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법 시행 후 각종 논란 일어

지난 8월 1일, 시간강사의 처우 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고등교육법」 일부 개정안’(아래 강사법)이 시행됐다. 그러나 해당 법안의 시행 시점부터 ▲2학기 강사 배정 및 강의계획서 입력 지연 ▲학생들의 수업권 침해 ▲강사 처우 개선의 현실적 한계 등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교수자와 계획서는 공란
학생들은 혼란

 

수강신청 2일 전인 지난 8월 5일 총학생회(아래 총학)가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약 400개 과목의 담당 교수가 확정되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담당 교수가 확정된 과목도 약 350개 과목의 강의계획서가 게재되지 않았다. 수강신청 과정에서 학우들의 불만이 속출했다. 김지은(국문·18)씨는 “수강신청에서 담당 교원과 강의계획서가 매우 중요하지만, 수강신청 직전까지도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수강신청 이후 대기 번호를 받았던 최영준(사회·18)씨는 “해당 수업의 교수 배정이 추가 수강신청 기간까지도 완료되지 않아 정원 증원 문의 메일을 보낼 수 없었다”며 “결국 해당 과목을 대기 취소해야만 했다”고 밝혔다

강사 배정 및 강의계획서 입력 지연 사태에 대해 교무처 부처장 김성문 교수(경영대·경영과학)는 개정 고등교육법 시행령 및 교육부 지침(아래 강사법 매뉴얼)이 늦게 확정·배포된 것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강사법을 준수하려 강사법 매뉴얼을 기다리다 보니 교수 확정이 지연되고, 수업계획서를 게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해당 문제를 파악 후 채용 예정인 교수와 소통해 수강신청 전 대부분의 수업계획서를 입력하도록 했다”며 학생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고자 노력했음을 강조했다.

 

강사법 시행 여파, 
수업권 보장에 적신호

 

강사법 시행 여파로 학생들의 수업권이 침해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우선 전공과목의 강의 수 감소 여부에 대한 논란이 이어졌다. 이에 ‘연세대학교 강사법관련구조조정저지 공동대책위원회’(아래 공대위)와 총학의 입장이 대립했다. 전공과목 수에 대해 공대위는 ‘다소 줄었다’는 입장을, 총학은 ‘유지되거나 소폭 증가했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공대위 측은 2018학년도 2학기 전공과목 중 폐강된 과목도 포함해 계산했고, 총학은 제외했다. 또한 공대위가 편람의 전산 오류를 파악하지 못한 점이 서로 다른 주장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폐강 과목 포함 여부에 대해 익명을 요청한 학부생 A씨는 “수강신청 시 중요한 것은 학생의 선택권”이라며 “선택권이 있었지만, 선택을 하지 않아 폐강된 강좌와 강좌 자체가 열리지 않아 선택권이 없는 것은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한편 학교 측은 총학과 마찬가지로 전공과목 수가 소폭 증가했다는 입장이다. 입장은 엇갈렸지만, 전공과목 수강신청에서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한 학생이 많았다. A씨는 “전공과목 수 감소로 대부분 과목의 경쟁률이 높아져 수강신청이 더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전공강의와 달리 교양강의에서는 총학과 공대위 모두 강의 수가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2018학년도 2학기와 2019학년도 2학기 강의 수를 비교한 자료에 의하면 교양과목과 공통기초과목은 총 1천37개에서 857개로 약 1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씨는 “이번 학기 필수교양에서 ‘Great Books & Debate’ 수업을 거의 찾아볼 수 없어 아쉬웠다”고 말했다. 교양과목 감소에 대해 교무처는 교육 개편의 일환으로 중복되는 과목과 수준 미달의 교양과목을 폐지한 결과일 뿐, 강사법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김 교수는 “이전 수준의 교양 수요를 맞추지 못해 발생하는 불만은 인지하고 있다”며 “공개채용 및 공정한 심사를 통해 양질의 강의 개설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수강신청을 앞둔 시점, 1학점 강의 UT(Undergraduate Tutorial) 세미나가 급증하기도 했다. UT 세미나는 박사학위 취득 및 취득예정자가 진행하게 되는 일종의 멘토링 강의다. 이를 두고 강의 수 지표 상승을 위한 학교의 편법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BK21(Brain Korea)사업의 선정 기준으로 강사 및 강의 수가 중요한 기준이기 때문이다. BK21은 교육부에서 시행하는 가장 큰 대학원 양성 사업이며, 예산만 약 3천800억 원에 달한다. 따라서 사업 선정에서 불이익을 피하려 1학점 강의를 대거 개설했다는 것이다.

