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87년 이후 대한민국은 거시적으로는 민주화됐다. 국민들은 정권을 좌우로 교체하며 현명하게 간접 정치를 했다. 최순실 사태는 이른바 1987년 체제에서 우파의 윤리적 파탄이었다. 국민의 집단지성은 분개했고, 촛불혁명이라는 명예혁명으로 좌파에 다시 정권이 주어졌다. 사실상 우파는 무너졌었고, 국민은 좌파에 희망을 걸고 정권의 성공을 바랐다.

최근 조국 사태를 바라보는 국민의 심경은 착잡하다. 좌파 역시 우파와 다를 게 없다는 배신감과 사그라드는 희망 때문이다. 이제 국민은 누구를 믿어야 하나 절망감이 나온다. 정치적 아노미란 이런 상황일 것이다.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문재인 정권의 황태자인 조국 씨가 자녀 문제를 비롯한 각종 의혹으로 국민의 심판대에 올랐다. 대통령과 현 정권의 지원 속에서 자기방어 중이지만 역부족으로 보인다.

조국 사태는 촛불혁명을 되돌아보게 한다. 최근 홍콩 시위도 그렇지만 새로운 미디어 환경 속에서 민의는 새로운 방식으로 표출되고 있고, 과거에 없던 힘을 보여준다. 촛불혁명은 말하자면 혁명의 새로운 모델이다. 미디어형 혁명이라고도 할 수 있는 촛불혁명의 요구를, 이번에는 민주화 세력인 세칭 운동권 정권이 받는 것 같다.

정치권에 요구되는 도덕성과 윤리의식, 그리고 공정성이라는 사회 정의에는 예외가 없다는 것이 국민의 시민의식이다.

조국 후보자 문제는 벌써 개인이나 정권의 문제가 아니게 됐다. 현재 한국사회의 문제이자 미래 한국사회의 문제가 됐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듯 혁명은 전폭적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촛불혁명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고, 완성돼야 한다. 갈 길은 멀고 지금의 전망은 장마 비처럼 어두울 수 있다. 그러나 언제든 희망은 놓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정치적 희망도 마찬가지다. 조국 사태를 계기로 우리 사회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환골탈태해 정의로운 사회를 앞당겨 오길 기도한다.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