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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예술가] 연희동의 이방인들, 극장을 세우다극단 ‘이방인’과 연희예술극장
  • 이희연 백현정 기자
  • 승인 2019.09.02 02:39
  • 호수 51
  • 댓글 0

우리는 액자 틀에서 탈출하려고 합니다.
예술가들의 삶을 개방시키고, 모든 환상을 걷어낼 것입니다.
이제부터 연극은 우리들 모두의 것입니다.
즉, 우리가 곧 예술입니다.

- 「선언문」, 연희예술극장 -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 이방인(異邦人). 연극을 하는 예술가들을 보는 사람들의 시선이다. 하지만 극단 ‘이방인’은 우리가 모두 연극의 주인이라고 말한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리허설로 분주한 연희예술극장을 찾았다.

‘극단’에서 ‘극장’으로

연희예술극장은 극단 ‘이방인’(아래 ‘이방인’)에서 시작된 공간이다. ‘이방인’의 대표 신재철(33)씨는 극단이 생기기 전, 연극 아카데미 ‘노리토’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신씨는 아카데미 안에서 뜻이 맞는 제자들과 연극을 제작하곤 했는데 이것이 ‘이방인’의 시초가 됐다. 극단의 이름은 대학로에서 공연이 끝나고 있었던 술자리에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들이 올린 연극에 대중은 무심했고, 어느 단원이 “우리 왕따 아냐?”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의 말을 들은 신씨가 극단에 ‘이방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러던 중, 연극을 공부하기 위해 방문했던 프랑스에서 신씨는 ‘카페 떼아뜨르’*라는 개념을 접했다. 이에 큰 매력을 느낀 신씨는 극단에 이를 제안했다. 대중과 배우가 모두 즐길 수 있는, 기존의 연극 문화와는 다른 연극을 할 수 있는 극장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지난 2018년 3월, 신씨는 자신과 뜻을 함께하는 ‘이방인’의 단원들과 연희예술극장을 개관했다. 그동안 콘텐츠 제작에 주력했던 ‘이방인’은 연희예술극장을 다른 예술가들의 공연이나 전시를 위한 공간으로 제공했다. 연희예술극장은 새로운 예술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극장 자체 사업 또한 ‘이방인’ 소속 프로듀서인 감독 윤영인(26)씨의 총괄 아래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젊은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사업인 ‘업사이클링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연희동의 예술가로 살아간다는 건

Q. 극장의 위치로 연희동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가.
윤: 홍대와 가까운 곳을 찾다가 이곳을 발견했다. 연남동, 망원동, 신촌 등 많은 곳을 돌아다녔는데 이곳처럼 공간이 넓고 천장의 높이가 높은 곳을 찾기가 어려웠다. 연희예술극장의 높이는 5m가 넘는다.
신: 홍대와 가까운 곳을 원했던 이유는 젊은 예술가들과의 교류를 바랐기 때문이다. 실제로 연희예술극장이 개관한 이후 많은 예술가와 교류할 수 있었다. 연극 분야뿐만 아니라 미술이나 음악 분야로도 많은 교류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 가장 반응이 좋았던 ‘이방인’의 연극 『춘향전』의 포스터 디자인은 홍익대의 섬유미술패션디자인과의 도움을 받았고, 극장 안 대부분의 음향 기술과 장치에는 밴드 ‘신현희와 김루트’의 김루트씨가 많은 도움을 줬다.
개인적으로는 공연계를 바라보는 미술계의 시선에 큰 충격을 받았다. 효율적인 선택과 이미지를 중시하는 그들의 신선한 시각 덕분에 공연 중 한 시간에 두 번 휴식 시간을 넣는 등 여러 시도를 할 수 있었다.
윤: 같은 맥락에서 현재 여러 분야의 아티스트들과 다원예술축제를 기획하고 있다. 아직 구체화 되진 않았지만, 작년에 이곳에서 공연했던 퍼포머들, 전시팀과 함께 여러 가지 예술과 공연 방식을 시도해 볼 예정이다.

