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난민 강의 부적절하다” vs “건학 이념 따른 교육”

▶▶'연세대를 사랑하는 국민 모임'은 지난 8월 21일부터 우리대학교 정문에서 무기한 릴레이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8월 6일, 우리대학교는 오는 2020학년도 입학생부터 ‘연세정신과 인권’ 강의(아래 인권 강의)를 필수 이수 과목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2018학년도에 발표된 교육과정 개편의 일환이다. 해당 강의는 1학점 온라인강의로, 젠더‧아동‧장애‧노동‧환경‧난민‧의료‧교육 등 13개 주제로 구성됐다. 그러나 이들 중 ‘인권과 젠더(성평등)’, ‘인권과 난민’ 수업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보수‧기독교 단체
“젠더‧난민 교육 필수 지정은 전체주의”

 

지난 8월 13일, 재학생‧동문‧학부모 등 40여 명으로 구성된 ‘연세대를 사랑하는 국민 모임’(아래 연사모)은 우리대학교 정문에서 인권 강의 필수과목 지정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연사모 측은 ▲젠더 이론이 기독교 정신에 배치된다는 점 ▲급진적인 페미니스트 교수가 성평등 강의를 맡는다는 점 ▲무분별한 난민 포용이 우려된다는 점 등을 근거로 한 성명을 발표했다. 

연사모 측은 젠더 이론이 학생들에게 잘못된 성 관념을 심어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세인트폴고전인문학교 정소영 교장은 “생물학적 성별 구분을 모호하게 하는 젠더 이론은 기독교 정신에 배치되고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며 반대 이유를 밝혔다. ‘인권과 젠더’ 강의를 맡은 김현미 교수(사과대‧젠더연구/글로벌라이제이션과 이주)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김 교수가 급진적인 페미니스트이자 난민 주의자라는 것이다. 정씨는 “편향된 사상을 갖고 있다고 평가받는 교수에게 성평등 강의를 맡기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또한 연사모 측은 ‘인권과 난민’ 강의가 무차별적 난민 포용을 옹호할 우려가 있다고 표명했다. 연사모 회원인 수동연세요양병원 염안섭 원장은 “프랑스, 독일 등의 국가에서 무슬림 난민으로 인한 심각한 사회 문제가 나타나는 중”이라며 “신중히 접근해야 할 난민 이슈를 필수 교육으로 선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건학 이념에 부합” 설명에도…
반대 목소리 여전해

 

학교는 제기된 지적과는 달리 인권 강의는 기독교 정신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학교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인권 강의의 취지는 ‘인간을 차별하지 않으시는 하나님의 보편적인 사랑’을 학생들이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교무처는 논란이 불거진 이후 입장문을 통해 문의에 답변하고 있다. 해당 입장문에서 학교 측은 “인권은 비차별성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므로 본 강좌는 특정 집단을 옹호하거나 지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 역시 “인권 강의는 학생들에게 다양화된 사회 속 인권 문제에 대한 고민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연세인이라면 들어야 할 오리엔테이션과 같은 수업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한, 아직 강의 내용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근거 없는 반대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 교수는 “젠더 이론은 여성을 억압하기 위한 것도, 동성애를 강요하기 위한 것도 아니다”며 “수업 취지나 내용을 보지 않고 ‘젠더’라는 단어 하나에 강의가 문제라고 지적하는 것은 안타깝다”고 설명했다.

한편, 연사모 측은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항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연사모는 지난 8월 21일부터 무기한 릴레이 1인 시위를 우리대학교 정문에서 진행하고 있다. 염씨는 “인권 강의가 보편적 인권을 위한다는 학교 측의 입장은 수용할 수 없다”며 “필수 이수 과목 지정이 취소될 때까지 시위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인권 강의가 필수 이수 과목으로 운영되는 오는 2020학년도까지 한 학기가량을 앞두고 있다. 학교 측은 상황에 따라 결정이 유동적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교무처는 입장문에서 “시범 운영하는 동안 피드백을 거쳐 내용과 운영방식을 수정‧발전시킬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인권 강의는 2019학년도 2학기에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된다. 강의 내용이 공개된 후에도 논란이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글 박제후 기자
bodo_hooya@yonsei.ac.kr

사진 양하림 기자
dakharim0129@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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