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6일, 우리대학교는 오는 2020학년도 입학생을 대상으로 ‘연세정신과 인권’ 강의(아래 인권강의)를 필수 이수 과목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19일 학교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해당 과목을 필수가 아닌 선택교양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거듭된 논란에 몸살 앓는 인권강의
우리대학교는 지난 8월, 오는 2020학년도 입학생부터 인권강의를 필수로 이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학교 측의 공지 후 인권강의의 수업내용과 필수과목 지정을 두고 학내외로 논란이 일었다.
인권강의는 젠더·아동·장애·환경·난민 등 13개 주제로 구성된 온라인강의로, 주제별로 다른 교수가 수업을 진행한다. 그러나 이 중 젠더와 난민 강의에 대한 반발이 거세게 일었다. 일부 단체들은 젠더·난민 강의가 학생들에게 잘못된 관념을 심어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8월 13일, ‘연세대를 사랑하는 국민 모임’(아래 연사모)은 우리대학교 정문에서 ‘인권강의 필수 이수 과목 지정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21일부터 무기한 릴레이 시위를 진행했다. 연사모 측은 “연세대는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세워진 학교”라며 “생물학적 성별을 모호하게 구분하는 젠더 이론을 가르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한, 연사모 측은 “난민 강의는 무차별적 난민 포용을 옹호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교무처는 입장문을 통해 “본 강의는 특정 집단을 옹호하거나 지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1835호 2면 ‘인권 강의 반대 부딪혀…‘연세표 인권교육’의 운명은?’> 그러나 인권강의에 대한 반발은 계속됐다. 지난 3일, 자유의바람·자유대한호국단·턴라이트·자유법치센터 등 여러 보수 단체가 우리대학교 정문 앞에서 반대 시위를 진행했다. 이들은 학교본부를 강하게 비난하며 인권강의 필수과목 지정 철회를 요구했다.
반대 여론 의식했나,
학교 측 “내부회의 결과일 뿐”
크고 작은 반발이 계속되며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 지난 19일, 우리대학교는 보도자료를 통해 돌연 강의 운영방식을 재공지했다. 인권강의를 선택교양으로 운영하기로 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학교 측이 외부 반대의견을 의식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재학생 A씨는 “본래 좋은 취지로 수업이 개설됐으나 외부 여론에 굴복한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대학교는 학사제도 변경은 외부 반발과 전혀 관계없는 결정이라고 일축했다. 학교 측은 “인권강의를 두고 다양한 의견이 오가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서도 “외부의 반대 목소리 때문에 학사제도를 변경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한, 각 단과대 및 학과 교수들로 구성된 ‘학사제도운영위원회’(아래 학운위) 논의를 거쳐 과목 운영방식을 결정했다는 것이 우리대학교 입장이다. 학교 측은 “기획 초기 단계에서는 해당 과목을 필수 지정과목으로 운영할 예정이었으나 학운위 검토 결과 선택교양으로 운영하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며 “중간고사나 학기 말 수강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교 측은 “학생들의 의견에 따라 강의내용과 운영방식은 언제든 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우리대학교는 기존의 인권강의에 ‘연세정신과 역사’ 강의를 추가·보완할 예정이다. 학교 측은 “현재 구성된 13개 주제 중 ‘연세정신’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강의는 2개에 불과하다”며 “나머지 11개 수업은 연세정신과의 연관성이 적다는 피드백이 있어 강의내용을 보완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2019학년도 2학기는 인권강의 시범 운영 기간이다. 현재 3주 차 강의까지 진행됐으며 약 2천400명의 학생이 수강하고 있다. 우리대학교는 이번 학기 지속적으로 의견을 수렴해 강의에 변화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시범 운영이 끝난 시점엔 인권강의가 제대로 된 교과목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명확한 운영방식과 강의내용을 마련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글 박채린 기자
bodo_booya@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