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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약 없는 우리대학교 ‘괴롭힘 금지법’?
  • 박채린 박진성 기자
  • 승인 2019.09.08 22:35
  • 호수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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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는 지난 7월 16일부터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을 포함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시행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 예방 및 사건 발생 시 조치 등에 관한 사항을 취업규칙에 기재해야 한다. 그러나 개정안이 시행된 지 두 달가량이 지난 현재까지도 우리대학교 취업규칙에는 관련 내용이 기재돼 있지 않다.

직장 내 괴롭힘,
예방과 대응 방안은?

‘직장 내 괴롭힘’(아래 괴롭힘)이란,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에 따라 직장 내 관계 또는 인간관계상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 이상으로 타인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가하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고용노동부는 지난 2월 22일,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대응 매뉴얼’(아래 매뉴얼)을 발표했다.

매뉴얼에서 제시하는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취업규칙 표준안’에 따르면 사용자는 ▲기존 취업규칙에 괴롭힘 예방·대응 규정 추가 ▲별도 규정 신설 두 가지 방안 중 한 가지를 택할 수 있다.

기존 취업규칙에 관련 내용을 추가하는 경우 사용자는 ▲직장 내 금지되는 괴롭힘 행위 ▲괴롭힘 예방 교육 ▲고충 상담 ▲사건 처리 절차 ▲피해자 보호 조치 ▲가해자 제재 ▲재발 방지 대책 등의 구체적인 내용을 취업규칙에 포함할 수 있다. 괴롭힘 발생 시 대응 절차 신설과 징계규정 강화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만 가능하다.

기존 취업규칙을 보강하는 것 외에 별도 규정을 신설해 규율할 수도 있다. 예컨대 직장 내 성희롱에 관한 예방규정을 이미 시행 중인 회사의 경우 여기에 괴롭힘 예방규정을 추가해 운영할 수 있다. 또한, 매뉴얼에 기술돼있는 괴롭힘 사례 외에 사업장별로 금지가 필요한 행위를 추가할 수도 있다.

노사 갈등에 등 터지는 괴롭힘 금지법

우리대학교는 현재 괴롭힘 금지법을 취업규칙에 추가하지도, 별도 규정을 신설하지도 않은 상황이다. 이에 총무처 인사팀 관계자 A씨는 “지난 7월 22일과 8월 9일, 연세대학교 노동조합(아래 노동조합) 측에 취업규칙 개정안(아래 개정안)을 두 차례 보냈다”며 “그러나 노동조합에서 답변이 오지 않아 취업규칙을 개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노동조합 측은 학교 측에서 제시한 개정안이 불완전하며 개정 절차도 타당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노동조합 서기환 위원장은 “개정안에 따르면 괴롭힘 발생 시 피해자는 학교를 통해서만 신고할 수 있다”며 “이 경우 피해자가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 위원장은 “피해자를 충분히 보호하기 위해 노동조합이 학교와 함께 사건을 모니터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학교 측은 노동조합의 회신이 없어 취업규칙 개정이 지연되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A씨는 “현재 신고접수는 인사팀에서 담당하기로 돼 있지만, 노동조합에서 같이 신고를 받는 것도 가능하다”며 “노동조합이 최종 의견을 보내주지 않아 결정하지 못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서 위원장은 “학교 측은 개정안에 대한 설명 없이 공문만 전달했다”며 “관련 논의를 충분히 진행하지 않고 답변만을 재촉한다”고 맞섰다.

이런 우리대학교의 상황은 다른 학교와 비교된다. 고려대의 경우 지난 7월 1일 노사 간 별다른 마찰 없이 취업규칙 개정이 완료됐다. 고려대 사무처 관계자 B씨는 “고려대에서는 전체 교직원을 대상으로 의견 수렴을 거친 후 취업규칙을 개정했다”며 “현재 상담센터에서 신고 접수창구를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는 기존에 마련된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교직원 행동강령」에 괴롭힘 금지법 관련 규정을 신설했다. 서울대 인사교육과 관계자 C씨는 “9월 중으로 전체 교직원에게 신규 규정을 안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괴롭힘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위계 관계에서 파생되는 괴롭힘 문제는 우리대학교에서도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괴롭힘 금지법의 도입 취지를 돌아보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글 박채린 기자
bodo_booya@yonsei.ac.kr
박진성 기자
bodo_yojeong@yonsei.ac.kr

박채린 박진성 기자  bodo_booya@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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