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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도 못 뗀 성폭력담당위원회, 갈 길은 멀다신설된 성담위 회칙 한계 지적돼… 총학 "2학기 중 논의 예정"
  • 박제후 박채린 기자
  • 승인 2019.09.08 22:27
  • 호수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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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1월, ‘연세대학교 총여학생회(아래 총여) 폐지 및 총여관련규정 파기, 후속기구 신설의 안’이 가결되면서 총여 폐지와 후속 기구인 성폭력담당위원회(아래 성담위) 신설이 결정됐다. 그러나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성담위는 설치되지 않았고, 논의도 시작되지 못했다. 한편, 학생 총투표로 신설된 성담위 회칙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성담위, 기반이 부실하다

학생 총투표 가결과 동시에 학생회칙이 개정됐다. 총여 관련 조항은 삭제됐고 대신 성담위 관련 조항이 추가됐다. 성담위 구성과 역할을 규정하는 총학생회칙(아래 회칙) 제15장에 대해 젠더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우선, 성담위 구성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총학생회장단*이 과도한 권한을 갖는다는 점 ▲남녀 성비를 규정한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회칙은 성담위를 총학생회장단 산하에 설립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위원장은 총학생회장이 임명한다. 철학과 이정은 강사는 “현 회칙대로라면 총학생회장단이 권한을 독점할 여지가 있어 견제장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정미현 교수(연합신학대학원‧조직신학)는 “총학생회장이 임명한 위원장이 충분한 전문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성담위 5인 중 남성이나 여성은 각각 3인을 초과할 수 없다는 조항도 지적된다. 성폭력 사건의 대다수에서 남성이 가해자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자는 여성이 남성보다 약 17배 많다. 서울대여성연구소 이진희 연구원은 “성폭력 대처 기구의 구성원은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아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성담위의 역할과 활동에 관한 조항에도 비판이 제기됐다. 회칙 제15장 제87조는 성담위가 ▲신고인과 피신고인에 대한 공정한 대우와 행정절차 지원 ▲교내 성폭력 관련 사안에 대한 학생사회의 의견 수렴 ▲학내 성폭력 관련 기록 수집 및 보존 등의 활동을 한다고 규정한다.

성폭력 사건에서 학생회의 역할은 수사 기관의 역할과는 다르다. 학생회는 사건을 관련 기관에 연결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등 2차 피해를 방지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이 강사는 “학생회는 신고인과 피신고인을 격리하는 방법을 고안해 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문가들은 회칙이 성폭력 가해자와 피해자가 동등한 관계에 있지 않다는 점을 간과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 연구원은 “성폭력 사건 대처에 있어서 피해자 보호가 최우선의 원칙”이라며 “신고인과 피신고인에 대한 공정한 대우를 명시한 조항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피해자에 대한 보호가 이뤄지지 않는 것도 문제다. 성폭력 사건에 관해 학생사회의 의견을 수렴하고 관련 기록을 보존하는 과정에서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기록 보존‧수집에는 매우 섬세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며 “학생 여론을 수렴한다는 조항도 성폭력 사건 해결에 부적절하고 위험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학내 성폭력 사건 담당,
총학이 빈자리 채울 수 있나

성폭력 및 폭력 사건 대처는 현재 총학생회(아래 총학)에서 담당하고 있다. 총여 폐지와 성담위 신설 사이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다. 그러나 일부 학내 구성원들은 총학에서 성폭력 문제를 다루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단과대 대표자 A씨는 “성폭력 피해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는 신뢰와 안정감이 필수”라며 “총학은 성폭력 사건 대응 경험이 부족하고 여학생만으로 구성되지도 않아 피해자들이 접근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A씨는 성폭력 피해 학생이 총학에 도움을 청하기 꺼려 단과대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했던 사례를 언급했다. 총학생회장 박요한(신학/경영·16)씨는 “성폭력 사건 접수 시 학내 인권센터나 성평등상담소와 함께 처리해나갈 것”이라며 “최대한 사건을 대응하는 데 부족함이 없게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성담위가 총여의 후속 기구로 적합하냐는 지적 또한 지속해서 제기된다. 정 교수는 “성담위로의 대체는 기존 총여의 활동을 성폭력 문제 하나로 축소하는 것”이라며 “총여 존폐와는 별개로 포괄적 역할을 할 수 있는 후속 기구를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강사 또한 “여성 인권 문제는 성폭력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총학 또한 성담위 관련 회칙의 논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오는 9월 중 총학은 공청회 등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 수렴을 위한 절차를 마련할 예정이다. 박씨는 “총여 후속 기구 논의를 구체화해서 임기 말이나 다음 총학 임기 때는 후속 기구가 온전하게 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성폭력 사건에 확실히 대응할 수 있는 후속 기구가 마련될 수 있을지 학생사회의 많은 관심이 필요한 때다.

*총학생회장단: 총학생회장과 부총학생회장 2인을 뜻한다.

글 박제후 기자
bodo_hooya@yonsei.ac.kr
박채린 기자
bodo_booya@yonsei.ac.kr

박제후 박채린 기자  bodo_hooya@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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