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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에게 축제의 문턱은 여전히 높다잇따른 지적에도 개선되지 않는 장애학우석의 현실
  • 박제후 박진성 기자
  • 승인 2019.09.22 23:53
  • 호수 1837
  • 댓글 1

‘정기 연고전’(아래 연고전)과 ‘아카라카를 온누리에’(아래 아카라카)는 우리대학교를 대표하는 학내 행사다. 모든 연세인의 축제에서 장애학우석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그러나 꾸준한 문제 제기에도 장애학생들의 축제 접근성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즐길 거리가 우선?
스피커에 밀린 장애학우석

지난 6일 연고전이 열렸다. 이번 연고전에서도 장애학우석 마련은 쉽지 않았다. 빙구가 진행된 목동 아이스링크와 축구‧럭비 경기가 예정돼 있었던 목동 종합운동장이 문제였다.

목동 아이스링크에는 우리대학교와 고려대 합동 장애학우석이 마련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스피커가 문제가 됐다. 장애학우석 방향으로 우리대학교 응원단(아래 응원단)의 대형 스피커를 설치한다는 계획 때문이었다. 이에 장애인권위원회(아래 장인위)는 응원단에 즉각 문제를 제기했다. 장인위 위원장 안희제(경제/문화인류‧15)씨는 “스피커 앞 소음은 청력에 문제가 없는 사람도 견디기 힘들다”며 “소리에 더욱 민감한 청각장애 학생들에게 스피커 앞자리는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지난 8월부터 장인위 측은 응원단에 스피커 크기 및 위치 조정을 요구했다. 그러나 응원단은 음향 사각지대가 생긴다는 이유로 스피커 조정이 어렵다고 밝혔다. 협의 끝에 합동 장애학우석은 무산됐다. 우리대학교 장애학우석은 응원단 옆으로, 고려대 장애학우석은 1층으로 옮겨졌다. 안희제씨는 “이 결정은 이례적으로 양교에 휠체어 이용자가 없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회성 대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빙구 경기 당일, 합동 장애학우석이 운영됐다. 현장에서 양교의 자리가 바뀌어 기존 장애학우석을 고려대 응원단이 담당하게 되면서다. 고려대 응원단은 스피커의 각도와 위치를 조정해 장애학우석에 소음이 직접적으로 향하지 않게 하고, 음향 사각지대가 우려되는 구역에는 작은 스피커를 설치했다. 고려대 장인위 측은 “이번 연고전에서는 고려대 응원단이 장애학우석 보장을 위해 노력해줬다”고 평가했다. 안희제씨는 “우려와 달리 장애학우석이 만족스럽게 운영돼 기쁜 마음도 있지만, 이렇게 쉽게 해결될 문제였다니 허무하고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축구‧럭비 경기는 진행되지 않았지만, 목동 종합운동장 장애학우석에도 문제는 있었다. 응원단의 물대포와 폭죽 때문에 장애학우석 위치를 옮겨야 했기 때문이다. 장인위 측은 이미 장애학우석이 배정된 상황에서 응원단으로부터 위치를 옮기라고 통보받았다고 전했다. 안희제씨는 “어쩔 수 없이 경기장 한쪽에 천막을 치고 장애학우석을 만들어야 했다”며 “장애학생들보다 스피커, 폭죽, 물대포 설치가 우선시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매년 맴돌았던 그들의 목소리

장애학생들이 겪은 문제는 이번 연고전만의 일이 아니다. 특히 목동 아이스링크 스피커 문제는 매번 제기됐으나 개선되지 않았다. 안희제씨는 “매번 응원단에 스피커 위치를 변경해달라 요청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장인위는 장애학우석에 스피커, 물대포 등의 장비를 설치하지 말아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준비했다. 안희제씨는 지난 16일에 열린 17차 중앙운영위원회(아래 중운위)에 참석해 ‘연고전의 장애학우석 이용에 대한 중운위 연서명의 안’을 발제했다. 응원단, 학생복지처, 총장실로 공문을 발송하기 위해서였다. 중운위에 참석한 모든 단위의 찬성으로 해당 안건은 가결됐다.

한편, 응원단장 안종빈(전기전자‧15)씨는 중운위에서 “응원단이 1년 체제로 운영되다 보니 개선방안에 대한 확답은 드리기 어렵다”면서도 “다음 단장에게 해당 내용을 꼭 인수인계해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학생복지처 황재훈 차장은 “오는 2020년부터는 사전답사 횟수를 늘려서라도 동선과 안전대책을 확인해 장애학우석 이용에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장애학생들은 아카라카에서도 문제를 겪었다. 지난 2018년과 같이 올해 아카라카에서도 장애학우석에서는 무대가 보이지 않았다. VIP석이 장애학우석 앞을 막았기 때문이다. 2018년 아카라카 직후 장인위가 진행한 피드백에서 장애학생들은 “휠체어 타는 사람들은 앞이 아예 안 보였다”, “VIP석 관람객들이 장애학우석 앞쪽에 붙지 않게 통제하더라도 스크린 윗부분이 겨우 보이는 정도” 등의 의견을 쏟아냈다. 이에 장인위 측은 2018년 아카라카가 끝난 후 응원단에 이의를 제기했다. 안희제씨는 “재발 방지를 요청했음에도 응원단 측 착오로 인해 올해 아카라카에서도 똑같은 문제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장애학생들은 2년 연속으로 무대가 안 보이는 자리에서 아카라카에 참여해야 했다.

축제를 즐기기 위한 장벽은 높았다. 장애학생들은 스피커와 폭죽을 피해 자리를 옮겨야 했다. 안희제씨는 “축제를 설계하는 문화 자체가 비장애인 중심적인 지금의 현실을 극복하려면 학교와 학생이 모두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 박제후 기자
bodo_hooya@yonsei.ac.kr
박진성 기자
bodo_yojeong@yonsei.ac.kr

박제후 박진성 기자  bodo_hooya@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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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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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여간 2019-09-25 01:54:15

    지밖에 몰라요. 당신도 장애인이 될 수 있단 거 모르나? 장애가 불편함이 되지 않는 세상이 와야 한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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