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비례 벌금제는 ‘형벌은 자신이 행한 범죄에 대한 책임에 비례한다’는 형사법 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것으로 쉽게 수용할 수 없는 정책이다. 재산비례 벌금제는 이미 과거 몇 차례 제시된 후 현실성이 없다는 이유로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한 해묵은 정책이다.
 

일반적으로 재산비례 벌금제는 범죄행위의 경중에 따라 ‘벌금일수’를 우선으로 정한 뒤, 피고인의 경제적 사정을 고려한다. 그 후 해당 범죄자의 하루 일당에 해당하는 벌금 액수를 정하고, 벌금일수에 벌금 액수를 곱해 최종 벌금액을 산정한다. 재산비례 벌금제는 이미 전두환 정권 시대부터 논의됐지만 거의 폐기되다시피 한 정책으로 범죄에 대한 책임으로서 형벌이라는 형사법의 기본원리에 맞지도 않을뿐더러 재산평가 방법 시행 자체에 현실성이 없어 도입되지 않았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재산비례 벌금제를 시행하는 국가도 있지만 보편적으로는 시행하지 않는다. 독일과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 유럽 몇몇 국가에서 이 제도가 시행 중이다. 그러나 영국 등과 같은 일부 국가에서는 해당 제도를 시행했지만 현재는 폐기했다. 왜냐하면 범죄자의 재산을 제대로 조사할 수 없거나 그 효과에 비해 비용과 노력이 많이 소요된다는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문제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미 법원이나 법무부도 재산비례 벌금제는 현실적으로 시행이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피고인의 경제 능력을 파악하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재산비례 벌금제는 헌법상 원칙인 평등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많다는 점도 시행불가의 이유로 꼽힌다. 그리고 벌금이 재산에 비례 돼야 한다는 주장을 수용한다면 벌금 등 형벌을 부과하는데 있어 재산 이외에도 성별, 나이, 가족관계 등 다른 요소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수용돼야 할 것이다. 무릇 국가 정책은 신중하게 판단하고 고려해야 한다. 아니면 말고 식 또는 임시변통으로 제시되거나 국면 전환용 정책이 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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