를 감행함으로써 협약은 힘을 잃었다. 미국은 세계 2대 탄소 배출국이다.


그런 미국의 정치적 심장부에 스웨덴 출신 16세 소녀 크레타 툰베리가 등장한 일은 해외 토픽이 됐다. 지난 18일 하원 의사당을 방문한 그녀는 15일 동안 친환경 요트를 타고 대서양을 건너온 신세대 환경운동가다. 자신에게 상을 주고 칭찬해주는 기성세대 정치인들에게 그녀는 행동하라고 촉구한다. 상과 칭찬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위기에 처한 환경을 위해 작은 것이라도 실천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툰베리의 주장은 생소하지 않다. 그러나 약관의 소녀가 유엔에 모인 전 세계 정치인들에게 환경과 참여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광경은 낯설다. 그리고 부끄럽다. 영화 『쇼생크 탈출』의 주인공은, 희망은 돌 속에 있다고 말한다. 희망은 무관심과 무감각이라는 돌을 부수고 해방시켜야 하는 가치다. 우리가 지구환경에 대해 아직 희망을 느낄 수 있는 것은, 툰베리 같은 아이들이 돌을 부수고 있기 때문이다.


원어 에콜로지는 ‘집에 대한 논리’라는 의미를 갖는다. 거주공간이란 무엇이고 어떠해야 하는 가에 대한 논리를 갖추고 실천하는 자가 에콜로지스트다. 우리 정치에도 툰베리와 같은 용감한 에콜로들이 나타나서, 미래의 집들을 제대로 지어내길 바라고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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