Q. 연희동의 예술가가 겪는 어려움은 무엇인가.
윤: 내가 사는 집에서 연희예술극장까지 한 번에 오는 버스가 없다. 다른 공간에 비해 연희동은 골목길도 많고 복잡한 면이 있어서 접근성이 조금 떨어진다. 심지어 우리 극장은 반지하다 보니 사람들이 부담 없이 이곳을 찾기가 힘들다.
신: 그러다 보니 ‘대중과의 소통에 실패했다’는 자체 평가를 내렸다. ‘카페 떼아뜨르’나 ‘프로시니엄 스테이지’**와 같은 생소한 형식과 더불어 접근성마저 좋지 않았던 게 실패한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예술가들이 흔히 겪는 어려움과 마찬가지로, 대중의 관심이 적어 수익 창출이 힘든 부분이 있다. 극장 감독과 함께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여러 프로젝트를 구상 중이다.
엄예솔(24) 연출: 생각보다 사람들이 연희동이라는 공간을 낯설어한다는 걸 느꼈다. 연남동을 지나 굴다리를 거쳐 연희동에 다다르면 사람들은 ‘들어가도 되나?’라는 생각을 한다. 여기까지 왔다가 리허설 중인 극장 안의 모습을 보고 그냥 돌아서는 사람들도 많다.

Q. 지역 예술 발전을 위해 바라는 게 있는가.
신: 지역문화예술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좋은 아티스트를 양성하는, 전문교육기관이 있어야 한다. 현재 서대문구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예술교육을 위한 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이곳에서 서대문구의 지역 예술가, 예술교육가와 구청이 함께 회의한다. 긍정적인 움직임이라고 생각한다. 아쉬운 부분은 국가 기관의 일방적인 의사결정 방식이다. 사실 예술계에서는 전문교육자나 교육에 사명감을 느끼는 예술가가 드물다. 흔히 말하는 성공한 예술가들은 교육에 대한 사명감이 없는데, 국가는 이들을 회유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은 채 인지도가 다소 떨어지는 예술가들과 함께 생산성이 낮은 회의만을 계속하는 셈이다. 이는 서대문구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전반의 문제인 것 같다.

Q. 극장 사업을 추진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
신: 극장의 공간이 새로운 방향으로 활용되고, 젊은 예술가들이 우리 극장을 통해 사람들의 반응을 얻는 걸 보면 보람을 느낀다. 이는 이번 ‘업사이클링 프로젝트’의 목적이기도 했다. 이 프로젝트는 다양한 공연 예술을 하는 젊은 예술가들이 우리 극장의 공간을 자유롭게 활용하게 하는 지원 사업이었다.

Q.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
윤: 연희예술극장에 많은 관심 가져주시길. 문의는 010-3441-5877.
신: 젊은 학생들에게 항상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너무 순하게만 살지 않기를. 이성과 합리성은 나이가 들어가며 충분히 배울 수 있는 부분이다. 젊을 때만 누릴 수 있는 열정과 객기를 한껏 누리면서 살기를 바란다.

개업 1년 만에 젊은 예술가들의 아지트가 된 연희예술극장. 연희예술극장은 오는 10월, 백여 명의 아티스트와 함께하는 연희동 아트페어를 개최한다. ‘우리가 곧 예술’이라고 선언하며 끊임없이 예술의 새로운 분야를 찾고 있는 극단 ‘이방인’은 더 이상 외롭지 않다.

*카페 떼아뜨르(Cafés-théâtres): 살롱형 소극장. 프랑스에선 일상적인 문화로, 관객들은 카페에서 연극을 보고 배우들도 가볍게 와인을 즐기며 공연하는 카페 겸 소극장이다.
**프로시니엄 스테이지(Proscenium stage): 액자 무대라고도 한다. 사실주의 연극의 기초가 된 무대 형식이다. 무대 앞쪽을 뚫어서 관객들이 그곳을 통해 무대를 바라보는 형태이며, 따라서 무대 앞면 한쪽에만 관객석이 있게 된다.

글 이희연 기자
hyeun5939@yonsei.ac.kr

사진 백현정 기자
lina@yonsei.ac.kr

이희연 백현정 기자  hyeun5939@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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