교무처는 “BK21 후속 사업 선정 평가에 강사, 박사 후 연구원 등에게 강의 기회 제공 및 고용 안정성을 반영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대학원생들의 경험과 지식을 공유해 학부생들의 진로설계에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박씨는 현 사태에 대해 "달갑지는 않지만 학교가 정부 정책에 호응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한 학기 진행 후 피드백을 받아 개선을 도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사 처우 개선, 여전히 미지수

 

본래 강사법은 강사 처우 개선을 위해 시행됐다. 강사법 매뉴얼에 따르면 ▲방학 중 임금 지급 ▲4대 보험 및 퇴직급여제도 적용 ▲휴·복직 제도 적용 ▲복무 여건 개선 등의 세부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강사들의 실질적 처우 개선’은 아직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다.

강사들이 마주한 한계는 고용 여건에 대해 학교와 논의할 여지가 적다는 것이다. 우리대학교는 관례로 채용 직후가 아닌 수강신청변경 기간이 지난 뒤에 강사의 근로계약서를 써왔다. 개강 이후 맡은 강의가 폐강된다면 임용을 취소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강사가 근로계약서 세부 내용에 대해 학교 측과 합의할 수 있는 시간은 실질적으로 주어지지 않았다. B 강사는 “세부 사항에 대해 학교 측과 상의하는 일은 앞으로도 일어나지 않을 거라 예상한다”며 “학교 측이 제시하는 조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수석부지부장 강태경씨는 “강사법 시행 이후 1년 이상 계약이 보장되고, 3년 동안 재계약 절차를 보장받게 된다”며 “따라서 채용 확정과 함께 근로계약서를 작성해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강사법 시행 후에는 강의가 폐강되더라도 해당 학교 소속이라는 신분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학기 근로계약서 작성 시기가 늦어진 것에 대해 김 교수는 “강사법 시행으로 강사 공개채용이 여러 차수에 걸쳐 진행됐고 임용 절차 중 다른 학교에 임용이 되는 이유 등으로 수시로 임용 포기가 발생했다”며 “따라서 임용계약서는 학기 시작 즈음 작성해야만 했다”고 설명했다.

방중 임금 책정 과정에서도 강사들의 목소리는 반영되기 어렵다. 강사법 매뉴얼에는 방중 임금의 구체적 금액은 학교와 계약 사항에 따라 결정할 부분이라 언급돼 있다. 우리대학교는 교육부가 방중 업무 기간으로 판단한 학기 전후 각 1주에 해당하는 강의료를 방중 임금으로 책정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교육부는 그 금액에 해당하는 예산을 학교 측에 지원할 예정이다. 그러나 강사들은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라는 입장이다. C 강사는 “적어도 학기 전후 최소 2주 전부터 채점 및 성적 입력, 강의계획 입력 준비 등의 업무가 시작된다”며 “현재 예정돼있는 방중 임금을 받는 것보다 차라리 수업을 배정받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강씨는 “교육부가 지원한 예산으로만 방중 임금을 책정한 것은 대학 측에서 방중 임금을 전혀 부담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덧붙여 강씨는 “개별 강사가 임금협상에서 불리한 것이 현 상황”이라며 “노동조합 결성을 통해 단체협상을 맺지 않는 이상 강사법만으로 실질적 처우 개선을 기대하기란 힘들다”고 말했다.

 

2019학년도 2학기는 강사법이 적용되는 첫 학기다. 그러나 학기 시작 전부터 여러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앞으로 적용될 강사법이 강사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동시에 학생들의 수업권을 침해하지 않는 제도로 정착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글 박채린 기자
bodo_booya@yonsei.ac.kr
변지현 기자
bodo_aegiya@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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