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뒤 맞지 않는 수시 폐지

김한범 (언홍영·16)

“수험생의 부담완화를 위해 수시모집의 모든 전형에서 최저학력 기준을 폐지한다.”


지난 2018년 4월 우리대학교는 ‘2020학년도 입학전형 시행계획’을 발표했다. 학교 측은 교육부 권고를 받아들여 우리대학교 신촌캠퍼스 수시모집에서 수학능력시험성적을 고려하지 않을 것이며, 이는 수험생의 부담을 덜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올해 신촌캠퍼스 수시 전형 지원자 4만 2천341명 모두 수능을 응시하지 않아도 우리대학교 신입생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수험생 부담이 줄어든다고 말할 줄은 몰랐다. 현실적으로 수험생들이 수능 준비에 소홀해질 수가 없지 않은가. 수시모집에 합격하지 못하면 정시 모집에 지원해야 한다는 점은 차치하더라도, 지원자 성적대가 겹치는 대학 대부분이 최저학력 기준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경희대, 고려대, 서강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국외대를 비롯한 서울시 소재 대학이 최저학력 기준을 유지하고 있다.

오히려 부담은 커졌다. 우리대학교는 올해 최저학력 기준을 없애는 동시에 수시모집 인원을 줄였다. 수능 부담이 여전한데 수시 문만 좁아졌고, 최저학력 기준이 사라져 내신 성적과 비교과 활동 등의 전형요소 비중은 더욱 커졌다. 결국, 수능은 수능대로 준비해야 하고, 학생부와 논술에 더욱 공을 들여야 하는 상황이다. 수험생의 부담을 줄이려 했다는 말이 진심처럼 들리지 않는 것은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가장 납득하기 힘든 것은 우리대학교 미래캠퍼스는 여전히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유지한다는 사실이다. 미래캠퍼스 논술전형과 학생부 종합전형(학교생활 우수자, 강원인재, 기회균형)에서는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적용한다. 신촌캠퍼스 최저학력 기준을 없앤 이유가 수험생 부담 완화였다면 미래캠퍼스 지원자의 부담은 완화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인가. 266.20:1의 경쟁률을 기록한 의예과 논술전형이나 44.80:1의 인문계열 간호학과 논술전형은 부담스럽지 않은가 보다. 일관성마저 포기한 정책은 더더욱 납득하기 힘들 뿐이다.

공정성 논란 또한 피하지 못한다. 그간 수시 전형은 ‘깜깜이 전형’으로 불렸다. 다양한 요소를 평가하지만, 각각의 요소가 어느 정도로 그리고 어떻게 반영되는지가 명확하지 않아 주관적이라 여겨졌다. 이에 더해, 고교 간 학력 차이로 인해 내신 성적만으로는 학생의 학업 능력을 비교하기가 마땅치 않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해 최소한의 투명성을 담보하는 것이 수능 최저학력 기준이었는데, 이마저 사라져 지원자들이 전형 결과를 신뢰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올해 신촌캠퍼스 논술전형 경쟁률은 44.38:1이었다. 16명을 선발하는 치의예과 논술전형엔 1,811명이 지원해 경쟁률이 113.19:1이었고, 7명을 선발하는 심리학과 논술전형엔 591명이 몰려 84.43: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오로지 논술 성적을 평가하는 논술전형에서 과연 지원자 모두의 답안지를 면밀히 채점할 수 있을까, 나아가 그 결과를 신뢰할 수 있을까. 채점자의 주관에 따라 합격·불합격 여부가 갈릴 여지가 없을지는 정말 의문이다.

지원자가 몰리는데 정원은 턱없이 적다. 수많은 지원자 모두를 면밀히 검토하기란 한계가 존재한다. 이를 고려해 많은 대학들이 교육부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최저학력 기준을 유지했고, 그간 최저학력 기준을 유지해 온 우리대학교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을 실시했다는 점이 아쉬울 뿐이다.

“우리대학교는 교육부의 눈치를 보지 않을 것”이며 “교육부의 정책 중 우리대학교 철학에 맞는 부분은 받아들이고 아닌 부분은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방침.” 작년 5월 「연세춘추」의 ‘우리대학교,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서 탈락’ 기사에 표명한 우리대학교의 입장이다. 지금 보기에 그 입장은 단지 공허한 외침에 불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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