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열린 ‘발전사회학’ 강의에서 류석춘 교수(사과대·발전사회학)가 한 발언이 학내외로 논란이 되고 있다. 류 교수의 발언 중 “위안부는 매춘부다”, “궁금하면 (학생이)한번 해볼래요?” 등이 특히 문제가 됐다. 22일 사회학과·사과대 학생회 및 여러 단체는 입장문을 통해 류 교수의 발언을 규탄하고 파면을 요구했다. 이에 류 교수는 23일(월) 입장문을 통해 ▲강의실에서 한 발언은 학문의 자유에 해당한다 ▲해당 발언은 학생에게 매춘이 아닌 조사를 권유하는 취지였다고 밝혔다. 류 교수의 입장문 게시 후 총학생회(아래 총학)는 24일(화) 류 교수를 규탄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총학은 류 교수의 발언이 ▲학문의 자유라는 미명으로 이뤄진 역사 왜곡 및 ‘위안부’ 피해자 모독 ▲위계를 이용한 성희롱 ▲터무니없는 변명이라는 점을 들어 류 교수 파면을 요구했다.

▶▶ ‘대한민국의건국과발전’ 강의실에 들어서는 류 교수

류 교수는 입장문 발표 외에는 추가적인 의견을 표명하지 않았다. 이에 해당 강의를 수강한 우리신문사 기자가 24일(화) 낮 3시, 류 교수를 직접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Q. ‘발전사회학’ 강의 중 발언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 학생 단체, 동문회 등 여러 단체에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A. 내 파면을 반대하는 대자보도 붙은 것으로 안다. 학문의 자유를 보장하라는 내용과 문제의 발언을 들은 학생에게 사과하라는 두 가지 내용이 담겨있다고 들었다. 두 번째 입장이 황당하다. 논란이 된 “궁금하면 (학생이)한번 해볼래요?”라는 말에서 ‘조사를’이라는 목적어를 쓰지 않았을 뿐이다. ‘매춘해 볼래요’라는 말로 해석하고 나를 파렴치한 인간으로 몰고 가는 게 억울하다. 수업을 들은 입장에서 그렇게 느꼈나.

 

Q. 그렇다. 수업을 듣는 학생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렇게 느낄 수 있는 상황이었다.

A. 그렇게 느꼈다면 할 말이 없다.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것이 여자가 피해를 주장하면 문제가 되는 것이 현실이다. 성희롱 문제가 그렇다. 나로서는 직접 한 말도 없고, 의도하지도 않았다. 이를 바꿔 해석하고 모욕감을 느꼈다니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Q. 논란 후 입장문을 올렸다. 입장문에 당시 수강생들에 대한 사과가 없다는 지적이 있다.

A. 잘못한 게 있어야 사과하는데 나는 사과할 일이 없다. 학교에서는 학문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 ‘해볼래요?’라는 말이 나온 맥락을 살펴보면 지금 매춘 산업이 어떤지 학생들이 조사해보라는 의미였다. 학생들에게 사과하라는 요구를 검토는 해보겠다. 그러나 그런 의도도 아니었고 하지도 않은 일에 사과하게 되면 정말 억울할 것 같다.

 

Q. “일본은 위안부의 직접적 가해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A. ‘위안부는 강제로 동원됐다’는 것이 보편적인 국민 정서나 학계 설명이다. 그러나 새로운 연구 결과들이 위안부는 민간에서 벌어진 매춘의 성격도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날 ‘발전사회학’ 강의는 ‘식민지를 어떻게 보느냐’에 초점을 뒀다. 식민지 시대에 쌀·토지·노동·여자가 수탈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본이 하지 않은 일도 부풀려져 사실화됐다. 나는 널리 알려진 것과 다른, 새로운 연구 결과에 대해 강의했다. 일본이 당시 우리나라 여성들을 강제로 위안부로 끌고 갔다고 생각하는데, 아니라는 증거가 많다. 처음 듣는 학생들은 당연히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Q. 당시 교육을 받을 수 있다거나 공장에 취업할 수 있다는 등의 이야기를 듣고 간 여성들도 있다고 알고 있다.

A. 취업 사기가 있었다는 사실은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가 증명했다. 취업 사기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매춘은 ‘점잖은 사람들 상대로 우아하게 대화하며 술 마시면 된다’는 얘기로 시작된다. 그때도 그랬을 것이다. 이 전 교수의 연구를 보지 않고 내 말만 들으니 거짓말이라 의심하는 것이다.

 

Q. ‘위안부’ 피해여성들에게 자발성이 있었다는 말인가.

A. 그렇다. 물론 그 당시에는 그만두기 더 어려웠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렇지만 ‘자발성이 하나도 없이 완전히 당하기만 한 거냐?’ 이 전 교수에 따르면 당시 위안부 여성들이 집단행동으로 파업도 했다고 한다. 설득력 있는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나의 양심과 학문의 자유다.

 

Q. 학문의 자유를 고려해도, 강의실 내에는 교수와 학생 간에 권력 위계가 존재한다.

A. 인정한다. 그 부분을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학생에게 교수의 권위를 내세우는 편은 아니다. 직선적으로 말하지만 위선적이지는 않다. 학생들과 큰 갈등 없이 34년간 강의했다. 이번에는 희한하게 일이 꼬였다. 총학도 달려드는데, 총학의 판단이 순수하지 않다고 본다. 열심히 강의하는 교수를 왜 곤경에 처하게 하는지 모르겠다.

 

▶▶ 류 교수가 연구실에서 우리신문사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Q. 많은 학생이 입장문 게시, 연서명 요청 등을 통해 파면을 요구하고 있다.

A. 현재 우리나라에서 5.18 광주 민주항쟁, 세월호 사건에 관해 얘기할 때 조금이라도 다른 시각에서 얘기하면 민족 반역자 취급을 받는다. 위안부도 마찬가지다. 오래 축적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의견이 나오면 그걸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논쟁의 장이 마련돼야 한다.

그러나 이미 크게 자리 잡은 기존 담론 때문에 나 같은 소수의 담론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심지어 학문적 담론으로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국회의원, 정당 등 학문단체가 아닌 이들이 나를 파면하라고 요구한다. 이는 학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소수의 의견일지라도 연세공동체 전체가 보호해줄 필요가 있다.

 

Q. 당시 발언을 두고 총학은 “학문의 자유라는 미명 하에 학문적 의견 제시로 볼 수 없는 망언”이었다고 입장문에서 밝혔다.

A. 총학에서는 학문의 영역을 넘어섰다고 하는데, 이 전 교수를 봐라. 그가 진지하게 쓴 연구 서적이 있는데, 왜 넘어섰다고 보나.

 

Q. 강의 녹음본이 유출된 것에 유감을 표했다.

A. 공부 목적으로 강의를 녹음하는 것은 이해한다. 그러나 나를 공격하기 좋은 언론, 이념에 반대되는 단체에 녹음본을 줘서는 안 됐다. 내가 위안부 문제에 다른 생각을 하고 있어 나를 때려잡아야 한다는 구도가 형성됐다. 이는 또 다른 방법으로 학문의 자유를 침해하는 학생들의 비열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녹음을 하면 한다고 허락을 받아야 하지 않나.

 

Q.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일일이 허락을 받기는 어렵다.

A. 녹음을 많이 하는 것을 안다. 강의 내용을 재확인하는 용도라면 문제 삼지 않는다. 그러나 언론사에 주고 기사를 쓰게 하는 것이야말로 새로운 방법의 학문적 자유 탄압이다. 수업 당시 교수의 의견을 수용하지 못하겠으면 수업에서 얘기를 꺼내 토론하는 것이 올바른 게 아닌가.

 

Q. 학과 차원에서 수업 배제 조치가 이뤄졌다.

A. 새로 생긴 규칙이라고 알고 있다. 학생들로부터 문제 제기가 이뤄진 수업은 강의를 중단시킬 수 있다고 한다. 교무처로부터 ‘발전사회학’ 수업을 중단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잘못한 것이 없는데 왜 강의를 못 하게 하는지 이해가 안 되지만, 규칙이 그렇다고 하더라. 오는 30일 조사를 위해 교원인사위원회 출석을 통보받았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

A. 하지도 않은 것들에 대해 오해를 받아 억울하다는 점을 밝히고 싶다. 그리고 수업에서 학문의 자유를 보장해줘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학내 구성원에게는, 우리대학교를 사랑하는 입장에서 우리대학교가 자유롭게 진리를 추구하는 학문공동체가 됐으면 한다고 말하고 싶다. 외부에서는 나를 정치인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있다. 나 자신도 기회가 닿고 능력이 되면 정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강의실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정치적인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는다. 학교에서 교수로서 한 행동을 정치인으로서 평가하지 말아 줬으면 한다. 특정 사안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하는 것을 외부에서는 정치적으로 보는 것 같다. 자신과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척결하려는 것은 지나치다.

 

글 박채린 기자
bodo_booya@yonsei.ac.kr
박진성 기자
bodo_yojeong@yonsei.ac.kr

사진 양하림 기자
dakharim0129@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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